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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스/드라마/그리머 해커나르손/굼미(시구르더 시거르존슨), 키디(테오도르 줄리어슨)/93>
양(羊)이 등장하는 조금은 특이한 포스터. "램스"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Lambs(어린 양)"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원제는 "Rams(숫양)"이다. 영화를 보면서 왜 "Lambs"가 아닌 "Rams"인지 알 수 있었다. 지방 토종의 '양'을 지켜내기 위한 두 형제의 고군분투기. 단순한 스토리일지 모르겠지만, 이 스토리는 단순히 동물과 사람의 스토리 이상이다. 동시에 형제애를 발견하는 이야기, 이웃에 대한 이야기, 목적을 이뤄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얼마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은 탓일까, 스크래피(scrapie)에 감염된 양이 발견된 것을 두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 논의하는 장면에서 "트롤리 문제"가 떠올랐다. 감염이 확실시되는 양 한 마리 때문에 감염됐는지 안 됐는지 알 수 없는 양들을 감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다 도축해버릴 수 있는 것일까. 똑같은 문제를 인간사회에 환원시켜서, 만약 영화 <부산행>에서처럼 좀비가 창궐하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좀비와의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을 단지 의심만으로 격리시켜도 되는 것일까? 의심만으로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려도 되는 것일까?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구제역이든 광우병이든 조금만 의심되면 수천 수만에 달하는 가축들을 쉽게 도축해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 동안 그냥 스쳐지나왔던 뉴스거리였는데 말이다..
한편 오랜만에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드물게 아이슬란드 영화인데, 아이슬란드 영화는 아니지만 아이슬란드의 멋진 절경이 등장하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 또한 아이슬란드의 빼어난 설경을 담고 있다. 그리고 미지의 땅에 간접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형제애가 빛을 발하는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 따듯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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