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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개드는 유럽의 극우정당들주제 있는 글/<Portada> 2016. 11. 19. 12:55
# 유럽의 극우정당
# 폴란드 / 법과정의당(Law and Justice Party) / (당대표 : 야로슬라우 카친스키)
극우정당에 관한 포스팅은 조금은 생소한 폴란드의 이야기와 함께 서두를 열어볼까 한다. 요즘 폴란드가 동구권에서 떠오르는 핫한 시장(市場)이라고 하던데, 아직까지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은 미미한 것 같다. 최근 체코~헝가리~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로 이어지는 동유럽 일대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그 동안 국제사회를 쥐락펴락 해온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서유럽 국가에 비해 동유럽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 와중에 국제면에서 '폴란드'라는 이름이 오르내린 일이 있었으니, *낙태 전면금지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검은 옷을 입고 시위에 참여한 것이 그것이다. 사실 나도 동유럽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가 없지만, 낙태 전면금지에 반대하는 운동이 전개되는 것, 그리고 헝가리를 필두로 해서 난민에 대해 매우 비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면, 동유럽은 서유럽에 비해 아마 세계화도 덜 됐고 그만큼 더 보수적인 사회인 것 같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폴란드가 겪은 질곡의 역사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폴란드라는 국가의 정체성이 처음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0세기경 폴라니에 족을 중심으로 결성된 피아스트 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역사는 폴란드의 역사에 비해서는 약 두 배 이상 긴 편이다. 여튼 초기 폴란드를 거쳐, 중세 폴란드는 현재의 우크라이나 일대인 키예프와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함락시킬 만큼 위용을 지닌 동유럽의 강국이었다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발표된 것 역시 중세 폴란드가 막을 내리기 직전 시기(1543). 그러나 근대 폴란드는 지정학적 위치 탓에 여러 차례 수모를 겪는다. *근대 유럽의 5대 열강 가운데 3개국(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에 에워싸인 탓에, 폴란드 영토는 외세에 의한 분할과 통합의 전쟁터가 된다. 2차 세계 대전 이후로는 공산주의를 표방한 소련의 위성국가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소련 붕괴와 맞물려 자유화를 맞이한다.
# 폴란드의 검은여성 시위
자연히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뒤에도 정권을 창출하는 것은 좌파 정당의 몫이었다. 공산주의가 빠져나간 자리에 사회민주주의 모델을 도입하고, 親서방(EU) 정책과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를 중시했던 것이 폴란드 좌파 정당의 기조였다. 이러한 기조 아래 좌파 정당은 민주화 이후 폴란드 정치를 지배해 왔다. 그러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비세그라드 4개국(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사회가 폐쇄되었던 오랜 관성 탓인지 기본적으로 민족주의가 강하다. 그런데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러한 국민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이 흐름 속에서 득세를 한 것이 법과정의당이다. 2015년 총선결과, 90년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우파(극우)정당이 집권당이 되었고, *대통령제가 가미된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폴란드에서는 처음으로 단독정부를 구성했다. 즉, 집권당이면서 동시에 과반까지 확보한 것이다. 이에 비해 좌파정당들은 거의 전멸에 가까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해 치러진 대선에서 법과정의당의 후보로 출마한 "안제이 두다"가 43세의 젊은 나이에 폴란드의 제6대 대통령으로 등극하는 이변을 연출하기까지.. 작년은 그야말로 폴란드에서 법과정의당의 해였다.
# 現 폴란드 대통령, 안제이 두다(Andrzej Duda), 오바마가 취임한 나이(47)보다는 어리고 케네디가 취임한 나이(43)와 같은 젊은 정치가다
물론 모든 정치라는 게 지역적인 특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마찬가지로 법과정의당의 포지션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 NATO와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중시하면서도, 反EU 기조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법과정의당 이전의 집권당이었던 좌파정당("시민연단")의 정강(對NATO 정책)을 계승하면서도, 反EU라는 면에서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법과정의당을 우파정당, 그 가운데에서도 "극우정당"으로 분류하는 것은 민족주의에 기반한 "反난민유입 정책"에 있다. 때문에 이민자 이슈가 크게 불거진 적이 없었던 동유럽 국가에서 난민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폴란드 국민의 선택은 난민 NO! 법과정의당 Welcome!!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 독일 / 독일을 위한 대안(AfD : Alternative für Deutschland) / (당대표 : 프라우케 페트리)
이번에는 폴란드의 이웃국가이자 오랜 앙숙이었던 독일로 고개를 돌려볼까. 사실 "단일민족 신화"에 함몰되어 있는 나라 하면 또 대한민국 아니겠는가. 나만 해도 어린 시절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나오는 문구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물론 지금은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면서 '민족'이라는 단어가 쏙 빠졌지만 말이다.
