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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이 겹치던 날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4. 12. 8. 11:07
울긋불긋한 단풍 위로 눈이 쌓이던 계절, 내 안에선 희망도 절망도 아닌 무언가가 나타났다. 기대도 체념도 아닌, 투명하다면 투명하고 까마득하다면 까마득한. 그것을 깨닫는 일은 안도인 동시에 고통이었다. 그것은 거스른다고 해서 거스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외면한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종의 가사(假死)였으나,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매일 밤 눈을 감으며 추상같은 삶의 명령에 묵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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