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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델리, 그 둘째날 아침여행/2017 북인도 2017. 2. 13. 19:43
오토릭샤 운전수 때문에 그렇게 코넛 플레이스에 남겨지고...
하루에 한 번씩 이상한 일이 터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 같다.
전날에는 뉴델리 기차역을 가로지르는 육교로 가고 있는데, 웬 남자가 "straight forward!!!"라고 고함치며 나한테 돌진했다. 그냥 이상한 사람인가보다 생각하고 걸어가는데, 정말 내 코앞까지 달려오더니 아슬아슬하게 비껴 지나갔다. 무슨 이유에서 그랬는지는 모르겠고 알 수도 없는 일. 그냥 미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상한 일은 셋째날 일과의 시작과 동시에 일어나기도 했다.
숙소 밖을 나서려고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숙소 직원이 달려 나와 잠깐 얘기 좀 하자며 끈덕지게 요청하는 것이었다. 또 패키지 타령이겠구나 싶어서 시간 없다 하고 그냥 나왔다. 미간까지 눈썹이 이어진 문지기 아저씨―인도의 상점이나 숙소 중에는 문지기를 두는 경우가 있다―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나한테 인도에서는 늘 조심하라며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쳐보인다.
그때 나를 예의주시하던 한 릭샤 운전수가 다가왔다. 내 행선지를 부르니 50루피에 데려다 주겠단다. 80루피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 덥석 올라탔다. 그런데 점점 그 놈의 지겨운 인포센터를 들르라는 얘기가 나온다. 나는 어제도 이미 여러 번 들렀고 원하던 지도도 받지 못했으니, 무조건 곧장 내가 부른 행선지로 가달라고 요구했다. 어째 느낌이 좋지 않아 몇 번씩 행선지를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구글맵을 보고 있자니, 어째 내가 봐둔 지도와는 전혀 상관 없는 방향으로 릭샤가 점점 움직였다. 그러더니 기어이 예의 인포센터 앞에 내려주는 게 아닌가. 불과 델리에서의 이틀째 일정. 이골이 날 지경이었다.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난 나머지, 나는 돈을 지불할 수 없으니 이만 가보겠다고 하고 골목 반대 방향으로 돌아나왔다.
그러나 순순히 물러날 운전수가 아니었다. 험상궂은 표정으로 돈을 내놓으라며 집요하게 따라붙는 것이었다. 나는 마침 시야에 들어온 경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인도에서 경찰도 믿을 만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제서야 운전수는 나에게 따라붙는 걸 관두고 눈앞에서 사라졌다.
가까스로 도착한 페로제 샤 코틀라의 초입
궁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샤히드 공원(Shaheed Park)를 지나야 한다
불과 아침 30분 사이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 한편으로는 오전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안도감이 들어서 우스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울화가 치밀었다. 혼자 다녀서 그러는 건지, 내 얼굴에 '사기치기 딱 좋은 사람'이라는 글씨라도 써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대행사에서 커미션을 얼마나 받길래 오토릭샤 운전수들이 외국인만 보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걸까. (서두부터 인도인들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많은데 오토릭샤 운전수를 제외하면 정말 좋은 인도사람들도 많았다. 다만 인도에서 나는 여행을 온 외국인 신분이다보니 내가 상대하는 인도인들의 대부분이 피곤한 흥정꾼들일 수밖에 없었다. 오토릭샤 운전수들이 인도인들의 표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토릭샤 흥정이 이토록 어려운 줄은 몰랐는데, 그나마 한 가지 요령을 터득한 것이 있다. 현지인이 릭샤 운전수와 흥정을 하도록 하면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돈에 환장한 운전수가 사라진 뒤, 또 다시 오토릭샤를 탈 엄두는 안 났고 잘은 몰라도 버스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정차된 시내버스 옆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기사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아저씨에게 내가 가려는 행선지를 가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한참을 옆사람과 이야기하고서는 조언을 해주기는 해주는데, 대중교통으로 가기에 까다로운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역시 가까운 곳에서 쉬고 있던 오토릭샤 운전수를 부르더니, 나를 페로즈 샤 코틀라(Feroz Shah Kotla)로 바래다주는 대신에 60루피만 받으라고 딱 잘라 말한다. 나도 납득할 만한 가격이고, 릭샤 운전수도 수긍한다.
그런데 내가 가려던 곳이 현지인도 잘 모르는 곳이었나 보다. 세세한 길은 사이클릭샤를 모는 운전수가 더 잘 아는지, 오토릭샤 운전수가 운전 도중에 두어 번 사이클릭샤 운전수에게 길을 물었다. 그렇게 해서 가까스로 페로즈 샤 코틀라에 도착했다. 델리에서의 사흘째 나의 첫 일정은 페로즈 샤 코틀라로 정했다.
공원의 동상
동상 아래 Lok Nayak Jayaprakash Narayan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다(의미는 모른다...)
이른 아침부터 크리켓에 열심인 꼬맹이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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