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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덕암(寶德庵) 가는 길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2017. 5. 31. 14:15
봄산
하산길이 끝날듯 끝나지 않았다. 보덕암에 이르려면 중봉과 하봉을 차례로 지나야 했는데, 하산 속의 등산이었다. 얼마를 오르락 내리락 했을까, 나타나야 할 암자는 보이지도 않고, 길이 도대체 언제 끝나나 싶은 생각이 들 즈음, 보일락말락 암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람쥐 씨
이날 뱀을 세 번이나 봤다
한 번 보기도 어려운 걸 세 번씩이나 보다니 신기했다
옛 때깔을 벗기도 전에 서둘러 새순을 돋우는 풀잎
이제는 정말 준비를 해야할 시간.....바로 히치하이킹. 분명 히치하이킹을 제안한 건 J였는데, 어째 나설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너가 한국어는 잘하니까 얘기 좀 해보고 와봐~라니.. 뭣이라...-_- 외국인이라 더 어필할 수 있다더니... 어쨌든 암자 한켠에서 한창 정원 손질을 하고 계신 스님께 차량 탑승을 부탁했다가 보기 좋게 퇴짜!!!ㅋㅋㅋ 되게 민망했다. 말이 히치하이킹이지 예능프로에서나 할 법한 걸 여기서 뜬금없이 하고 있다니. 이렇게 된 이상 국도까지 쭈욱 걸어내려 갈 수밖에 없었다.
아담하게 정원을 가꿔놓은 보덕암
항아리에 담긴 철쭉가지
예상했던 것보다 민망했는데, 오기(傲氣)도 생겼다. 무엇보다 히치하이킹을 하지 않으면 하루 세 번밖에 다니지 않는 버스를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체면도 구겼겠다 더 열심히 손 흔들며 처절한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다행히 우리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젊은이가 운전하는 검은색 승용차 발견! 외국인이랑 이러고 다니는 걸 너무 한량처럼 볼 것 같아서(;;),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하고 통성명을 했다. 마침 우리가 원하는 충주 시내로 향하는 차였다.
운전자 M군과 계속 얘기를 하다보니 나랑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았다. 나와 같은 뱀띠, 동갑, 취준생. 지금은 취업준비를 계속하다가 잠시 집(충주)으로 내려와 집안일을 돕는 중이라 했다. 게다가 대학시절 자취하던 곳은 바로 내가 다니던 학교 바로 앞이었다. 얘기할 수록 공통분모가 많아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정말로 고마웠던 것이, 원래 누나, 처형과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우리를 연수동 시내까지 내려다 준 점이다. 우리가 찾던 등갈비집 바로 코앞까지 바래다 주어서 이번에는 고마워서 민망했다.
사실상 하루 내내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이렇게 힘든 산을 올랐으니 배가 너무 고팠다. 우리는 메밀전을 두 번이나 추가로 시켜 가면서 든든히 저녁을 먹었다. 뒤이어 나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서울로 되돌아갔고, J는 충남 지역을 더 둘러보고 싶다며 세종시로 향했다.
충주 방면 국도를 눈앞에 두고 시원한 전원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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