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아일랜드를 코나를 통해 아웃할지 힐로를 통해 아웃할지 고민하다가, 원래 예약했던대로 코나를 통해 아웃하기로 했다.
마우나케아 화산을 방문하는 일정이 하루 밀리면서 대신 코나를 둘러보기로 한 일정을 지우게 되었다. 새들로드, 마우나케아에서의 일정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코나를 둘러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커피농장을 가보기로 한 일정 정도가 사라졌는데, 빅 아일랜드에 머물면서 맛있는 커피를 맛볼 기회는 수시로 있었다.
호의적이지 않은 날씨는 우리 일정에 여러 가지로 영향을 미쳤다. 원래 이날 오아후 섬으로 넘어가서 관람하기로 했던 루아우 공연이 우천 예보로 취소되었다. 오전에도 무리하게 일정을 소화하기 보다는 가급적 신변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썼다. 힐로에 머물 당시 숙소에서 건조기 안에 폴로티를 두고 온 까닭에, 마운틴뷰에서 힐로까지 차를 몰아 물건을 찾아왔다.
코나공항으로 가는 하와이안 벨트 위에서 우리는 잠시 차에서 내려 코나 방면으로 바다를 조망했다. 찌푸린 하늘 아래로 검은 암석과 황갈색 수풀들이 포개어져 어쩐지 황폐한 땅처럼 보인다. 그 척박함이 미개척의 심상을 불러일으켜 차라리 안도감을 느꼈다. 개발의 마수가 뻗치지 못한 곳이 여전히 내 앞에 광활히 펼쳐져 있다는 그 안도감과 함께, 한편으로 마음의 시선은 이내 이곳에서 제멋대로 흔적을 남기고 다니는 나 자신에게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