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ilogue. 臺北여행/2016 대만 臺北 2016. 5. 12. 18:00
<중정기념당에 올라가서, 아침부터 웬 칼을 들고 태극권을 하고 계시는;;;>
다짐했던 대로 출국일에 다시 한 번 중정기념당에 들렀다. 오전 비행기라 어차피 마지막날은 별다른 일정을 세울 수 없었고 중정기념당을 가는 일조차 귀찮게 느껴졌지만 시간을 쪼개서 잠시 들렀다. 그러고 보면 이번 여행중에 중정기념당만 세 번이나 방문했다.
중점기념당은 장제스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건립된 공간인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2.28 기념공원을 생각해보면 장제스에 대한 대만 국민들의 평가가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국가의 초석을 세운 지도자? 아니면 폭정을 펼친 독재자? 마냥 둥글둥글해 보이는 대만 시민들의 표정 한 구석에는 아마도 고단했던 근대사의 기억이 베어 있을 것이다. 며칠간 잠시 머물다 간 외지인은 읽을 수 없는...
한편 대만인이 국부로 추앙하는 쑨원(孫文)은 삼민주의를 주창하며 <민족, 민권, 민생>을 내세웠더랬다. 대만이라 하면 '양안관계'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데, 삼민(三民)의 잣대에서 대만과 중국은 지난 반 세기 서로 다른 노선을 걸어왔다.
<민족> 면에서 보자면 중국과 대만 모두 한족이 인구의 절대 다수를 점하고는 있지만, 대만은 본성인(17세기 명나라 때 청나라에 저항하며 타이완 섬으로 이주해온 기존의 한족)과 외성인(국공내전에서의 국민당 패배로 20세기 중반 대거 건너온 최근의 한족)이라는 보다 미묘한 균열을 갖고 있고 '하나의 중국'이라는 것에 대해 서로의 스탠스 역시 다소 다르다.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도 상당히 대비되는 것 같다. 티벳의 예에서 보듯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은 매우 폭력적이다. 반면 대만은 원주민(17세기 네덜란드에 의해 '문명'과 접촉하기 전까지 살고 있던 섬의 토착민)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화샨 1914/쏭샨 문화창작단지나 아니면 기념품샵을 가도 원주민의 예술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민권>, <민생> 면에서 볼 때, 두 나라는 정치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국민의 권익이 실현되는 정도나 일반적인 삶의 모습도 매우 다르다.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 하에서 중국인들은 아직까지 시민들의 권리 행사에 제약이 많다. 중국이 시장경제 체제를 통해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룬지도 어언 30년. 설상가상으로 2000년대 이후부터는 극심한 빈부 양극화의 수렁에 빠져서 활로를 모색하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에 비해 대만은 자유롭고 전반적인 삶의 질도 아시아 안에서 놓고 보자면 상위권이다. 1996년에 첫 총통을 선출한 대만은 우리보다도 민주정치의 역사가 짧지만 오늘날 시민들은 비교적 자유롭고 개방된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인다.
종합해 볼 때, 1992 컨센서스 이후, '통일'이라는 개념에 두 나라가 확실한 합의점을 찾기에는 아직 양국 사이에 놓인 골짜기가 깊어 보인다. 이번 차이잉원(蔡榮文) 총통의 당선으로 양안의 관계 설정과 국가의 비전에 대한 논의는 다시금 쟁점화될 것이다. 국가의 규모 면만 놓고 보자면 헤비급과 플라이급 사이의 부질없는 대결구도 같아 보여도, 대륙세력(중국)과 해양세력(미국)의 헤게모니 충돌이라는 점에서 단면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문제이다. 분단국으로서 비슷한 경로를 밟아온 우리에게 아주 먼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닌 이유이다.
어찌 됐든 이런 '해석'은 어디까지나 여행을 통해 느낀 개인적 생각일 뿐, 쑨원이 삼민주의를 제창할 당시는 청조 말기에다 외세의 침략이 가속화되던 시기였으니 지금과는 맥락 자체는 매우 다르다.
여튼.....짧고 굵은 여행이었다. 온전히 대만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러기에 주어진 시간이 짧았다. 다음에 대만에 갈 기회가 또 생긴다면, 그 때에는 남부 대만을 둘러보고 싶다. 그 때는 좀 더 식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여행을 하기로...커피도 좀 마셔보고, 찻집도 가보고...그럼~
5월의 타이베이, 아디오스~~!!!:D
'여행 > 2016 대만 臺北'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3 / 동부 타이베이 (0) 2016.05.11 DAY3 / 중부 타이베이 (0) 2016.05.11 DAY3 / 서부 타이베이 (0) 2016.05.10 대만의 字 (0) 2016.05.10 대만의 門 (0) 201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