이런 우리의 관점에서 그 동안 독일이 난민 정책에 대해 보여온 행보는 가히 파격적인 것이었다. 독일은 가장 많은 규모의 난민 수용 분담에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먼저 솔선수범함으로써 다른 EU 국가에게도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할 것을 종용하기까지 했다. 순혈주의가 하나의 소중한 가치인 우리나라 사람의 관점에서, 그 잘 산다는 독일이 저희들끼리 잘 살아도 충분할 것을, 굳이 인종이 다르고, 역사가 다르고, 게다가 먹여주고 재워줘 봐야 테러를 자행할 수도 있는 (그리고 실제로 테러를 저지르기도 한) 중동의 난민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게르만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고, 지금까지도 스킨헤드가 왕왕 출몰하는 독일이 원래 이렇게 외부인에 포용적인 국가였단 말인가?!?-_-;;(헷갈림...)
# 베를린의 한 난민캠프에서 난민과 셀카를 찍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독일이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난민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계산에서 난민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두 말할 것 없이 자명한 사실이다. 일찍이 노동력 부족을 경험한 독일은 노동력이 부족한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데 개방적이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터키인의 유입이 두드러지는데, 경제부흥기였던 '라인강의 기적' 시기 독일로 대거 유입된 터키인은 *독일의 이민사회(오늘날 전체 인구 대비 20%) 안에서도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한다. 문제는 비이민자들, 그러니까 게르만인들의 출산율은 저조한 반면, 터키인들은 다자녀 복지정책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자녀를 많이 출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독일은 인구의 20%를 이민자로 충당할 만큼 주변국에서 노동력을 끌어모아 왔지만, 향후에도 노동력 절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것이 독일정부가 문제의식을 느끼는 대목이다.
아직까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연합(CDU : Christlich-Demokratische Union Deutschland)은 여유가 있는듯 하다. 물론 독일 사회 내부에서 이민자 유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친(親)난민이라고까지 할 만한 여론도 아니다. 그러나 유럽 국가 가운데에는 이민자 유입에 대해 가장 우호적이다. 이민자 유입이 '국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70%,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30% 정도로 나타난다. 독일 다음으로 이민자에 관대한 여론을 보이는 영국이 각각 55%, 35% 수준이고, 이민자에 가장 비우호적인 측이 속하는 그리스에서는 반대로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70%, '국력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20%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후 쾰른 집단 성폭력 사태, 뮌헨 총격 사건을 거치면서 메르켈의 난민정책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졌다)
# 작년말 새해로 넘어가는 시점, 쾰른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력 사건과 이에 반대하는 시위
실제로 독일은 적극적인 난민 유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리아 난민의 대거 유입이 있었던 2015년 자료는 아니지만, 2014년을 기준으로 독일은 2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유럽 내에서 단연 압도적인 인구다. 그러나 통계가 일러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 중에 실제로 독일에 수용되는 인원은 비율상 열 명 가운데 네 명에 불과하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체 인구 대비 난민의 비율이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다. 때문에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 인구에서 난민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없다. 비율면에서 인구 100만명당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국가는 오히려 스웨덴이다. 다시 2014년 기준으로 인구 100만 명당 난민의 수는 스웨덴의 경우 8,365명이다. 그리고 헝가리, 오스트리아, 스위스(대체로 난민들이 경유하게 되는 국가들이다)에 뒤이어 다섯 번째에 독일이 위치한다. 인구 100만 명당 2,513명 수준.
# 독일 內 "독일을 위한 대안"의 득표 현황(Source : 인디펜던트 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부분은 여론의 지역별 편차다. 폴란드처럼 기존에 동구권에서 속했던 舊 동독에서는 난민에 대해 비우호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부유한 舊 서독 지역의 주(州)들은 난민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난민이 많이 정착하고 있는 일부 주(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라인란트-팔츠(Rheinland Pfalz),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에서도 난민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고 있다. 집단 성폭력 사건이 벌어진 쾰른이 위치한 곳이 바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이다.
