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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의 일기: 박물관 기행(Les musées)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1. 20:54
# 오늘은 노동절이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나는 2박 일정을 마무리하고 파리로 돌아갈 계획을 했는데 파리로 가기 전 중간에 박물관을 일정에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일단 셰르부르의 해양 박물관(la cité de la mer)을 옵션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테고, 또 캉 기념관(mémorial de Caen)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둘중에 하나를 택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마음은 캉 기념관으로 기울었는데, 영 셰르부르를 대충 보고 가는 느낌이어서 해양박물관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도 다른 한편으로 들었다. 또 ‘바다’라는 주제가 생소해서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둘의 주제—하나는 바다, 다른 하나는 전쟁—가 너무 달라서 하나를 딱 추천하기가 어렵다고 신중하게 대답해주었다.
어쨌든 셰르부르를 떠나기 전에 해양박물관까지 쭉 산책을 할 생각이었는데, 해양박물관이 가까워질 수록 어쩐지 결국 해양박물관을 둘러보고 가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매표소 근처에 가니 해양박물관과 캉 기념관, 아로망슈의 360도 시네마를 묶어 31유로에 판다는 문구를 보고 (나도 모르게) 패키지권을 구입했다.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아로망슈는 어제 다녀왔기 때문에 360도 시네마 티켓은 사실 아무 쓸모가 없었는데 (쓸모가 있었어도 시간상 못 갔을 것이다), 해양박물관과 캉 기념관의 입장료가 각각 20유로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31유로더라도 비용은 절감되는 셈이었다.
# 사실 나는 해양박물관의 퀄리티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셰르부르라는 도시 자체도 영화의 후광이 클 뿐, 그 점을 빼고 보면 프랑스에서는 보기 드물게(?) 후줄근한 느낌이 가득한 도시다. 다만 셰르부르의 해양박물관이라면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 전시’가 있다는 점인데, 여기에는 어느 정도 과장도 가미되어 있을 것이고 ‘난공불락(?)(redoutable)’이라는 이름의 잠수함에 들어섰을 때 꽤나 낡은 설비를 보며 해양박물관에 온 내 결정에 조금 후회가 들었다. 오디오 가이드도 구식인데다 음질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수함 내부로 들어갈 수록 오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는데, 일단 스케일이 엄청 컸기 때문이다. 잠수함 안에는 매우 복잡한 장비들이 즐비한데, 인간의 두뇌로 이런 것들을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관람 내내 들었다. 핵탄두를 싣는 곳, 조종실, 레이더실, 수압을 관리하는 공간, 식당 등 공용공간, 침실 등 소세계가 거대한 잠수함 안에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마치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사생대회에서 그렸던 상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공상과학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다.
너무 많은 부속품—파이프, 나사, 버튼, 스크린, 전등—들을 보면서 이런 걸 사람의 힘으로 몇 년만에 만든다는 게 가능하다는 게 불가사의하게 느껴졌다. 공학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화장실(물속에서 물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장치)이나 주방(극한으로 폐쇄된 공간에서 불을 피우는 장치)을 잠수함 안에 집어넣는 것부터가 여러 가지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할 것 같다. 잠수함 하나를 사기 위해 몇 조씩 들이는 게 이해가 됐다. 하나의 종합예술이구나 하는 생각과 쥘 베른의 나라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프랑스는 47조에 달하는 호주와의 핵잠수함 계획이 오커스(Aukus) 동맹으로 무산된 바 있다.)
# ‘바다’를 주제로 하는 이곳은 크게 세 개의 테마로 나뉜다. 먼저 가장 처음에 둘러본 잠수함이 있고, 다음으로 타이타닉관, 끝으로 바다의 미래라는 이름(la future de l’océan)을 걸고 있는 수족관이 있다. 이미 통합패스를 구매하는 과욕을 부렸기 때문에 셋 모두 다 둘러본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는데, 결국 수족관은 패스하다시피하고 타이타닉 전시실도 꼼꼼하게 둘러보지는 못했다.
