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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의 일기: 독서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7. 03:05
# 오늘은 하루종일 책을 읽은 것 말고는 딱히 한 일이 없다. 특히나 일요일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도서관도 문을 닫기 때문에 책을 읽기에 괜찮은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한다. 잠들기 전에 방에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낮 시간에는 보통 독서를 할 수 있을 만한 곳에서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오전에는 라탕지구에서 오후에는 마레지구의 한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오전에 수전 손택의 글을 마저 다 읽고, 한국에서 챙겨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본을 읽기 시작했다.
# 시간표를 착각해서 일부 수업은 바캉스가 이번 주까지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주부터 다시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될 것 같다. 좀 더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 같다. 더불어 학기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학업에 대한 부담도 더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학부 때 교환학생을 다녀온 경험이 없고 대학원에와서 교환학생에 도전하다보니, 견문을 넓혀야겠다는 욕심이 들면서도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크게 든다. 특히 이곳은 그랑제꼴이고 모든 수업이 석사 이상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학생들도 허술하게 수업에 임하지 않아서 적당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
# 오후에는 자전거를 타고 센느 강변의 The Caféothèque de Paris로 갔다. 파리 대부분의 카페들은 대체로 독서를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워 알아본 카페인데, 이곳 역시 사람이 많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많은 경우, 보통 간단한 음료 또는 가벼운 식사를 즐기면서 ‘대화’할 목적으로 찾는 곳이 카페라는 점은 한국이나 프랑스나 똑같다.
어쨌든 센느 강변의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오후 여섯 시가 넘어 강변으로 내려왔다. 센느 강변 위를 보통은 버스만 타고 다니다가 강변 가까이 내려가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낮시간이 길어지면서 저녁이 가까워졌는데도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보드를 타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도 많았다. 어제부터 날씨가 쾌청하지는 않은지 멀리 보이는 에펠탑의 그림자가 단조로운 잿빛을 띠며 유령처럼 비친다.
루브르 박물관이 나타나는 지점에서 주식거래소 방면으로 접어들어 샤틀레로 이동했다. 발길이 닿는 대로 더 시내를 둘러볼까 하다가, 금세 체력이 바닥날 것 같아 메트로역으로 내려가 뤽상부르 공원까지 RER을 타고 왔다. 다시 한 번 시간표를 확인하다보니 수업이 꽉꽉 차 있고, 내가 시간표를 착각하고 있었음에도 어쩐지 여유롭던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하지만 막상 부딪치면 다 하게 되어 있어서, 기왕 다시 바뀌는 리듬, 이번 주도 잘 돌파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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