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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여행. 관아골 탐방여행/2023 초여름 고군산군도와 관아골 2023. 7. 11. 13:23
요즈음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에서는 '도시재생'이라는 주제가 화두고, 어느 지역을 가든 구도심의 옛 활기를 되살리기 위한 사업이 한두 개쯤은 진행되는 것 같다. 충주의 관아골 또한 그런 사업이 진행되는 곳 중 한 곳이다. 조선시대 충주목 관아가 위치했던 이 구도심에는 중앙시장을 비롯해 예전의 번화한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나는 이곳에서 세상상회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한 카페에 들렀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정물(靜物) 사진을 남겼는데, 필름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해 현상하고나니 많은 양의 필름을 버려야만 했다. 서울에서 충주로 올 때는 버스를 이용했는데, 버스터미널에서 내린 뒤에는 다시 국원고등학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관아골로 이동을 해왔더랬다. 나름대로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경로를 택했음에도 잠시 관아공원을 둘러보는 사이 습기와 고온에 지쳐버린 나는 카페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더위를 가라앉혔다.
충주라면 예전에 J와 월악산을 타고 내려오며 온 적이 있다. 월악산을 내려온 뒤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어 히치하이킹을 했던 곳. 아니, 더 정확히는 히치하이킹을 좀 해보라며 J가 나를 내몰았던 곳. 내 여행일지에 따르면 나는 충주에서 메밀전을 먹었는데, 충주의 어느 골목에서 뭘 먹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기억 속에 명확히 남는 건 오히려 사람들이었다. 히치하이킹에 응했던 내 동년배의 남성, 나와 닮은 이력이 많아 문득 근황이 궁금해지는 사람.
카페는 외지인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들도 많이 찾는 것 같다. 안채에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수다를 떨고 있고, 내가 위치한 바깥채에서는 어떤 사람이 창을 등진 채 책을 읽고 있다. 벽 한 면은 알록달록한 기념품들이 잔뜩 채우고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콩과 캡슐 따위가 전시되어 있다. 캡슐 커피를 사서 선물이라도 할까, 하다가 짐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미친다.
카페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크게 두 채로 나뉘어 있다. 지도를 봐도 이런 곳에 가게가 있을까 싶은 비좁은 골목에 입구가 있는 카페다. 카페에는 직접 제작한 커피 상품들과 지역 맥주가 진열되어 있고, 중정(中庭)에 아기자기한 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여행에 필요한 책을 한 권 챙겨왔지만, 사진을 찍느라 책을 읽지는 못하고 한 시간 쯤 넘게 시간을 보내다가 불현듯 충주호를 가볼까 하는 생각에 슬슬 이동해야겠다 싶었다. 바깥은 여전히 뙤약볕이 가득하고, 동네 테니스장 담장 옆으로는 다홍빛 능소화가 빠꼼히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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