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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의 일기: 베흐시(Bercy)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8. 21:48
# 점심에 잠시 비는 시간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고 베흐시 공원까지 갔다. 캬흐디날 르무안 가(R Cardinal Lemoine)의 내리막길을 가로지른 뒤 아랍세계연구소를 빠져나와 센 강으로 빠진다. 아우스터리츠 다리와 베흐시 다리를 지나서까지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데, 오늘 날씨가 너무나도 좋았던지라 센 강을 사이에 둔 좌안과 우안의 풍경도 퍽 예뻤다. 마치 지난 일주일간 울상이었던 날씨가 무언가 만회하기라도 할듯이 오늘 하루 쨍쨍한 햇볕을 몰아 내리는 듯하다. 이래서 옛날부터 날씨가 늘 관심의 대상이었고, 이곳 사람들이 햇빛만 좀 난다 싶으면 우르르 밖으로 나오는 이유를 좀 알 것같다.
베흐시 공원은 조용하고 한적하고 예쁜 공원이었다. 파리에는 식물원이나 뤽상부르 공원처럼 사람이 붐비는 알려진 공원이 아니더라도 이처럼 도시 곳곳에 자연적인 공원이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는 고등사범학교까지 들어오는 24번 버스를 타고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와 리옹 역을 지나 다시 팡테옹 지역으로 되돌아 왔다. 오는 버스 안에서는 내 뒤에 앉은 노부부의 대화가 들렸다. 여기에는 뭐가 있었네, 저것도 있었네, 이런 게 있었구나, 하는 단조롭고 느리지만 다정다감한 말투를 들으며 마음이 따듯해지는 기분이었다.
# 오후에는 학점 인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프랑스어 수업이 있다. 회화, 작문, 문법까지 대략 세 가지 수업을 가능할 때마다 듣고 있는데, 중급 수준에 해당하는 이 수업만큼은 가급적 빠지지 않고 있다. 고급 수준에 해당하는 작문 수업은 아직까지 내게 버거워서 간신히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 수업은 할 만하다는 느낌으로 참여하고 있어서, 동기부여가 되기 위해서는 적당한 수준의 수업을 택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대명사와 전치사를 주로 다뤘다. 앞선 수업에서 다뤘던 시제도 까다롭기는 하지만, en, y, lui와 같은 대명사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이고, adresser, penser, tenir 같은 동사는 간접대명사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았다.
# 날씨가 너무나도 쾌청하다보니 절대 실내에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늦은 오후에는 10구로 나가보았다. ONI라는 카페를 갔는데, 처음에는 3구에 위치한 카페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10구에 위치한 카페였다. 정말 커피만 취급하는 카페—디저트는 있지만 식사를 메인으로 다루지 않는 카페—의 경우 7시 이전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 오후 다섯 시를 한참 넘겨 도착했기 때문에 카페가 그리 붐비지는 않았다. 모처럼 소설책을 마음 먹고 읽다가, 카페가 문을 닫을 즈음 걸어서 헤퓌블리크 광장을 가로지르고 마레지구의 북단으로 이동했다. 여느 때처럼 비에의 뒤 텅플 가(R Vieille du Temple) 일대를 쏘다니며 밤바람을 쐬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팡테옹 지역으로 되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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