때문에 난민에 대한 여론 악화에 편승하여, 反난민정책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독일을 위한 대안'이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2013년에 출범한 신생정당이다. 이들 지지자들이 정당 지지 이유로 꼽는 것이 첫째 현 난민정책에 대한 불만, 그리고 둘째 국가안보다. 모두 난민 유입과 관련된 이슈다. 그 동안 메르켈은 동독 출신이기 때문에 동독 주민의 지지를 수월하게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정치적 고향인 옛 동독 일대에서 제2당의 지위를 놓고 기민당과 독일을 위한 대안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민심의 동요가 목격된다.
물론 *기민당-기사당을 중심축으로 하는 연정체제가 당장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4선 총리 연임을 바라보는 현시점에서, 또한 난민 정책에 대한 반론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에서, 독일의 난민정책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프랑스 / 국민전선(FN : Front National) / (당대표 : 마리 르 펜)
폴란드에서 독일로 넘어왔으니 좀 더 서쪽으로 시선을 옮겨볼까. 이번에는 프랑스다. 얼마전 국가기밀 누설로 인해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됐다던데.. 올랑드가 어지간히 인기가 없긴 없는가 보다. 물론 탄핵 의결까지 실현가능성은 낮다고는 하지만, 후폭풍이 거세서 재선에 나서지 못하는 첫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더불어 올랑드 대통령이 소속된 '사회당'도 급속한 여론 악화와 인기 감소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라고 한다.
한편 11월 13일은 파리 테러가 발생한지 1주년이 된 날이기도 했다. 경악스러웠던 그때의 사건이 다시 조명되며, 이민자 그리고 난민에 대한 유럽의 현 위치를 다시 되짚어보는 기사가 쏟아졌다. 프랑스는 反난민 움직임의 선봉에 서 있다고 보아도 과장이 아닌 것이, 유달리 프랑스를 타겟으로 한 대규모 테러가 많았던 것이 많았던 2015년이었다. 샤를리 엡도에 가해진 총격사건에서부터, 파리 극장 테러, 니스의 트럭 테러에 이르기까지...도무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기괴한 방식을 동원한 "외로운 늑대"들의 무자비한 테러는 프랑스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겨놓았다.
# 파리 테러를 추모하는 시민들
'프랑스'라고 하면 흔히 인용되는 관용구가 "똘레랑스(tolérance)의 나라"라는 건데, 사실 정말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고.. 다만 증가하는 이민자 인구에 발맞춰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국가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면에서 오늘날 다시금 민족주의라는 향수와 함께 정치적 우경화로 선회하는 모습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앞서 폴란드와 같은 대다수 동유럽 국가들은 애당초 이민자와의 마찰에 관한 사회적 이슈가 적었던 곳이다. 따라서 그동안 잠가왔던 빗장을 더 단단히 단속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는 다르다. 그 동안 빗장을 적당히 열어왔었는데, 이제는 봉쇄해버리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우경화와 관련하여, '프랑스!!!'라고 하면 이미 너무나도 고유명사화돼버린 *"똘레랑스(tolérance : 관용)"와 더불어, 라이시테(laïcité)라고도 일컬어지는 정교 분리 원칙의 관점에서 문제의 핵심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조금 해묵은 주제일 수 있지만 "라이시테"는 졸업학기 <정체성정치>라는 정치학 수업에서 다뤘던 내용이기도 하다.
#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 대통령 집권 당시, '공공장소에서의 히잡 착용 금지'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한 무슬림 여성
먼저 "'라이시테'란 무엇인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영어로 된 정의를 찾아보니 '공공부문에서 종교적 관여의 배제, 정책 결정에서 종교적 영향력 금지'로 풀이된다. '라이시테'는 '프랑스'라는 공화국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이며, 프랑스 헌법 제1조에도 이를 명확하게 천명하고 있다. 헌법 제1조에 따르면, "프랑스=비종교국가"("La France est une République indivisible, laïque, démocratique et sociale.")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 1789년 프랑스 혁명(그리고 정치영역에서 가톨릭교와의 결별) 이후, 신구교간 종교전쟁을 거치면서 1905년 마침내 "정교 분리"는 프랑스 헌법에 포섭되었다. 실제로 프랑스 정치인은 공적인 발언에서 종교적인 언급을 극도로 삼간다.
