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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책방과 근대건축물여행/2023 초여름 고군산군도와 관아골 2023. 7. 9. 05:03
카페를 나선 뒤에는 거의 바로 옆에 위치한 마리서사라는 책방을 들렀다. 이등변삼각형 꼴의 박공지붕이 정면으로 트인 책방은 이 일대 여느 가옥들과 마찬가지로 외벽에 일본식 격자 양식을 취하고 있지만, 새파란 지붕으로 인해 시골집의 풍경이 뒤섞인 듯한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나는 시집들이 쭉 진열된 책방 한 켠에서 이성복 시인의 시집을 발견하곤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서가에 다시 내려놓고 밖으로 나섰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였다. 나는 월명동 중심에서 군산항 방면으로 나아가 군산근대사박물관이 있는 곳까지 쭉 나아갔다. 박물관 앞으로 조성된 광장에서는 행사 중인지 대형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더운 날씨로 인해 가로질러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군산근대미술관과 군산근대건축관을 차례차례 지나쳤는데, 마찬가지로 내부에 들어가서 구경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주 짧았던 군산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떠나기 전 내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들른 곳은 이성당이라는 제빵점이다. 1945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는 이 빵집은 이제 전국구로 명소가 되어 더 부연이 필요 없을 뿐더러 나도 이 빵집의 이름만큼은 알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이 빵집의 명물이 뭔지까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 빵집의 시그니처 메뉴를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 길다란 대기줄에 서서 바라보니 어마어마한 속도로 단팥빵이 소진되고 있던 것. 이 여름날씨에 빵이 쉴 것을 염려하지도 않는지 사람들은 수십 개 씩 단팥빵을 담아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감각을 잃게 만들고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네 개 정도 담아가자는 생각을 고쳐 여덟 개를 담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바구니에 비하면 단촐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빵집을 나선 나는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샛노란 이성당 봉투를 들고, 이제는 81버 버스로 시외버스터미널에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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