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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6 / 여독 풀기(Break Time)여행/2017 북인도 2017. 3. 8. 22:31
호텔의 옥상에서
릭샤를 타고 카주라호의 서부사원으로 오던 도중 누군가가 J에게 명함을 건넸던 것이 기억났다. Isabel Palace Hotel. 독특하게도 스페인 느낌의 간판을 달고 있어서 기억에 남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어 주어서 기억에 남는다. 또 덧붙이자면, 호텔의 사장이 내게 객실을 소개해주며 한국에 돌아가면 꼭 홍보 좀 해달라고 해서 잊을 수가 없다'ㅁ'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은 자신의 호텔을 꽤 찾아오는데 아직까지 한국인 관광객은 보기 어렵다며..(말하기로는 허니문 장소로 좋다고 했지만, 누가 신혼여행으로 인도를 갈지..싶었다. 더더군다나 카주라호에서 1박 이상을 할 사람이 있을지..ㅠ)
휴대폰으로 사진은 많이 찍어뒀는데 막상 건질 만한 사진은 몇 개 없는...;;
객실에 놓여 있던 특이한 문양의 가구
더블, 킹, 퀸.. 객실의 종류까지 다 소개해줬는데 너무 급작스러웠던지라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여하간 J에게 명함을 건넸던 예의 사장은 우리 일행을 (당연하게도) 기억하고 있었다. 채 오후 세 시가 되기도 전에 르네 폭포를 제외한 카주라호의 볼거리를 모―두 둘러본 터라 더 이상 카주라호에서는 할 게 남아 있지 않았다. 간밤에 단잠을 빠졌던 나와 달리, 야간 열차에서 불편한 잠을 청했던 나머지 셋은 넋놓고 쉬고 싶어하기도 했다. 특히 J는 좀전의 일로 심사가 불편했던 데다, 유달리 뜨거웠던 이날의 더위 때문에 일행 중 가장 지쳐 보였다.
호텔은 ㅁ형 건물인데, 가운데는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광고성 글로 흘러가는 느낌'~';;)
다시 호텔의 옥상
우리가 이 호텔을 들른 목적은 사실 더위를 피하면서 가볍게 마실 거리를 마시기 위한 것이었다. 짜이를 다 마시고 나니 X와 Y가 시장기를 느낀다길래, 오후 네 시 즈음 되어서 아예 점심 겸 저녁 식사를 했다. 좀 떨어진 테이블에는 식사 중인 중국인 가족이 보였다. 시끄럽게 대화하는 것도 거슬렸는데, 서빙하는 인도인을 대놓고 업신여기는 태도는 더 눈에 거슬렸다. 식당이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직원에게 뭔가를 주문하는데 알아듣지는 못해도 '갑질'하는 태도였다;;
여하간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정은 카주라호역에 무사히 도착해서 바라나시행 열차를 타는 것뿐. 다시 한 번 야간열차다. 이때 사장이 큰 호의를 베풀어 주었으니, 우리에게 도미토리룸을 무료로 내어준 것이었다. 도미토리룸에서 1박을 묵은 것도 아니고 불과 4~5시간 머물렀지만, 편히 쉴 수 있는 침대가 제공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쌍수 들고 환영이었다(올레―!!'~')
호텔의 옥상에서 바라본 일몰
호텔 바로 옆에는 스러져가는 것 같은 인가가 몇 채 있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
인도는 스모그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태워서 향을 내는 경우가 많아서 어디서든 자욱한 연기를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정말로' 스러져가는 듯 보였던 인가
그리고 문턱에 앉아 손녀를 무릎에 안고 신문을 읽는 할아버지ㅎㅎ
식사를 마친 후 포만감에 취한 우리 일행은 무려 밤 아홉 시가 되어 내가 깨우기 전까지 4~5시간 가량 숙면을 취했으니... 말은 안 했어도 카주라호에 오기 전까지 피로가 엄청 쌓였던 모양이었다. 미동도 않고 곤히 자더라. 나 또한 그동안 여행일정이 팍팍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간밤에 너무 잘 자서인지는 몰라도 피곤한 느낌이 없었다. 그래서 호텔 여기저기를 서성이던 중, 나를 발견한 사장이 객실을 쭉 보여주겠단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또 예기치 않은 바가지 씌우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장이 객실 사진을 어서 찍어두란다. 그리고 찍은 거를 SNS든 어디든 올려서 한국에 홍보해 달란다ㅋㅋ (그러나 SNS는 전혀 안 하는지라 이렇게 블로그에 남긴다..-_-) 문제는 여기에 묵었던 건 아니라서 1박에 숙박비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인도는 숙박비가 워낙 저렴해서 그리 비쌀 것 같지는 않다. 여튼 확실히 아는 건 Isabel Palace Hotel이라는 상호명. 낙후된 카주라호의 마을과는 다르게 깔끔하게 정돈된 호텔이라 조금 뜬금없는 느낌이기도 하다.
망원렌즈를 쓰면서 느꼈던 점은 사진의 테두리로 갈수록 사물의 왜곡이 꽤 심해진다는 거였다
지금 이 사진만 봐도 직선이어야 할 옥상의 난간이 휘어져 나왔다
좋은 망원렌즈일 수록 이런 왜곡이 덜하다는데 렌즈를 구입할 당시 가장 일순위로 봤던 게 가격이라..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이다
옥상에 장식된 손등불
어떤 때는 무제한으로 호의를 퍼주는 인도인을 만나고, 어떤 때는 밑도 끝도 없이 파렴치한 인도인을 만나고.. 갈피를 잡을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고마웠다. 사장의 호텔 소개도 끝나고 나는 이윽고 호텔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카주라호의 초원이 한눈에 들어왔지만, 사원은 숲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호텔에 오는 길에 도로에서 봤던 행렬에서는 여전히 요란한 음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런 사진 찍을 때는 확실히 망원렌즈가 편하다
여튼 이렇게 카주라호에서의 하루도 저물어 가고...
분명 비위생적인 라씨를 먹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복통을 느꼈던 것도 이 즈음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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