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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떠오르는 유럽의 좌파정당들주제 있는 글/<Portada> 2016. 11. 3. 00:05
#유럽의 좌파정당
# 아이슬란드/해적당/(당대표: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사실 유럽 영토에서도 가장 변방에 위치한 아이슬란드가 정치 이변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올해의 국제이슈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해적당"의 약진으로 요약된다.
"해적당"의 원조는 2006년 스웨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적"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했을지 모르겠지만, 창당 당시 이들이 내걸었던 기치 중의 하나가 저작권(copyright)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카피레프트(copyleft)였다. 같은 맥락에서 개인의 자기정보 통제권, 자유로운 정보의 공유와 넷 중립성은 이들의 핵심 정강(政綱)이다. 이 가운데 "넷 중립성"이라 함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나 인터넷을 규제하는 정부가 사용자, 플랫폼, 콘텐츠에 따른 차별없이 넷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에서 저변을 넓혀간 정당인 만큼 "정보"와 관련된 색다른 주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연장선상에서 정부와의 수평적인 소통, 투명성, 시민의 적극적 참여 역시 이들이 중시하는 가치다.
"해적"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또 다른 이미지가 아마 바이킹(Viking) 족일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당 로고는 해적기에서 따왔다. 이미 언급했듯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에서 시작된 "해적당" 활동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각국으로 확산되었다.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스웨덴을 대표(스웨덴 內 약 7% 득표)하여 의석을 확보하는 수확을 거두기도 했지만, 이후로는 신생정당의 인기몰이도 시들해지면서 유럽에서 거의 종적을 감추다시피했다. 그러나 유럽의 변방이라는 지정학적인 고립성 덕분일까, 아이슬란드에 뿌리내린 해적당만큼은 3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끌어모으며 현재 유럽내에서 유일하게 의석을 갖고 있다.
# 프라이팬 운동(Pots and Pans Revolution)
사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해적당이 무난하게 제1 집권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10월 말 치러진 이번 아이슬란드 총선의 귀추가 주목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제2당도 아닌 제3당(총 의석 63석 중 10석)에 머무르며 해적당으로서는 여러모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었다. 이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1당으로 등극한 독립당 또한 과반에 확보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우파 진영의 진보당의 의석을 합해도 과반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 정도다. (우리와는 정치지형이 많이 다르니 당명만으로 이념상의 좌우를 판단하지 않길..) 그러나 해적당이 완전히 한시름 덜었다고 할 수는 없다. 연정 파트너인 좌파 진영의 좌파녹색동맹, 밝은미래, 사회민주당의 의석을 합해도 우파 진영과 마찬가지로 과반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캐스팅보터로서 제5당 *부흥당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리하여~ 내각제에서 연정(聯政: 연합정치; 둘 이상의 정당으로 조직되는 정부)을 구성하기 위한 각 진영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예상외로 부진한 성적의 원인으로는 부실한 정치적 기반이 꼽힌다. 마치 우리나라도 총선결과를 지도상으로 표시했을 때 도시는 야당이 강세를 보이고 농촌지역은 여당이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신선한 돌풍의 주역인 "해적당"은 도시지역에서는 선전했지만 아쉽게도 지방까지는 그 여세를 몰아가지 못했다. 즉 도시 외 지역에서 관심을 끌고는 있지만 정치적 참여로까지 이끌어낼 정도로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이야기가 너무 무겁게 흘러가는 것 같다. 그러나 요즘 논의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대안으로 논의되는 "의원 내각제"의 본질적인 특질이 정당간의 "물밑협상과 합의를 통한 정부 구성" 그리고 "총리 선출"이다. 우선은 이쯤으로 하고 최근 스페인 정치를 달구고 있는 최근 이슈로 넘어가보자.
