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여행
-
전나무숲과 안반데기주제 없는 글/印 2023. 7. 31. 20:31
오늘은 필름카메라보다 디지털카메라에 손이 가는 날이다. 아직 사놓은 필름 여분이 있지만, 오늘은 마음이 지시하는 대로 디지털카메라를 집어들었다. 디지털 카메라와 함께 염두에 두었던 여행을 가보마 하고. 여행이라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엔 반일짜리 당일치기였지만, 서울을 오고가는 일은 긴 여행과 똑같은지라 금전적 부담 때문에 갈지말지 잠시 망설여졌다. 작년 반 년간 프랑스에 체류한 이후로 국외 여행보다 국내 여행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올해 들어서 보름에 한 번 꼴로 서울을 벗어나 여행을 하고 있는 터였다. 행선지는 있지만 계획은 없다. 나는 예매 어플을 몇 차례 새로고침한 끝에 진부(오대산)행 열차 티켓을 하나 끊었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어두고 싶었지만, 피서철 서울역은 어느 가게를 가도 사람으로 미어터..
-
동해에서 울진까지여행/2022 겨울 7번 국도 2023. 1. 2. 20:27
시간에 쫓겼던 2일차 일정을 생각해볼 때, 주어진 일정 안에서 여행을 소화하려면 경유지를 조금 줄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가용할 수 있는 일정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나중에 되돌아보건대 2~3일 정도 말미가 더 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여행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이번 여행에서 속초, 삼척, 영덕 같은 지역들은 경유하는 데 그쳤고, 포항과 경주, 부산에서는 더 둘러보고 싶었던 곳들도 충분히 둘러보지 못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모든 여행에는 아쉬움이 뒤따르게 마련이고, 3일차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일찍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동해항을 빠져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만경대(萬景臺)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동해안에서 ..
-
양양에서 동해까지여행/2022 겨울 7번 국도 2023. 1. 1. 18:31
점심을 먹고 이제는 강릉 방면으로 이동했다. 최대한 드라이빙하는 느낌을 내기 위해 고속도로로 빠지지 않고 7번 국도를 따라 이동한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이번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풍경 중 하나를 발견했는데, 바로 동호 해변이었다. 동호 해변은 양양 공항과 동해 사이에 낀 7번 국도 길목에 자리한 해안이다.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면서 동호 해변을 본다면 풍경이 밋밋할 수 있는데, 북쪽의 언덕을 따라 남쪽으로 달리다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광활한 해변에 놀라게 된다. 나는 차를 유턴해 방금 지나온 언덕에 주차한 다음, 차에서 내려 다시 한 번 동호 해변을 바라보았다. 백사장의 폭이 경포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문득 올 여름 노르망디에서 보았던 오마하 해변이 떠올랐다. 그 때도 이런 언덕의 가장자리, 바다..
-
고성에서 양양까지여행/2022 겨울 7번 국도 2022. 12. 31. 13:36
무계획으로 온 여행에서 두 번째 날, 내가 정해놓은 막연한 목표는 울진이나 동해에서 일정을 마무리해보자는 것이었다. 전날 서울에서 고성까지 움직인 거리를 감안하면, 고성에서 울진 또는 동해까지 움직이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간에 어떤 일정을 끼워넣느냐에 따라서 종착지가 달라질 것 같았다. 결국 이날 일정은 동해시에서 끝이 났는데, 그것도 가까스로 도착했다. 고성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두 번째 날은 마침 주말이었고 연말이 겹치면서 유명 관광지마다 생각보다 인파가 넘쳐났다. 사람이 많거나 정체가 심한 곳들을 피해 움직이다보니 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여하간 두 번째 날 나의 첫 번째 소소한 목표는 아침 일출을 보는 것이었다. 바닷가에 접한 숙소 테라스에서 동해의 해가 또렷하게 보..
-
양구에서 고성까지여행/2022 겨울 7번 국도 2022. 12. 30. 22:22
유난히 눈이 잦은 올 겨울, 새로운 일을 앞두고 주어진 2주간의 여유 시간을 활용해 잠시 여행을 다녀올 만한 곳을 고민하다가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여행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무계획으로 출발한 여행. 처음에는 부산에서 고성으로 올라갈까, 고성에서 부산으로 내려갈까 고민하다가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는 걸 택했다. 그러자면 서울을 출발해 강원도의 굽이굽이 산길을 가로질러야 한다. 좁은 국도에는 아직 빙판길이 남아 있을까 걱정했지만, 도로 상태는 양호했을 뿐만 아니라 염화칼슘을 너무 뿌린 나머지 아스팔트 도로가 뿌연 잿빛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번 여행은 모처럼 차를 타고 떠났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 가운데 강원도는 개인적으로 가장 친숙한 곳 중 하나인데, 특히 강원도의 최전방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