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평등이라는 기본 원리를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양 집단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양 집단이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함을 뜻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야 하는지의 여부는 양 집단 구성원이 어떤 본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평등이라는 기본 원리는 평등한 또는 동일한 처우(treatment)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한 원리는 단지 평등하게 배려하길 요구할 따름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들을 평등하게 배려한다는 것은 그들을 서로 다르게 처우하며, 그들이 서로 다른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의미할 것이다. ―p.29
좋든 싫든, 우리는 인간들이 서로 다른 체형과 몸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도덕적 능력과 지적 능력, 자비심과 타인의 필요에 대한 민감성,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 즐거움과 고통을 경험하는 능력 등에도 개인차가 있다. 간단히 말해 평등에의 요구가 모든 인간 존재의 실질적인(actual) 평등에 기초하고 있다면, 우리는 평등을 더 이상 요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p.30
인간 평등의 원리는 인간이 실질적으로 평등하다는 사실에 대한 기술(description)이 아니다. 이러한 원리는 우리가 인간을 어떻게 처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prescription)이다. ―p.33
고통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은 적어도 이익(interests)을 갖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그러한 능력을 갖는다는 조건은 이익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논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 ―p.37
고통이란 의식 상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는 ‘정신적인 사건(mental event)’이다. 고통은 그 자체를 관찰할 수가 없다. 몸을 뒤튼다거나, 고함을 지른다거나 담뱃불에서 손을 치우는 등의 행위 자체는 고통이 아니다. 두뇌 활동에 대한 신경학자의 기록 또한 고통 그 자체에 대한 관찰이 아니다. 고통이란 본인이 느끼는 무엇이며, 우리는 다양한 외적 표시들로부터 아니들의 고통을 느낀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이론상으로 보자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느낀다고 추정할 때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p.41
심리학 분야에서 연구자가 처하게 되는 주요 딜레마는 유달리 곤혹스럽다. 먼저 그들이 동물이 인간과 같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그들은 실험을 행할 이유가 없어진다. 다음으로 그들은 동물이 우리와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인간에게 행할 경우 잔혹하다고 판단되는 실험을 동물에게 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심리학자는 두 가지 중에서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p.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