#스페인/포데모스(Podemos : 우리는 할 수 있다)/(당대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오호 그러고 보니 아이슬란드의 해적당이나 스페인의 포데모스나 당의 색깔이 매우 비슷하다. 하긴 보라색이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풍기긴 한다. 배 위에서 당기(黨旗)를 흔들고 있는 위 사진의 해적당원들처럼 포데모스의 당원들도 뭔가 포스가 남다르지 않은가^~^ㅎㅎ
내각제는 대통령제에 비해 협치(協治)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로 그 협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교착상태(deadlock)에 빠진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바로 그러한 예를 스페인 정치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총선이 치러지던 같은 시기 스페인에서도 의미 있는 정치 뉴스가 나왔으니, 바로 국민당(PP : Partido Popular; People's Party)의 라호이(Mariano Rajoy) 총리가 국회의 신임을 받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것이 그것이다. 라호이가 이끄는 첫 내각은 2011~2015년에 운영되었으나, 이후 총선에서 국민당은 과반확보에 실패하고 연정을 구성하는 데도 실패하면서 무려 10개월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한, 사실상의 정부 공백상태에 놓여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재총선을 실시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 다수당 무, 정부구성 실패!!! 안갯속 정국에서 세 번째 재총선마저 점쳐지던 중, 사회노동당(PSOE : Partido Socialista Obrero Español)의 극적인 타협과 함께 라호이에 대한 신임으로 비정상인 국정 상황은 일단 봉합되었다.
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Sí se puede(Yes, it can be done)할 수 있어!!"을 구호로 내걸고 있는 포데모스는 2014년에 탄생한 젊은 정당이다. 그러나 그 저력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창당 2년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비중 있는 의석(하원의원 350석 중 69석/상원의원 266석 중 23석)을 차지하며 제3당으로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프랑코의 독재 붕괴 이후 이어져온 좌(사회노동당)-우(국민당) 진영간 양당 지배체제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포데모스의 이념적 지점이 보다 좌(左)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현재 제2당인 사회노동당으로서는 좌파정당으로서 본인들의 포지션을 확실히 잡는데 급급한 모양새다. 좌파진영의 사회노동당이 우파 진영의 라호이 총리를 신임하는 데 표를 보탠 것도 포데모스의 세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적인 성격이 짙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언급했듯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제1당인 국민당도 매한가지다. 사회노동당을 당황시킨 것이 포데모스라면, 국민당으로서는 중도 우파를 표방하며 부상한 시민당(Ciudadanos)의 돌풍에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어찌 됐든 현 정국을 수습해서 소수정부로 내각을 차리기는 했지만, 앞으로 라호이의 정국이 거쳐야 할 험로가 눈에 훤하다. 재미있는 점은 신생정당인 포데모스는 유럽공동체의 근간을 이루는 리스본 조약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한편, 또 다른 신생정당인 카탈루냐 지역(바르셀로나를 주도로 하는 지방)의 분리독립운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득세한 정당이라는 점이다. 한쪽은 분리주의 한쪽은 통합된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다.
# 국왕(펠리페 6세) 주재의 취임식과 함께 2기 내각을 이끌게 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아이슬란드의 "해적당"도 그렇고 스페인의 "포데모스"도 그렇고, 주목해야 할 점은 두 당이 창당된 시점이다. 전자는 2012년 후자는 2014년에 설립되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유럽 또한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가부도를 경험했던 국가가 있으니 브렉시트라는 단어의 원조인 "그렉시트"의 장본인 그리스를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조용하게 어물쩍 우리의 관심 밖에서 국가부도를 겪은 국가가 있었으니 바로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텔레비전 방영을 통해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관광지 또는 유로8강의 이변을 연출한 나라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아이슬란드는 유럽의 금융위기 당시 3대 은행이 파산하고 IMF의 관리를 받는 등, 브레이크 없는 금융정책의 댓가를 톡톡히 치른 국가다. 원래 어업이 국가의 기간(基幹) 산업이었던 아이슬란드는 각종 금융정책 규제를 완화를 통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들이닥치자 이런 호황을 지탱해줄 자본의 유입이 끊기면서 주요 은행은 파산하고 주식의 가치는 95% 가까이 하락했다.