프랑스에서 '똘레랑스' 그리고 '라이시테'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된 것은 2000년대 접어들면서부터다. 헌법이라는 최상위 규범이 법률이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가시화된 정책으로 드러나면서 종교간 갈등 양상이 증폭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던 2004년 '공립학교에서 종교 상징물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효되었다. 무슬림 여성의 히잡은 물론이고, 유대인의 야르물케(yarmulke : 머리에 쓰는 작은 흰 모자), 심지어 십자가 목걸이까지 그 대상이었다. 2009년에는 더 강화된 법안이 통과되어, 병원과 같은 공공서비스 시설에서의 종교상징물 착용까지 금지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 '라이시테'가 헌법에 포섭되던 20세기 초와는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무슬림 인구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난 것. 현재 프랑스에는 470만 여명의 이슬람 신자들이 살고 있다. 독일에 비해 근소하게 작은 인구이기는 하지만, 인구 비율상으로는 서유럽에서 단연 가장 높은 수치다. 위 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무슬림의 반발이 뒤따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이후의 전개는 잘 알려진 바와 같다. 종교적 상징을 떠나 여성의 정숙을 상징하는 전통으로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는 무슬림측의 주장. 그리고 자문화 중심주의에 지나지 않는 히잡은 프랑스의 똘레랑스에 맞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 실제로 언급한 법안들이 발효된 뒤로, 여성들의 히잡 착용이 근절(?)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다양성 속의 공존 vs. 공적영역에서 정교분리. 몇 차례의 테러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프랑스는 뒤엉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을까? 또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 프랑스 內 지역별 정당 지지현황(어두운 파랑 : 국민전선 / 밝은 파랑 : 공화당 / 분홍 : 사회당) (Source : franceTVinfo)
다시 정당 이야기로 돌아와서(참고로 나의 포스팅 컨셉은 '정당'을 중심으로 보는 유럽정치였다;;), 이 와중에 득세하고 있는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앞서 언급된 법과정의당, 독일을 위한 대안과는 체급이 다르다. 창당한 시기만 해도 이미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급'이라는 게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국민전선'은 폴란드의 '법과정의당'처럼 집권당이 된 경험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지방선거에서 1차 투표에서 거세게 표몰이를 하는가 싶더니, 이를 견제한 공화당과 사회당이 후보를 단일화하면서 *2차 결선투표에서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과는 완패. 그러나 마뉘엘 발스(Manuel Valls) 총리가 선거 후 말한 것처럼, "극우정당의 '위험'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다."
'국민전선'에서는 "극우정당"이라는 표현 자체를 거부한다. 자신들이야말로 일상적인 보수정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정강을 대충 봐도 이들이 극우정당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음이 분명해진다 : 이민 전면 금지, 주권 강화(反EU), 가톨릭의 전통적 가치 복원, 사형제 부활 등등등. 비록 지역선거에서는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프랑스에게 할당된 유럽의회의 74석 가운데 24석을 쓸어간 것으로 미루어보건대, '국민전선'에 대한 범국민적인 기대와 열망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017년은 프랑스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現 대통령인 올랑드는 정치적 스캔들로 진퇴양난에 빠지고 사회당까지 진창으로 끌고 들어가는 모양새다. 다시 한 번 대권 도전을 피력한 공화당의 사르코지(Nicolas Sarkozy)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최근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른 국민전선의 당수 '마리 르 펜'에 대한 지지율이 사르코지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올랑드는 물론이고..) 물론 요새 실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과연 여론조사라고 다 맞는 건 아닌 것 같더라만, 지도에도 나와 있듯 국민전선에 대한 지지율 상승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덧. 이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두 번째 포스팅도 끝났다. 누가 볼지도 모르는 포스팅이고 대충 써도 그만인데, 쓰면 쓸 수록 잘 써보고 싶어서 쓰다보니 글이 꽤 길어졌다. 급진 좌파 정당에 대한 첫 번째 포스팅을 마치고 나니 부족한 부분이 여럿 보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두 개의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알게된 것이, 현재시점에서 남부 유럽에서는 급진 좌파 정당이, 서유럽과 동유럽 일대에서는 극우 정당이 득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론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재 유럽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의 화두는 크게 두 가지, "난민 문제"와 "국가의 자율성" 문제라고 판단했었다. 그런 면에서 남유럽에서는 급진 좌파 정당이, 서/동유럽에서는 극우정당이 국민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는 것 같다. 공통의 이슈 속에서 전개되는 정치 양상이 이토록 다양한 것을 보면 신기하다. 어찌 됐든 <中>편은 이렇게 끝을 맺으려 한다.