타이타닉 전시실이 셰르부르에 있는 이유는, 영국의 사우스햄프턴 항에서 출항한 타이타닉 호가 셰르부와 아일랜드의 퀸즈랜드를 경유한 뒤 뉴욕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전시실 입구에는 타이타닉 호가 출항한 1912년 4월 10일부터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한 4월 15일까지의 일기가 영상물로 소개되고 있다. 나는 영화 <타이타닉>조차 보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곳에서 접하는 사실들은 대체로 처음 알게 되는 것들이었다. 영상물에는 타이타닉 호와 관련된 사람들—선장이나 선원, 승객들—이 남긴 메모들이 소개되는데, 사고가 나기 며칠 전 (비극의 한복판에 진입하고 있다는 걸 알 리 없는) 한 선원이 배 위에서 남긴 메모에서 '북극의 빙하가 이렇게 남쪽까지 많이 내려온 건 지금껏 처음 본다'는 짧은 문장이 섬뜩하게 들렸다.
타이타닉 호는 당대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사양을 갖추고 있었다. 규모나 속도, 설비, 심지어 서비스 면에서도 최고의 것만 집어넣은 초호화 여객선. 인간이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고 하는 이 배도 결국은 불의의 사고로 침몰되었고, 이후 난파된 배가 발견된 건 1985년, 그러니까 반 세기도 더 지나서의 일이었다. 좀 전까지 잠수함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인간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감탄하고 있던 터라, 타이타닉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잠수함에서의 인상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20세기 초에 저렇게 거대한 여객선을 만들었다는 것, 비상상황에서 무선으로 SOS 신호를 보낼 소통체계를 갖추고 있었던 것을 보며 당시 서구는 어떻게 저렇게 기술을 앞서나갈 수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노르망디 일대를 운행하는 열차를 노마드(Nomad) 열차라고 부른다. ‘Normand’이라는 단어에서 ‘r’과 ‘n’을 뺀 재치 있는 네이밍이다. 셰르부르를 출발한 열차는 캉 역에 가까워졌다. 캉은 좀 더 정확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껑’으로 들린다. ‘쉘부르’라는 번역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프랑스어는 우리말로 비슷하게 옮기기가 어려운데다 프랑스 지명 자체도 예외적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흔하다. 열차의 안내 방송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좀 바보처럼 들릴 법한 ‘껑’이라는 말을 비음을 섞어 우아하게 발음한다. SNCF에 나오는 안내방송들이 특히나 발음에 더 기교를 넣는 느낌이 난다. 어쨌든 오늘의 두 번째 도시 캉에 도착했다.
# 캉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캉 기념관(Mémorial de Caen)을 보기 위해서였다. 오마하 해변과 골드 해변을 둘러보면서도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관련된 박물관을 둘러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경치는 잘 둘러보았지만 조금 수박 겉핥기 식으로 살펴보고 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침 캉은 셰르부르에서 파리로 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에 잠시 캉에 내려 기념관을 들르면 좋겠다고 내적 갈등을 하던 차에 통합패스를 구매했던 것.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관련된 장소들을 다니다보면 안내문구에 빈번하게 소개되는 내용이지만, 캉은 상륙작전을 전개하면서 연합군의 일차적인 목표지점이 되었던 대단히 전략적인 도시다. 때문에 캉에 상륙작전과 관련된 박물관이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그만큼 노르망디 전투와 관련된 박물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기도 하다.
# 한 가지 간과한 점은 캉 기념관이 역에서 꽤 먼 거리에 있다는 걸 미리 확인해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글맵을 보니 역에서는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오늘이 5월 1일 노동절이기 때문에 캉 시내의 모든 대중교통이 운행을 쉰다는 점이었다. 이거야말로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노동절이라서 박물관이 휴관을 하면 어쩌나 생각을 했었어도 교통수단이 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줄담배를 피는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아마 캉의 대중교통이 다 멈췄을 거라고, 오늘 휴일이니 어쩌겠냐고 했다. 자기 동료도 오늘 아침에 버스를 타고 오지 못했는데, 기념관은 여기서 거리가 꽤 되니까 내일 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를 덧붙였다. (맞다, 여긴 프랑스였다..) 내 사고의 흐름은 휴일이기 때문에야말로 나들이객을 실어나를 대중교통이 운행할 거라고 생각했다. 노동절의 취지에 비춰보면 그간 일했던 사람들 죄다 쉬는 게 다 맞는 말이고 이 사람들의 솔선수범함에 놀랍기는 한데, 당장은 기념관에 갈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막막했다.
