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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의 일기: 볕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24. 19:14
# 오늘은 보기 드물게 날씨가 맑아서 기숙사 방안으로 햇빛이 쾌청하게 들어왔다. 아침잠을 가까스로 물리치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딱히 할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가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는 생각이다. 이곳 도서관의 개방시간은 짧아서 대학도서관임에도 오전 열 시는 돼야 문을 연다. (그러고도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이전에 앉았던 자리에 앉아서 다시 박경리의 책을 읽는다. 박경리의 글은 흡입력이 강하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3~4유로에 스테이크와 야채가 넉넉히 나오는 식사라니 가성비가 훌륭하다.
# 날씨는 맑지만 수업은 가득한 하루였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14구 캠퍼스에 수업이 몰려 있어서 버스를 타고 14구로 향한다. 예의 몽수히 공원을 빙 둘러서 학교에 도착했다. 오늘 있는 두 수업 가운데 첫 번째 수업은 고령화 정책에 관한 내용이다. 고령화를 측정하는 방식, 인구변화의 추이, 인구변화가 지니는 사회경제적 함의 등에 대해 수업이 이루어진다. AB 교수의 원래 스타일인지 수업자료로 굉장히 많은 분량의 슬라이드를 준비해 왔다. 자판기 커피를 들이켜가며 빡빡한 수업을 소화해낸다. 생각보다 소수가 듣는 수업이어서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연금개혁에 관한 부분이 나오는 대목부터 재미 있을 것 같다.
# 오후에 이뤄진 수업은 AD 교수의 공공 재정 수업이다. 프랑스 재무부에 속해 있는 사람답게 좀 더 사교적이고 정력적인 스타일인 것 같다. 화법이나 태도에 노련함이 배어 있고 카리스마가 있다. 거시 경제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서 우려했는데, 내가 모르는 것은 다른 학생들도 모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국가재정에 관한 공부인 만큼 첫 수업부터 몇 가지 공식을 다뤘다.
이곳이 프랑스다보니 거시경제 정책을 설명할 때 EU 또는 유로존을 기준으로 설명할 때가 많다. 국가부채, 재정적자 등을 비교할 때 꼭 유럽국가들에 관한 비교가 등장한다. (이 부분은 AB 교수의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EU는 처한 상황이 서로 다른 여러 국가들의 연합체이기 때문에, 그들이 운영하는 공통화폐가 봉착한 이론상 난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초국가적인 정책 논의들도 다른 나라의 사례들과는 차이가 있다.
한 가지 2008~09년 세계적 금융위기에서 EU 안에서도 독일이 비교적 수월하게 경기불황을 돌파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임금을 동결함으로써 독일은 전세계적 경기불황 속 저금리 국면을 안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저금리로 인해 부동산에 거품이 꼈던 스페인과 달리, 독일은 임금동결과 저금리가 균형 있게 병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프랑스의 경우 통합(convergence)를 향한 EU의 재정정책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반나절 가량 수업을 꽉 채워서 듣다보니 하루가 끝나 있었다. 모처럼 맑은 날씨였는데 하늘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AD 교수에게 짧은 인사(Merci, Bonne Soirée!)를 하고 학교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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