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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의 일기: 샤틀레-레 알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21. 03:48
이른 아침 정적이 흐르는 무프타흐 시장 # 화요일 수업 이후로 어제와 오늘은 별다른 일정이 없다. 다음 주부터 다시 여러 수업을 들어가게 된다. 지금은 할 일이 없어서 카페 생메다르에 와 있다. 아침에는 잠시 국제처에 들러서 카드에서 작동하지 않는 결제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문의하고(벌써 세 번째 직접 이야기하는데 매번 조치하겠다고 하고 감감무소식이다.) 잠시 도서관에 들렀다. 가능하면 도서관에서 책이라도 읽으려고 했지만, 학교 안에서도 도서관은 별도의 등록절차가 필요하다고 해서 곧장 등록절차를 밟았다. 그래도 2~3일은 걸린다는데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다음주 언젠가 아마도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 될 것이다. 그래도 어제부로 수강신청 문제와 인터넷 연결 등 굵직한 문제들이 해결되서 한결 마음은 편하다.
오늘은 소시에테 제네랄에 약속(rendez-vous)을 잡아놓은 날로 오후 두 시에 은행을 들러야 한다. 16시로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오늘 배정되어 있던 수업을 듣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원래 약속을 잡아놓은 시간에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필요한 서류들은 미리 구비해서 가겠지만 빨리 계좌가 개통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여기서 ‘빨리’란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만 신청이 들어가도 다행일 것 같다.
생퇴스타슈 대성당/ 아침까지만 해도 드디어 날씨가 개나보다 했는데 더 흐려졌다 # 오후에는 원래 소시에테 제네랄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생각을 바꿔 프랑스어 수업을 들었다. 아무래도 이곳에 적응하려면 프랑스어를 빨리 익히는 게 지름길인 것 같았기 때문. 이번 학기 첫 번째 수업이었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내 이름에는 모음이 많이 들어가서 어떻게 발음하는지 선생님이 오랫동안 질문한다. 짧은 수업이 끝나고 소시에테 제네랄에 들러서 약속을 다시 잡았다. 내일 오전이다.
이날은 처리하려던 일이 많던 날로 다음으로 휴대폰을 개통하는 일이 있었다. 아직 한국에서 챙겨온 유심이 유효하긴 하지만 이런저런 행정절차를 진행할 때마다 휴대전화번호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휴대폰을 개통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은행계좌가 개설되지 않은 탓에 orange나 bouygues를 가입하지는 못하고 며칠 전 지인을 통채 추천받은 프리모바일에 가입하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매장은 샤틀레-레 알 역에 있는 매장으로 뤽상부르 역으로부터는 RER B 노선으로 두 정거장이었다. 매장에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가입절차가 간단해서 금방 개통할 수 있었다. 이곳에 와서 기숙사 입주 다음으로 가장 신속한 절차였다.
Qu'y a-t-il entre nous? 처음 보는 에펠탑과 라데팡스 # 샤틀레를 나선 뒤 내가 향한 곳은 퐁피두 센터. 파리에 도착한 뒤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관광지를 가본 곳이 없었다. 물론 파리는 꼭 관광해야겠다고 마음먹지 않더라도 걸어가다보면 팡테옹이 나오고 노트르담 대성당이 나오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나온다. 어쨌든 파리에 온 뒤로 이곳 생활에 안착해 간다는 느낌도 좀처럼 들지 않던 차였으므로 기분을 전환할 겸 퐁피두 센터로 향했다.
퐁피두 센터에서는 지금 독일 현대화가 바젤리츠의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꼭대기층인 6층으로 올라가 파리 전경을 둘러본 뒤, 전시실로 들어가 바젤리츠의 작품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대체로 육체를 비틀거나 잘라내거나 쥐어짠 형상들로 당대에 도덕적으로 비난받았다는 문제작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바젤리츠가 이러한 모티브를 택한 것은 전후 말소(抹消)된 인간성과 분단된 독일 현실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겨울이다보니 파리에 도착한 이래로 날씨가 늘상 흐렸는데, 우울한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집중해서 그가 갈라놓은 선(線)과 면(面)의 가장자리와 과감한 색채, 부조화스러운 형상들을 눈으로 좇았다.
일정을 마무리한 마지막 전시실 영화에서 보았던 퐁피두 센터의 에스컬레이터 5층의 근대 미술을 둘러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를 가장 먼저 반긴 건 마티스, 들로네 등의 야수파 그림들이다. 눈에 익은 그림들이기도 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이어서 입체파, 미래파, 초현실주의, 구성주의 작품들이 차례차례 나오면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미술관 규모 자체도 크지만 작품들의 구성도 정말 좋았다. 처음 보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섞여 있었는데, 말레비치, 샤갈, 피카소, 달리, 미로, 마르리트 등의 작품 사이사이에 이들 작품이 있었기 때문에 물 흐르듯이 사조(思潮)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었다. 또한 유명 화가의 대표작들을 지면(紙面)으로만 접하다 직접 보니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평소 알고 있던 유명화가의 화풍과 다르면서도 시선을 확 잡아끄는 작품들도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시간이었는데 세 시간이 조금 안 되는 동안에 퐁피두 센터를 다 둘러보는 건 무리였다. 결국 근대 미술 전시실의 절반 정도를 남겨놓고 퐁피두 센터를 나섰다. 오늘의 마지막 미션으로 전기담요(le couverture chauffante)를 사는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퐁피두 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BHV 마레에 전기담요를 취급하는 매장이 있다고 해서 들렀건만, 전기담요는 건질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야 하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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