# 일단은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생각을 하고 결국은 걸어서라도 가기로 했다. 셰르부르에서 조금 서둘러 움직인 게 다행이었다. 아직 폐관시간까지는 한참 시간이 남아 있어서 캉 시내를 찬찬히 둘러보면서 산책하듯이 걸어가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캉 기념관의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바깥을 한 시간 가량 걷는 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심지어 대부분 구간이 오르막이었다—박물관에 도착하자마자 브라세리에서 카푸치노와 요거트로 요기를 했다.
캉 기념관은 셰르부르의 해양박물관과 마찬가지로 크게 세 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2차 세계 대전의 전황 전반,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후 냉전 시대가 그것이다. 여기에 더해 박물관 야외에 벙커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결국 셰르부르의 해양박물관에서 아쿠아리움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것처럼, 마지막 테마인 전후 냉전시대 구간은 충분히 둘러보지 못했다. 나중에는 두 시간 넘게 둘러보고도 시간이 모자라서 그냥 냉전 전시실은 아예 제끼기로 마음먹고 나머지 구간이라도 속 편히 둘러보자 생각하고 둘러봤다.
의식적으로 그런 건 아닌데 처음부터 지도를 중심으로 전시 내용을 살펴보았다. 프랑스가 독일군에 점령되어 가는 과정을 상세히 다루는 코너도 있는데, 비시(Vichy) 정권이 수립될 때부터 프랑스 전역이 점령 당할 때까지의 과정에 꼼꼼히 기록되어 있었다. 홀로코스트나 전격전에 관한 기록 사진을 보다보면 절로 마음이 무거워졌는데, 너무 심각하게 과몰입하지 않기로 했다. (예를 들면 독일군이 유대인에 목에 밧줄을 거는 옆에 이미 교수형을 당한 또 다른 유대인의 넋나간 표정이 적나라하게 실려 있다.) 사실 이 박물관에 독일인들이 꽤 많이 보였는데, 이 사람들이 느긋한 표정으로 관람하는 걸 보면서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2차 세계대전을 소개할 때, 태평양의 전황에 대해서도 꽤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다행스럽게만 보기 어려운 점은 유럽과 태평양의 전황이 동시에 소개되다보니 유럽의 전황과 비교할 때 세계대전 당시 아시아의 전황이 여전히 부실하게 소개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유럽의 경우 독일 주변의 강대국—특히 미국과 영국—들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교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한 게 지도 속에 잘 나타난다. 반면 아시아의 경우 일본이 팽창할 동안 유럽의 강대국과 비견될 만한 주변국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일 만큼 지도가 단조로운 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전쟁의 전개를 소개하는 유럽 지도는 대략적으로 추축국과 연합국으로 나뉘고 한 해 한 해 지도가 역동적으로 바뀐다. 반면에 아시아 지도에는 그냥 일본에 의해 점령된 지역을 중심으로 지도가 표현되어 있다. 때문에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일본에 합병된 대만에 이어서 비교적 초기에 일본에 합병된 우리나라는 지도 속에서 시종일관 짙은 빨강, 그러니까 상당히 초기에 점령된 지역으로써 수동적인 존재로만 나타난다. 주요 격전지였다든가 연합군이 큰 작전을 펼쳤다든가, 주변국과 동맹을 맺었다든가 하는 표시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아서 당시 세계사 속에서 우리나라의 존재감이 정말 미약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당시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의 야욕을 막을 만한 뚜렷한 외교 전술도, 전쟁 수행 능력도 유럽과 비교해서 이렇게나 부재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일본의 패전 후 전후 처리에 대한 소개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독일 전범들에 대해서는 재판이 열리는 과정에 대해 상세히 소개할 뿐만 아니라, 처형된 전범들의 영상—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한 괴링의 사후 모습을 포함해 모든 전범들이 처형된 직후 얼굴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까지 소개되어 있어서 아동이 시청할 때 보호자의 유의를 요하고 있기까지 하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난징 대학살과 원폭 투하에 대한 영상이 있을 뿐, 그래서 패전한 일본의 책임에 대해서 어떤 국제적 논의가 이뤄졌고, 전후 일본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경로를 걸었는가에 대해서는 신기할 정도로 다루고 있지 않다. 마치 원폭 투하와 함께 모든 사후 논의까지 공중분해된 느낌이다.
