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 3 / 자마 마스지드(Friday Mosque, Delhi)여행/2017 북인도 2017. 2. 14. 22:04
멋있었던 자마 마스지드
하교 중인 듯한 여학생들과 길거리의 사람들
점심을 먹기 전에 자마 마스지드를 들르기로 했다. 이슬람 사원인 자마 마스지드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고, 이곳 한 군데를 들른 것만으로 오늘 일정을 끝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고서는 오후에 후마윤의 묘에서 몇 배는 더 넋을 놓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만큼 돈이 많이 드는 곳이기도 했다. 사원이기 때문에 좀 전에 들른 디감바라 사원과 마찬가지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 신발을 보관하던 사람이 100루피를 요구한다. 나중에서 깨달은 사실이지만 사원입구에 신발보관소가 따로 있지 않는 한, 신원이 불분명한 인도사람이 사원 입구에서 신발을 보관해야 한다고 하면 귀담아 들을 가치도 없다. 나중에는 같은 상황에서 운동화 끈을 가방에 묶어서 신발을 휴대한 채 사원에 입장했다. 개인에게 멋모르고 신발을 맡겼다가는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러 사원 입장시 신발 소지 자체를 금지하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곳은 당연히 입구에 신발보관소를 따로 마련해 놓는다. 물론 신발보관소에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기껏해야 2루피 정도지 100루피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정면에서 바라본 모스크
이슬람식 아치
비둘기가 휴식처로 장악해버린 모스크
오른쪽 미나렛
어찌 됐든 사원이 아름답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그 모든 바가지에도 불구하고 만족했다. 다시 바가지 얘기를 하자면, 이슬람 사원의 기본양식인 첨탑, 즉 미나렛에 오르기 위해서도 입장료 300루피와는 별도로 100루피를 더 내야 하는데, 입장권을 회수하는 사람이 갑자기 내게 안내를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페로즈 샤 코틀라에서 겪은 바가 있어서 정중히 사양했다. 더군다나 첨탑에 올라가서 전망을 둘러보는 것만큼은 여유를 갖고 바람을 쐬고 싶었다.
사양한 뒤 첨탑으로 향하는데 어느 순간 내 옆에 착 밀착해서 사진을 찍어주겠단다. 그리고 본인이 알아서 앞장서더니 안내 아닌 안내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더 말려들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20루피 정도를 건네며 이 정도면 되었으니 나 혼자서 관람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원인 만큼 최대한 아무 방해없이 조용히 감상하고 싶었다) 그랬더니 자기는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호의에서 하는 것이라며 20루피를 뿌리치는 것이었다. 나는 순진하게도 이 사람은 정말 호의로 안내를 해주나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첨탑 관람을 다 끝내고 나서야 사정이 그게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중앙 모스크 앞의 대리석 예배단
이슬람 건축은 생소하지만 정말 멋지다
유럽 궁전에서만 보일 것 같았던 샹들리에가 모스크 천장에 달려 있었다
샹들리에를 지탱하는 천장의 문양까지도 세심하게 새겼다
이슬람에서는 예언자 무함마드를 비롯한 일체의 우상숭배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조각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글자를 활용한 기하학적 문양이나 모자이크가 발달했다
다름이 아니라 이 사람에게 20루피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던 것이다. 그의 목표금액은 이보다 훨씬 컸다. 첨탑 관람을 마치고 다시 사원 한복판으로 가려는데 다짜고짜 200루피를 달라고 한다. 사원 입장료 300루피에 첨탑 입장료 100루피를 냈는데(입장료 자체는 안내판에 적혀 있는 공시된 가격이라 이의의 여지가 없다), 팁으로만 200루피를 달라고? 흰 모자를 쓴 무슬림 신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사원에서 이건 너무 양심이 없는 거 아닌가. 내가 반박하니 요새 인도 물가 알지 않냐면서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는데, 가당치도 않는 소리였다.
실랑이를 오래 끌기 싫어서 결국 100루피 팁을 줬다. 그리고 사원을 나가는 길에 신발을 지키던 사람이 100루피를 달라는 말에 다시 한 번 뒷목을 부여잡았다. 여기서는 단호히 "NO!!"하는 것으로도 한―참 모자라다. 그 이상의 아주 강력한 표현이 필요하다. 또 조금이라도 의문이 든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따져 묻거나, 그래도 안 된다면 다그치기까지 해야 한다. 거래할 때마다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아서 대개는 적당한 선에서 끝냈지만, 너무 노골적이거나 터무니 없을 때는 '거짓말치지 말라'고 소리를 지른 경우까지 있었다.
미나렛(첨탑)에 올라 바라본 델리 시내
기본적으로 스모그가 낮게 깔려 있다
자마 마스지드의 입구
저 붉은 돌을 정확히 뭐라 부르는지 궁금하다
색이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이미 말한 것처럼 아름다운 건축물만큼은 인정한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랄 만큼 멋졌다. 비록 지금은 관광명소로서의 의미가 더 크지만, 사원 내부의 어두운 구석에는 조용히 쿠란을 읊는 신자들이 있었다. 만약 여기서 종교행사가 거창하게 열린다면 정말 볼 만하겠다 싶었다.
첨탑에 올라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붉은 성이 멀리서 바라다 보였다. 스모그 때문에 풍경이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벅찬 기분이었다.
종교에 대한 인도인의 태도는 각별하다
신앙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나는 그게 너무 신기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가난을 구제하지 못하는 종교에 인도인들이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까닭이 궁금했다
오른편으로는 붉은 성의 입구가, 왼편으로는 좀 전에 지나온 디감바라 자이나교 사원의 첨탑이 보인다
'여행 > 2017 북인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3 / 후마윤의 묘(Humayun's tomb) (0) 2017.02.16 DAY 3 / 차리 바자르(Chawri Bazar) (0) 2017.02.15 DAY 3 / 찬드니 촉(Chandni Chowk) (0) 2017.02.13 DAY 3 / 자이나 사원과 새(鳥) 병원(Shri Digambar Jain Lal Mandir & Bird Hospital) (0) 2017.02.13 DAY 3 / 페로즈 샤 코틀라(Feroz Shah Kotla Palace) (0) 2017.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