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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일상/book 2017. 3. 10. 00:30
<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 / 존 미클스 웨이트 &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 을유문화사>
(피터 드러커 曰)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새로운 형태를 선보였던 기업은, 여러 가지 변형을 통해 거듭났던 군대나 병원이나 대학과는 본질적인 면에서 크게 다르다. 보이지 않는 목표를 추구하는 혁신적인 존재로 보아야 한다. 기업은 처음 만들어진 자율적인 기구로 수백 년을 거치는 동안 정부와는 독립적으로 사회에서 힘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기업은 20세기 중반 이후 과거와의 단절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강요하는 주체로서 선두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헨리 애덤스의 말을 빌리자면 사회 변화라는 틀을 짜 맞추는 데 능숙한 솜씨를 보여주었다. 기업이 변화를 서둘렀던 과정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포드 자동차의 모델 T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프로세스 같은 낯선 상품의 대량생산을 통해 사회질서를 바꾼 뒤 일상생활의 속도를 조절하는 새로운 행동 양식을 강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업의 역사는 스스로 진화해 가는 놀라운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19세기를 거치는 동안 기업은 정부 하수인의 처지에서 스스로의 문제를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변신에 성공했던 한편, 주주에게는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소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났다. 20세기에 들어서자 윌슨이 새로운 조직 사회라고 불렀던 기업은 종업원들과 호흡을 맞춰 가면서 가족 기업을 운영했던 한가한 귀족들보다 훨씬 긴 생명력을 이어갔다. 초기의 경영자들은 이런 조직에 위계질서를 더해 역동성을 창출해 냈으나 여건이 바뀌자 그들 또한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제 기업은 군살이 없는 평면적인 생명체로 변해 가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이런 책들을 좀 많이 읽어뒀어야 했는데,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경영학 서적을 읽어 다행이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지금만큼 책을 읽지도 않았고, 책을 읽더라도 소설만 편식했던 것 같다. 또 개인적으로는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다른 전공들에 비해 가벼운 학문이라 생각해서 이런 책에는 도통 눈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학교 다닐 때 더 열심히 공부해둘 걸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하간 이 책은 200쪽이 조금 넘는 적당한 분량에 기업의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고 있다. '~게 인생을 경영하라', '~하는 습관', '~전략' 등등, 온갖 경영관련 서적이 넘치고 넘치는 요즘 서점가에, 이 책은 쫙 다이어트를 하고 필요한 내용만 담은 (나름?) 정직한 개념서이다.
<기업의 윤곽을 그린 세 가지 논쟁>
「이코노미카-기업의 본질」 (로널드 코즈Ronal Coase)
기업 활동은 시장의 불안정성과 개인들이 물건을 만든 후 판매 촉진과 가격 협상 과정에서 초래되는 거래 비용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현대 기업과 개인 자산」 (아돌프 벌리A. Berle & 가디너 민스G. Means)
기업이란 존재는 주주들의 이익 추구를 전제로 한다.
경제적 의미에서 보면 대리인이 따지는 이해득실과 주주가 추구하는 이익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주주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기업 경영권을 동면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
「기업의 개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큰 규모의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부 제도를 통한 힘의 분산이 필요하다. 노동자를 비용 개념에 입각해서 보지 말고 생산 요소로 취급해야 한다.
(후에 노동자의 지적 가치를 강조한 '지식 노동자'라는 개념을 동원하여 노동자를 기계로 취급한 기존의 입장 수정)
사실 경영학을 공부할 때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당연한 가치로 여기면서도, 정작 '기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만큼 기업은 우리 사회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기업이 무엇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기업의 윤곽을 그린 세 가지 논쟁> 파트를 따로 위와 같이 요약해서 정리해 놓고 싶다.
그밖에 다국적 기업의 출현, 주요국가(미국, 영국, 독일, 일본)에서 기업의 발전 모델, 기업경영의 변천사,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망라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기회로 앞으로도 종종 경영서적을 찾아 읽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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