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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의 일기: 학교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15. 02:38
# 지난 밤 한식을 먹으러 무프타흐 시장으로 향했다. 방역패스가 없었기 때문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는 못하고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메뉴를 주문했다. 다행히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이 한국사람이어서 몇 가지 필요한 정보를 물어볼 수 있었다. 사실 온라인으로 프랑스에서 쓸 방역패스를 신청해 놓은지는 벌써 일주일이 되었는데, 진행상황이 en construction에서 더 이상의 진척이 없었다. 주인 아저씨는 약국에 가면 방역패스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해 주었다.
이른 아침 간단한 면접 및 안내를 마치고 약국에 들러 어젯밤 들은 대로 방역패스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약국 주인에게 방역패스가 몇 달이나 유효한지 물었더니, 그냥 ‘변경이 있을 때까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방역패스가 유럽연합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라, 지금의 방역패스 정책이 큰 틀에서 바뀌지 않는 한 계속 유효하다는 의미다. 백신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연구가 계속되고 있고 그 결과도 매번 다르기 때문에, 결국 팬데믹을 관리하기 위해 모든 나라가 일관되지도 않은 궁여지책을 쥐어짜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 정오에는 간단한 캠퍼스 투어가 있었다. 도서관을 뺀다면 이틀 전에 도착해서 다 둘러본 곳들이다. 나를 포함해 대략 열 명 남짓한 학생들이 무리를 이뤄 교내를 구경했는데, 모두들 말없이 직원들의 안내를 들었다. 한 학생만이 나와 사적으로 짧은 대화를 나눴을 뿐이다. 투어가 끝난 뒤에는 어제 문제가 되었던 학생증의 결제 기능을 직원에게 재차 확인하고, 수업시간표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내가 이수하려는 경제학 과목들의 경우, 학사 일정이 기존에 안내되었던 것과 상당히 차이가 있어서 꽤 당황스러웠다. 학기의 전반부에는 수업이 이뤄지고 후반부에는 대외 활동을 하는 식이다. 자칫하면 매우 컴팩트하게 수업을 따라가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숙사로 돌아와 학교생활과 관련된 정보들을 더 찾아보다가, 은행계좌 개설과 보험에 관한 부분도 마저 확인하기 위해 예의 사무실에 들렀다. 사실 프랑스에 오기 전까지 온갖 구비서류를 준비하느라 막상 온 다음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거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저런 것들을 확인하는 동안 탈리아—국제처의 직원이다—는 지금 상황에 너무 압도될(overwhelmed)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사라—그녀 역시 국제처 직원이다—역시 하다보면 다 된다고 얘기해주었다. 내가 과민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기보다는 이곳의 행정이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든다.
# 어제 해결된 줄 알았던 인터넷은 다시 먹통이 되어서 정보처에 가야 하지만 내일부터는 주말이니 일을 볼 수가 없다. 이곳에 도착하기는 수요일에 도착했건만 평일 중이라고 해서 문 연 것을 도통 볼 수가 없었으니 어찌된 일일까. 답답한 마음에 어댑터 문제인가 싶어서 생제르망(marché saint germain)에서 어댑터를 산 뒤 다시 연결을 해보았지만 여전히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다. 도착한지 3일차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이들처럼 좀 느긋하게 생각하는 것이 속편할 것이다.
오데옹 일대를 빠져나와 센 강에서 배회하다 돌아오는 길에 소르본 대학 앞에서 우연히 한인마트를 발견했다. 그리고 몇 가지 식재료를 구했다. 어제 한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어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서 요리를 직접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한국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곳 식재료의 가격은 한국보다 2배 가량 더 비싼 것 같다. 원래는 오페라 갸르니에 근처에 커다란 아시아 식품점이 있다고 해서 들러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단은 이곳에서 기본적인 것들만 먼저 구매했다. 아직 메뉴는 떠오르는 게 없지만 카레나 간단한 고기 요리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기숙사에서 가까운 무프타흐 시장에서 청과물과 생선, 육류도 다양하게 판다.
별 소득 없는 행정처리와 간단한 교류를 하다보니 하루가 벌써 끝났다. 타일라가 압도될 필요 없다고 한 말은 얼마 정도는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었겠지만, 평소 내 태도가 상대방에게 조급해 보였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기숙사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학교 건물로는 해가 완전히 저문 이 시간에도 학구적인 용모의 학생들이 입구를 드나든다. 하지만 나는 오늘의 나의 임무는 여기서 끝났다 생각하고 이만 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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