한편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비롯해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수용소의 위치와 더불어 유태인을 유럽 전역에서 실어나른 경로가 묘사된 지도는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름이 끼치고 속이 메스껍다. 심지어 나치 정권은 그런 지저분한 작업만큼은 자국민이 주로 사는 지역에서 수행하지 않고 죄다 폴란드 접경 지역에서 수행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지도에는 노르망디 끝자락의 영국령 섬에서부터 노르웨이, 발칸반도에 이르기까지 유럽 안에서 유태인이란 유태인은 싹 다 잡아들이고자 했던 나치의 광기 가득한 노력을 아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나치 정권이 2차 세계대전에서 보인 잔혹함은 이전에 있던 전쟁과 그 성격과 차원을 완전히 다르다고 안내문구마다 서술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전의 전쟁은 정말 덜 참혹했을까? 그저 우리가 알기에는 시간상 멀리 떨어진 영역일 뿐인 게 아닐까? 잔혹함의 정의를 다시 바꿀 전쟁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을까?)
#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대를 안고 왔던 두 번째 전시실, 그러니까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관한 전시실이 실제로도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실 앞선 전시실(세계대전)에 비해서는 규모가 훨씬 작지만, 지난 이틀 사이에 다녀왔던 바다의 풍경들을 떠올리면서 전시된 내용을 살펴보니 내가 뭘 보고 왔는지가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었다. 프랑스에 온 이후로 기념품을 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캉 기념관의 전시는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전쟁 영상이 담긴 DVD를 하나 샀다.
클로드 베르탱(Claude Bertin)이 만든 ‘Jour J’라는 다큐멘터리 영상인데, ‘Jour J’는 그냥 영어 ‘D-day’의 프랑스식 표현이다. 박물관에서 영상으로 소개되었듯 노르망디 해안에서 수륙양용 장갑차에서 내린 군인들이 해안으로 돌진하는 여러 장면, 달려가는 군인들을 향해 공중에서 폭탄이 투하되는 장면, 비행기로 이동하는 군인들의 무표정한 얼굴(그 몽롱한 표정이 더 섬뜩하다), 푸앙뒤옥의 절벽을 기어오르는 군인들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을 걸로 기대된다. (전쟁중 전투의 최전방에서 영상촬영이 이뤄졌다는 게 신기하다.) 이미 노르망디 작전이 이뤄진 프랑스의 해안가 이름들이 전부 영어이듯, 영상에는 영어 자막도 포함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유용할 것 같다.
# 끝으로 벙커 시설을 둘러보고 박물관을 나섰다. 역까지 거리가 멀어서 블라블라카(Blablacar)로 카풀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낯선 사람들과 3시간 가까이 카풀을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 결국 기차를 타러 역까지 다시 걸어갔다. 그나마 돌아가는 내리막길이어서 올 때보다는 수월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블라블라카는 궁금해서라도 한 번 이용해보고 싶기는 한데, 캉-파리보다는 짧은 거리에서 다음에 도전을 해봐야 할 것 같다.
# 짧은 시간 노르망디, 그 안에서도 칼바도스 지역을 집중적으로 다니면서 보니 사실 이 지역은 나이 지긋한 관광객이 주를 이루는 곳이었다. 내 취향 자체가 고루한 편이어서 그리 개의치는 않는데, 세계대전 중 상륙작전이 이뤄졌다는 지역적 특성상 영국과 독일에서 온 관광객이 유난히 많고 자연히 각국의 국민성이 비교가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독일 사람들은 참 열심히도 마스크를 쓴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일찌감치 거리에서 마스크를 벗었던 걸 (그리고 그런 제약 자체를 사람들이 다소 부당하다고 여겼던 걸) 생각해보면, 비슷한 규모의 이웃 국가인데도 이렇게 행동양식이 다를 수 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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