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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페로즈 샤 코틀라(Feroz Shah Kotla Palace)여행/2017 북인도 2017. 2. 13. 21:16
원래 붉은 성은 당연히 갈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머무르는 동안에는 붉은 성이 국가행사로 문을 닫았기 때문에, 페로즈 샤 코틀라에 들른 건 잘한 결정이었다
물론 지금은 폐허인 옛 궁전터이기 때문에, 붉은 성을 보는 게 더 가치 있지만 한적하게 산책하고 싶다면 페로즈 샤 코틀라도 들를만하다
인도에서 가장 흔히 보였던 두 동물 : 앵무새(?)와 다람쥐
의외로 길고양이는 거의 안 보였다
산책로
사진 속 저 분도 아마 방문객인 것 같은데 초반에 나와 안내해주는 아저씨를 따라다녔다
원래는 붉은 성을 가장 먼저 들를 생각이었는데, 오전 9시에 문을 연다기에 근처의 페로즈 샤 코틀라를 들르면 되겠다고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문제의 오토릭샤 운전수와 그 사달이 난 거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인도의 물가가 비싸다. 얼마전 급작스럽게 화폐개혁을 하면서 물가대란이 일어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신판 여행책자에 나온 것보다도 훨씬 비싼 입장료를 받는 곳이 많았다. 그렇다고 여행객 입장에서 둘러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라, 일단 입장은 했다.
한―적.
한―――적.
왼편에 보이는 정방형 건물이 코끼리 사육장이다
옛 성곽의 폐허
이른 아침부터 기도를 올리는 신자(무슬림 남성은 꼭 저런 흰 빵모자를 쓴다)
관리인 아저씨가 이곳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냐고 하기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결과적으로 팁을 지불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델리까지는 멋모르고 몇 번 팁을 줬지만, 기본적으로 인도에 팁문화란 없다. 대체로 현지인이 아닌 외국인에게 마치 팁을 주는 게 당연한 것처럼 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내가 마수걸이 손님이었던 모양이다. 사람은 아무도 없고, 매우 한적해서 어제 들렀던 로디 정원이 떠올랐다. 아저씨는 나를 바올리로 가장 먼저 데리고 갔다. 어제는 아그라센 키 바올리에 들렀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바올리'가 힌디어로 우물을 뜻하는 모양이었다. 이곳에서 두 명의 청년이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자 지금은 폐쇄되었다는 섬뜩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음으로 나를 안내한 곳은 아쇼카 기둥이었는데, 아침안개만 없었다면 더 좋은 전망을 구경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중국인들이 붉은 색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인도야 말로 붉은 색의 나라가 아닐까 싶다. 인도의 옛 건축물에 사용된 돌들은 대개 붉은 빛을 띠는데 정말 아름답다. 지금은 폐허가 되어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된 방어요새이지만 옛 위용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릭샤 때문에 분노했다가도 관광지에 오면 금새 멀쩡해지고 넋을 놨다...)
이후 감옥, 마굿간, 코끼리 사육장을 차례대로 본 뒤 구경을 마쳤다. 순진했던 게 나는 처음에 유적지를 소개해주겠다는 게 순수한 호의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그대로 나갈까봐 동료직원이 내게 슬며시 다가오더니 안내를 도와준 직원에게 팁을 주었으면 한다고 귓속말을 하는 것이었다. 대충 알았다는 표시를 하고 나를 안내해준 아저씨에게 팁을 지불했다.
왼편으로 보이는 반들반들한 회색 기둥이 아쇼카 기둥이다
근대 이전까지 인도가 통일된 적은 단 두 번에 불과한데 마우리야 왕조(B.C. 4~1)와 무굴 왕조(A.D. 16~19)가 통일을 일군 그 두 왕조다
아쇼카왕은 마우리야 왕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통치자로 야쇼카 기둥은 그의 통치기간에 만들어졌다
여튼 여기는 감옥으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보다시피 거의 폐허가 된 페로즈 샤 코틀라보다는 붉은 성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페로즈 샤 코틀라도 입장료를 받는다)
그렇치만 마우리야 왕조의 흔적을 간직한 페로즈 샤 코틀라와 무굴제국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붉은 성은 서로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면 페로즈 샤 코틀라를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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