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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떨어지던 날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2. 7. 8. 00:27
근래 몇 년 중 가장 장마다운 장마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 도착한 이후로 일주일 가까이 비가 내리고 잠시 날이 개이는 듯 싶더니, 다시 비 예보가 꽉꽉 들어찼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파리에 좀 더 오래 머무를 걸 그랬다는 괜한 아쉬움도 들지만, 몇 주 지나고 나면 파리야말로 서울보다 날씨가 더욱 더워질 것이다. 물론 서울의 찌는 듯한 더위와는 다르겠지만.
간밤에 내린 거센 비 때문에 여름 한철 대롱에 매달려 있어야 할 능소화가 우수수 떨어진 걸 오늘 아침 길을 걷다 발견했다. 낙화(落花)라고 하기에는 색깔과 모양이 퍽 소담스러웠다. 물기를 머금은 선명한 다홍빛에서 생(生)의 강렬함이 발산되는 것을 느낀다. 동시에 황망히 시들어가는 꽃송이들을 보면서 그러한 약동(躍動)이 맥없이 끊겨 버렸다는 데에 시간의 덧없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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