<下>편에서는 세계화에 역행하는 지역주의 문제(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등등)를 다뤄보려고 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생각보다 두 번째 글을 쓰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기도 했고, 전문가도 아닌데 장문의 글을 쓰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한다. 글의 후반부(프랑스)로 가면서는 글을 여러 번 읽어보지 못해서 어색한 글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행여 본문에 언급된 사실/의견과 반대되는 내용이 있다면 얼마든 말씀해주시길.
가끔 글을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애매한 글들이 있는데 이번 글이 그렇다. 여튼 이쯤에서 끝마친다. 총총(悤悤).
참조
* 폴란드의 현행 낙태법 : 폴란드의 낙태에 관한 법률은 우리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다. 근친, 강간, 유전적 장애를 사유로 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낙태가 허용된다. 가톨릭 국가가 대체로 그러하듯, 폴란드 역시 낙태에 매우 부정적이며, 낙태에 대한 법률 또는 정책 역시 유럽내에서도 매우 보수적인 측에 속한다. 최근 폴란드 정부는 예외적인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나, 시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 근대 유럽 5대 열강 : 영국, 프랑스,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
* 폴란드의 정치제도(대통령제가 가미된 의원내각제) : 기본적으로 의원 선출은 의원내각제를 통해서 진행하고 내각 또한 선출된 의원을 기반으로 구성되지만, 정부의 수반은 총리가 아닌 대통령을 두고 있으며 직선제를 통해 선출한다. 총리에게 할당된 업무의 폭이 훨씬 좁고, 교착상태에서 총리에게 권한 이양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와는 차이가 있다. 폴란드의 첫째 사진에서 왼편에서 손을 들고 있는 여성이 총리(베아타 시드워)이고, 오른편 전면에 서 있는 백발의 남성이 법과정의당의 당대표(야로슬라우 카친스키)다.
* 독일의 이민사회 : 중동으로부터의 난민 유입이 가속화되기 이전부터, 독일은 유럽내에서도 이민자의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국가였다. 독일의 이민자 인구는 이미 700만 명을 훌쩍 넘긴 상태이며, 이 가운데 터키인의 비율이 가장 많다. 그 뒤로 舊 유고슬라비아, 폴란드, 러시아 순으로 이민자 비율이 높다.
* 기민당-기사당 : 독일연방공화국 건국(1949년) 이후 3개 정당(사민당,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 자유민주당)만이 연방하원에 진출하여 3당체제를 유지하였으나, 1980년대부터 환경문제를 앞세운 녹색당이 진출하였고, 통일 이후에는 동독에 기반을 둔 좌파정당이 진출. 전통적으로 중도진보를 대변하는 사회민주당(SPD)과 중도보수를 대변하는 기독교민주연합(CDU)가 40% 내외의 득표율로 연방하원에 진출하며 다른 소수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였다. 현재는 2013년 선거 결과 제1당이 된 기민당이 사민당과 대연정을 이루고 있다. 참고로 기독사회당은 독일 내 바이에른 주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 똘레랑스 : 언제부터 "똘레랑스의 나라, 프랑스"라는 표현이 이토록 익숙한 표현이 된 걸까?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에 출간된 홍세화 씨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에서 논의된 똘레랑스에 대한 논의가 그 시초로 보인다. 책의 말미에서 홍세화 씨는 "한국 사회가 정(情)이 흐르는 사회라면 프랑스 사회는 똘레랑스가 흐르는 사회"라고 소개한다. 잠시 그의 책에서 똘레랑스에 관한 내용을 더 인용하자면, 프랑스어 사전상 '똘레랑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의미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똘레랑스"에 상응하는 "관용(寬容)"이라는 표현이 있는만큼, 순화해서 쓰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 결선투표 : 입후보한 여러 명의 입후보자 가운데 1차 투표에서 득표를 많이 한 2명을 추려, 결선에서 승자를 가리는 방식. 프랑스는 대통령 선출에서도 결선투표제를 택하고 있다. 과반을 명확히 가린다는 점에서 선거결과를 유권자가 받아들이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거나 득표율을 높이기 위하여 후보간 정치적 거래가 이루어지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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