자산 가치의 폭락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 정부의 대응이었다. 세금으로 국가빚을 갚겠다는 정부의 방안에 극렬히 반대하며 시민들은 연일 냄비와 솥을 두드리며 시위를 벌였다. 이름하여 "프라이팬 혁명".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활용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점점 지평을 넓힌 것이 "해적당"이다. 그들이 내세웠던 공약은 일부 입법에는 실패했지만 눈에 띄는 독특한 것들이 많다. 미 정보국의 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망명을 추진한다든지,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일부 한계점이 드러났지만, 신선하고 도전적인 이미지로 아이슬란드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페인"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PIGS로 일컬어진 국가 중 그리스는 급진좌파 시리자가 득세했고, 포르투갈에서는 사회당을 중심으로 한 범좌파 연합이 결성되었다. (참고로 지금까지 언급된 국가 중 그리스만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고 나머지 국가(아이슬란드,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은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스페인의 기존 양당 지배체제(양당제가 아니다)를 무너뜨리고 포데모스가 전면에 등장한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EU가 강제하는 긴축체제 안에서 시민들은 절망감을 맛보는 동시에 분노감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페세타(스페인의 舊 통화)를 버리고 유로화를 택함으로써 많은 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지만, 그 가운데는 투기성 자본이 끼어 있었고 버블이 유지되는 동안은 잠시나마 경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달콤했던 시간이 지나고 쓰디 쓴 현실에 직면했을 때 그것은 생각보다 더 쓴 것이었다. 사실 EU를 이끄는 몇몇 수장국(독일, 프랑스 등)은 PIGS(Portugal, Italy, Greece, Spain)라는 명명을 통해 이들 남부유럽 국가가 마치 게으른 돼지인 양 매도하고 있지만, 사실 스페인의 경우 유로화에 통합되기 이전에는 오히려 재정적으로 건전한 국가에 속했다. 금융위기가 몰아닥치기 전인 2007년 기준으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은 스페인이 약 36.3%, EU 평균이 59.5%니 스페인은 EU 평균을 밑도는 준수한 재정건전성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이 유로존에 통합되면서 외국자본이 대거 몰려들면서 거품을 키웠던 주범들이, 금융위기가 되자 야멸차게 자본을 거두어들이면서 이제 와서 그 책임까지 스페인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정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페인이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구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늘날 아이슬란드가 성공적을 경제적 회생을 이룬 것은 그들이 독자적인 통화(크로나 ; krona)를 유지하고 있었던 덕이 크다. 그러나 스페인의 경우 이미 유로존에 연동되어 있다. 스페인의 경제정책은 유로존의 경제정책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iOS를 안드로이드에 호환시키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데모스는 긴축정책 중단 촉구, 복지 확대, 증세, 카탈루냐 주민의 자결권 보장 등의 공약으로 내걸며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PIGS 가운데 아직까지 언급이 없었던 이탈리아의 정치 현황으로 넘어가보자.
#이탈리아/오성(五星)운동/(대표 : 베페 그릴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높은 실업률은 여전히 사회적 문제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약 25%, PIGS 국가 가운데 실업률이 가장 낮다는 이탈리아가 13% 정도다. 청년실업률로 옮겨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모두 청년구직자 두 명 중 한 명(40~50%)은 실업상태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체감하는 청년실업률이 30% 정도라고 하니, 이들의 실업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온다. 그런데다 이탈리아에는 2015년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최근 유래없던 규모의 자연재해까지 잇따르면서 이대로라면 남유럽 특유의 낙천적인 기질도 꺾일 기세다.
한편 이탈리아는 북아프리카나 중동에 면한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서 "난민 유입" 문제가 심각한 나라이기도 하다. 2015년을 기준으로 그리스로 유입된 난민이 약 23만 5천명(67%), 이탈리아로 유입된 난민이 11만 5천여명(32%)이다. (우리나라의 선거구별 평균인구가 20만여명이니 난민의 유입규모가 얼마나 큰지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여하간 일부 스페인과 몰타로 유입되는 난민(1% 남짓)을 제외하면 절대 다수가 그리스와 이탈리아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그마저도 유입된 난민이 이 정도고, 도항(渡航)하다 지중해에 난파되어 희생거나 조난된 난민이 연간 1만 명을 훨씬 웃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의적 차원에서 이들을 구조하는 활동 또한 국가 차원에서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히틀러의 나치즘과 무솔리니의 파시즘의 상흔을 갖고 있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우 난민 정착에 대해 유화적(有和的)인 입장을 취하고는 있는 편이지만, 언제까지고 난민의 엑소더스를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시리아에서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유럽에서 난민 쿼터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당시 이탈리아가 쿼터제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한 것은 그런 까닭에서다.
