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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의 일기: 네 뜻대로 하세요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10. 01:45
# 학기 초 간신히 개통했던 교내 와이파이가 먹통이 된지도 거의 한 달 가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제는 노트북을 쓰기 위해 핫스팟을 쓰는 데 익숙해져서 교내 와이파이 사용은 그냥 포기했다. 교내 와이파이를 쓰려면 사실상 기능 차이가 없는 계정을 두 개를 생성해야 하는데, 계정 하나는 다른 계정에 접근하기 위한 형식상의 계정이다. 하나의 교내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 복수의 계정을 만들다보니 저희들끼리 알 수 없는 이유로 충돌하는 경우도 생긴다. 초기 계정을 만들기 위해 접속했던 화면은 DOS 초창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그다지 오래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UI였었다.
필요한 걸 죄다 생략하는 것보다야 조금 복잡한 것 자체를 나쁘게 보진 않는데, 당시 문의를 주고 받았던 담당부서 직원—담당자도 물어물어 가까스로 찾았다—이 너무 고압적이어서 더 기가 찼던 기억이 난다. 정말 흥미로운(?) 점은 담당자가 누군지 반나절 이상 찾다보면 정작 내가 절차상 어디쯤에 와 있었는지를 까먹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 나중에는 내가 처음 확인하려고 했던 질문에 다른 내용들이 덧씌워져서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어려워진다. 목요일 수업에서는 매주 읽어온 논문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으로 짧은 퀴즈를 보는데, 내가 교내 와이파이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고 느낀 즈음부터 수강하는 다른 학생들도 이미 와이파이 접속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젠 이런 상황이 너무 잦아서 주위에 뭐가 잘못된 건지 물어보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 기숙사에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라우터를 쓰지만, 라우터를 등록하고 비밀번호를 설정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라우터의 MAC 주소를 쓰고 싶다면 연결하려는 주변기기들을 다시 하나하나 따로 등록해야 한다. 한국에서처럼 라우터만 제대로 설치하고 나면 자유롭게 개인 와이파이를 쓸 줄 알았던 나는, 처음에는 이런 절차와 이곳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을 알 리 없었으므로 정말 와이파이가 없으면 안 되었던 노트북만 간신히 등록을 마쳤고 휴대폰은 그 이후로 기숙사 방 안에서도 쭉 셀룰러 데이터를 쓰고 있다. 문제는 파리 한복판 5구 학교에서조차 인터넷 자체가 먹통이 될 때가 있다는 점이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의존해 왔던 셀룰러 데이터도 무용지물이다. 오늘이 그렇다. 오늘따라 인터넷 수신감도가 E(Edge)로 잡히는 상황이라 타이핑을 빼면 웬만한 작업들이 모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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