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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하는 생활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2. 10. 3. 12:37
나는 우선 아침 시간을 이용해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천오백 원짜리 가성비 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든, 오천 원짜리 풍미 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든, 아침 시간에 찾는 카페는 언제나 한적하다. 요즘은 수필을 곧잘 찾아 읽곤 한다. 이전에는 소설이나 역사 서적들도 잘 찾아보았지만 두꺼운 책에는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카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창가 쪽이다. 창가에 앉아 책을 읽으며 한낮의 열기가 서서히 올라오는 걸 바라보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섯 살 난 강아지를 데리고 걷는 코스는 꼭 정해져 있다. 우리집 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시원한 가로수길을 걷는다. 가로수길이 끝나는 지점에 수풀이 우거진 지점이 있다. 우리집 강아지는 보도블럭보다는 흙이 있는 길을 훨씬 좋아한다. 때로는 내가 잘 따라오는지 뒤돌아보고, 기분이 좋을 땐 폴짝폴짝 뛰는 게 강아지라기보다는 토끼같기도 하다. 요즘처럼 날씨가 선선할 때가 강아지 산책을 하기에 가장 좋다.
이따금 아무런 까닭 없이 도심 한복판을 거니는 것을 좋아한다. 광화문에서 시청에 이르는 길에는 오래된 건물과 새 건물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조선조에 지어진 건물과 근대에 지어진 서양식 석조물, 유리로 덮은 현대식 건물까지. 건물의 틈바구니마다 담배를 입에 문 중년의 직장인,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가벼운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여직원들, 국적을 가늠하기 어려운 외국인들, 서로 다른 팔을 포개고 걷는 연인들, 백팩을 메고 트레이닝복 차림에 학원으로 향하는 수험생까지 길 위를 분주히 오가는 군상을 관찰한다.
수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수영은 초등학교 때 접영까지 배워둔 적이 있다. 수영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해서 일단 배우고 나면 까먹지 않는다. 20여 년이 지나서 다시 수영을 시작했는데, 물 속을 부유하던 예전의 감각을 조금씩 일깨우면서 헤엄치는 재미가 있다. 중력의 굴레를 벗어나 물살을 가르다보면 다른 내 모습을 찾는 것 같기도 하다. 목과 등의 오래된 통증으로 병원을 갔다가 의사 선생님이 수영을 권해주신 덕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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