# 아프리카 대륙과 가장 가까운 시칠리 섬으로 유입되는 난민들
본론으로 들어가 오성운동(M5S : Movimento 5 Stelle ; Movement 5 Stars)의 설립은 200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의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Beppe Grillo)와 웹 사업가 쟝로베르토 카살레지오(Gianroberto Casaleggio)가 설립한 '시민결사체'인 오성운동의 다섯 개 별은 각각 물(공공 수도시스템), 운송(지속가능한 교통체계), 환경/에너지(생태주의), 인터넷(인터넷 접근성 확대), 지속가능한 발전을 말한다. 앞서 창당이라는 표현 대신 '설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들 스스로도 본인을 하나의 '정당'이라기보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며 '시민결사체'를 자처하기 때문이다. 이 결사체의 창립자인 직업(코미디언, 웹 사업가 등)을 보자면, 최근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의 시장으로 코미디언인 욘 그나르가 선출된 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찌 됐든 오성운동은 이탈리아의 기성정치에 대한 저항으로 직접민주주의를 내세우며 등장한 시민결사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국회에 의석을 갖고 있으니 형태면에서 분명 하나의 정당이다.
위 사진에 나오는 여성은 이번에 로마 시장으로 선출된 비르지니아 라지(Virginia Raggi)인데, 이번 지방선거 결과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인 토리노와 수도 로마에서 오성운동의 30대 여성 후보들이 시장으로 선출되면서 큰 이변을 연출했다. 신생정당으로서 오성운동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전방위적인 의견 수렴을 강조하는데, 라지 로마시장 뒤의 원형 로고 아래 보면 당 로고에 베페 그릴로가 개설한 블로그 주소가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오성운동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당 차원에서 이벤트성 행사를 추진하고 공약을 내걸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V-Day(Vaffanculo Day : vaffanculo가 이탈리아어로 쎈 욕이라는 데 의미는 정확히 모르겠음, 여튼 해석하면 'XXX'의 날이라고 하자)가 있다. "V"는 또한 부정의를 무찌르는 정의의 사도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를 상징하기도 한다는데, 다시 로고로 눈을 돌리면 "MoVimento 5 Stelles"에서 "V"가 빨갛게 강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로고 해석은 이쯤으로 접어두고, 이 행사를 통해 오성운동은 시민들의 집회를 이끌어내고 전과 기록이 있는 후보의 입후보 금지, *2선을 초과한 의원의 출마 금지 항목을 선거법에 추가하라고 요구하는 등 톡톡 튀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이탈리아의 정치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성추문으로 얼룩진 철면피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떠오를 것이다. 그만큼 기성정치의 부패 척결을 위한 이탈리아 시민들의 열망은 크다.
