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 날. 무녀도(巫女島)여행/2023 초여름 고군산군도와 관아골 2023. 6. 22. 08:47
계절이 여름에 가까워지면서 한동안 주말이 되면 비가 오는 날이 이어지곤 했다. 한 주는 주말에 날씨가 맑을 것이라는 예보를 보고 군산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순전히 즉흥적인 생각은 아니고 요 근래 가보고 싶은 곳으로 한동안 머릿속에 점찍어둔 곳이었다. 하고 많은 곳 중 군산을 점찍어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바다가 보고 싶다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또 그 많은 바닷가 중에 군산을 찾게 된 까닭이라 하면, 한동안 동해는 자주 여행을 했었고 남해를 가자니 너무 멀고 수도권 지역의 바다를 보자니 도시를 벗어나는 느낌이 들지 않으니 군산이 여러모로 내가 찾는 여행지에 부합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군산은 서울로부터의 직선거리로 멀진 않아도 교통편으로 접근하기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나는 열차를 타고 익산역을 간 뒤 다시 여기서 차를 렌트하는 방식으로 첫날 일정을 소화했다. 익산과 군산과의 교통 연계는 아주 잘 돼 있는 편이지만, 기차역에서 버스터미널로 이동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결정적으로 내가 보고 싶었던 바다를 가려면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렵다.
서해에 온 만큼 나는 낙조 시간에 맞춰 고군산군도로 향했다. 익산과 새만금방조제를 잇는 21번 국도에는 유난히 로드킬된 야생동물들이 많아 운전에 신경을 쓴 기억이 난다. 비응도에서 왼쪽으로 꺾은 차는 새만금방조제에 들어섰고, 이윽고 새만금방조제가 그리는 이등변삼각형에서 꼭짓점의 한 축을 이루는 아미도로 접어들었다. 여기서부터는 아미도와 연륙교로 이어진 더 작은 섬들로 굽이굽이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내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무녀도다.무녀도는 지명 그대로 섬의 형상이 장구와 술잔을 두고 춤판을 벌이는 무녀의 모습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섬에는 다시 크고 작은 부속섬들이 딸려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쥐똥섬으로 마침 내가 도착한 시간대는 썰물 시간이어서 평소에는 바닷물로 분리된 작은 무인도들이 갯벌로 연결된 상태였다. 쩌억 갈라진 갯벌 바닥은 마치 잘 조성된 산책로처럼 무녀도와 쥐똥섬을 잇는데, 막상 그 위에 올라 가까이서 보면 죄다 어지럽게 으스러진 굴껍질들과 오래된 돌과 자갈이 길을 따라 절묘한 띠를 이루고 있다.
마침내 쥐똥섬에 올라서보면 저 멀리 간척지의 항구가 보이고 조업중인 선박들이 보인다. 가까이서 본 무인도의 바위는 바다의 파도를 닮아 불규칙한 사선(斜線)으로 솟구쳐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 바위를 틈바구니로 싱그러운 소나무들이 어두워져가는 하늘을 등지고 깊은 어둠을 예고하고 있었다.
'여행 > 2023 초여름 고군산군도와 관아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간여행. 악어봉(鰐魚峰) (0) 2023.07.13 막간여행. 관아골 탐방 (0) 2023.07.11 둘째 날. 책방과 근대건축물 (0) 2023.07.09 둘째 날. 일본인 가옥 (0) 2023.07.06 첫째 날. 대장도(大長島) (0) 202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