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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chasser)일상/film 2016. 11. 19. 15:30
<카우보이(Les Cowboys)/드라마/토마스 비더게인/알랭(프랑수아 다미앙), 조르주(피네건 올드필드)/104>
좀 더 좋은 포스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일단 되는 대로 포스터를 싣는다.
TARGET 1. 가족
돌연 사라진 딸 켈리. 뒤늦게 가족은 딸이 이슬람에 경도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지하디스트가 되기 위해 중동으로 홀연히 잠적한 것. 그 누구라도 당혹스러울 상황. 무엇이 소녀를 이슬람으로 이끈 것일까. 그리고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가족은 모든 시간과 모든 비용을 기꺼이 바친다. 그러나 딸의 모습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가족의 유대는 무너져간다. 이제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묶어주는 것은 오로지 '딸의 구출'이라는 목적뿐. 그들의 관점에서 '구출'일 뿐, 자진해서 지하디스트가 된 딸은 '구출'되기를 거부한다. 이 모든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에 있을 법한, 특히나 유럽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해할 만한 일이다. 가끔은 청소년기에 특출난 행동을 하기 위해 별난 행동을 하지 않는가.
TARGET 2. 신앙
도대체 무엇이 소녀를 이슬람으로 이끈 것일까. 애당초 종교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가족. 카우보이 행사에 참석하여 이웃과 껄껄대는 일상적인 가족. 평범한 가족. 소녀는 이런 일상이 진부해진 것일까. 딱히 사회에 앙심을 품을 만한 계기조차 없는 10대 소녀는 왜 성전(聖戰)에 참여하기를 원했는가? 왜 일상 대신 비일상을 택한 것인가?
종교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조르주의 도움으로 프랑스로 건너오게 된 무하메드(켈리의 옛 남자친구)의 아내. 히잡을 쓴 그녀. 파키스탄에서 뿌리내린 그녀의 삶이 통째로 뽑혀버린 이후에도 그녀는 메카를 향한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알 길 없는 쿠란의 구절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관습.
하나의 믿음은 또 다른 믿음을 밀어내고, 개인의 삶을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그럼에도 맹목적인 믿음을 멈추지 않는다. 제3자의 눈에는 '비극'이, 그들 자신에게는 '희극'이 되는 맹목적 신앙. 그리고 그러한 신앙간의 전쟁. 그런 근본주의자들. 켈리의 동생 조르주는 누나를 찾아 중동의 곳곳을 누빈다. 푸른눈과 하얀 피부의 조르주. 그런 그를 경계하는 검은 수염과 터번의 사나이들. 서로 다른 목적, 서로 다른 종교적 배경을 지닌 양자의 충돌.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TARGET 3. ???
영화에는 크게 세 차례 테러 장면이 나타난다 : 2001년 뉴욕의 9/11 테러, 2004년 마드리드의 열차폭탄 테러, 2005년 런던의 동시다발 테러.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채우자면 영화가 제작된 이후에 발생한 프랑스와 독일의 경악스러운 테러들까지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투신하는가. 무하메드의 아내와 결혼한 조르주. 이것은 문화와 종교를 초월한 화해를 의미하는 것일까.
마지막 마침내 찾고 또 찾아 헤매던 켈리를 발견했을 때, 조르주가 켈리에게 보낸 무언의 강렬한 시선. 아무런 대화도 끼어들지 않는 숨막히는 시선의 교차. 그리고 슬픔을 삼키는 켈리의 얼굴. 그들은 각자의 목적을 이루었을까. 그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좇아왔던 것일까. 무엇을 "추격"했던 것인가.
시종일관 최근 봤던 <라우더 댄 밤즈>가 떠올랐을 만큼 어딘가 마음이 먹먹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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