# 포데모스(Podemos)가 개최한 써클(Círculos ; Circle), 현대판 아고라 정치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활약 중인 좌파정당들을 살펴보았다. 이들은 일면 포퓰리즘에 기반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미숙한 조직 운영을 보인는가 하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한계점을 지니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 로마 시장으로 선출된 라지 시장의 경우 도시의 쓰레기 처리 문제, 교육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되었으나 불충분한 공약 이행, 측근 비리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취임한지 얼마 안 되어 벌써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기성정치에 대한 반작용으로 돌출되어 나온 신생정당의 경우 투명성과 청렴은 당의 존속을 위한 생명과도 같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 돌풍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던 해적당이 투표결과 여론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를 얻으면서 지지기반의 한계를 드러냈다. 물론 그 나라의 선거 시스템 자체가 신생정당이 진입하기 어려운 선거제를 채택하고 있다면, 제도적인 불이익도 일부 작용했을 수 있다. 어찌됐든 요 근래에 생긴 신생정당들이 앞으로 얼마나 명맥을 이어갈지는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이러한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포데모스의의 플라자 포데모스라는 의견수렴 시스템이다. 포데모스는 "Reddit"(Read+Edit의 합성어로 소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적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당원간'인 아닌 '당원-의원간' 쌍방향 의견교환이 가능한 장(場)을 마련하고 있다. 물론 이에 준하는 정도로 아이슬란드 역시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하고 있고, 오성운동 역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쌍방향 의견교환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국회의원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당원-의원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일견 떠오르는 질문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쏟아지는 다수(당원)의 질문을 소수(의원)이 실시간으로 소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분명 온라인 플랫폼에서 매듭지을 수 있는 정당 어젠다의 범위 또는 구체화 정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포데모스가 또 하나 고안한 것이 오프라인의 소조직인 "Circle"이다. 지구당 산하의 몇 개 동(洞)을 엮은 오프라인 기초조직으로 Circle을 통해 정치교육이 이루어지고, 정치인들은 회합을 통해 당원과 대면(對面)을 통해 시민들이 살갗으로 느끼는 사회문제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다. Circle에서 논의하고도 매듭짓지 못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Reddit으로 끌고 와 개방된 공론장에서 다시 한 번 토론을 거치는 식이다. 그야말로 체계적으로 착착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포데모스 또한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당에 지나지 않는다면 비판에 직면했지만, 그러한 문제점을 풀어나가면서 정당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여하간 신생정당들의 새로운 시도가 기성정치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시민들의 자각"과 "기성 정치인들의 위기감"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지금, 유럽의 좌파정당들이 "진부하다"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현 정치판 자체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D
1. 유럽의회 : 유럽 인구 5억 6백만 여명을 유권자로 두고 있는 유럽의회는 5년마다 국가별로 보통선거를 실시하여 의회(총 751석)를 구성한다. 가장 마지막으로 실시된 총선은 2014년 6월에 실시되었으며 의석수는 인구에 비례하여 배분된다. 인구순으로 독일(96), 프랑스(74), 영국(73 ; 現 탈퇴 예정), 이탈리아(73), 스페인(54) 등이 있으며 인구가 적은 소국은 정치적 발언권이 약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의석수를 인구비례 이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본부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두고 있으며, 스페인의 Podemos는 스페인에 할당된 54석 중 5석, 이탈리아의 오성운동은 이탈리아에 할당된 73석 중 17석을 확보하고 있다.
2. 부흥당 : 현재 아이슬란드 제1당이 된 독립당의 핵심이념의 한 축인 생태자유그룹 조직이 분리/탈당되어 결성된 중도우파 정당이다. 이념적으로 중도우파를 지향하고 있지만, 독립당으로부터 분리되었다는 점에서 우파 진영과 연정을 할지 좌파 진영과 연정을 이룰지 미지수이다.
3. 아일랜드 : 1980년대까지만 해도 농업이 주 산업이었던 아일랜드는 1995년과 2007년 사이 연평균 7%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며 한때 강소국으로 일컬어졌다. 그러나 외국 자본을 등에 업고 추진한 신자유주의적 금융정책과 느슨한 부동산 정책은, 유럽이 금융위기가 터지자 직격탄을 맞았고 아일랜드는 국가부도를 맞는다. 2011년 정권교체 이후 뼈를 깎는 긴축정책을 통해 2013년 EU의 구제금융에서 졸업하였고 지금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4. 2선 초과 출마 금지 : 정치인은 '임시직'이라는 인식에서 오성운동이 내세우는 구호다. 정치인이라는 직업이 하나의 경력이 되어 한 정치인이 오랫동안 국정에 참여할 수록 금전적인 착복과 정경유착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정치인으로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 밖에 정치인이 겸직할 수 있는 업무에 엄격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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