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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韓紙) 축제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2017. 6. 6. 18:35
언덕에 자리잡은 한지 테마파크, 원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른 저녁을 먹고 한지 테마파크에 도착한 시각이 7시가 좀 안 된 시각이었다. 여전히 밝았다. 개막행사를 보러 온 시민들로 공원입구가 북적였다.
사슴 형상의 등불, 청계천 등불축제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다
원주가 옛부터 '한지'로 유명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지 공예 #1
한지 공예 #2
개막식장은 사람들로 너무 붐벼서 곧장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인테리어 소품, 분식, 한지제작 체험 등 여러 부스가 있었는데, 우리는 이 역시 스킵하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에서는 상설전시와 특별전시가 진행중이었다. 상설전시는 한지의 역사에 관한 내용이었고, 특별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요금(2천 원)을 내야 했다.
특별전시회가 인상적이었다. 지승(紙繩) 공예―종이를 비벼 꼬아 만든 노끈을 엮어서 만드는 공예―로 된 작품이 다수였는데 굉장히 멋있었다. 줄을 꼬고 나서 자신이 구상한 컨셉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하기까지 엄~청난 수고가 들었을 것 같았다. '지승공예'라는 자체를 이 전시회를 통해 처음 알았다. 그 밖에 한지를 이용한 공예품 뿐만 아니라 나전칠기로 된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통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J도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한지로 만든 등불도 있었는데 유치원생들이 만든 작품들이었다
모양도 별, 하트, 나무 등등 엄청 다양했다
등불 #1
등불 #2
미술관을 나서니 이제야 좀 바깥이 어두워져 있었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지, 등불이 꺼졌다 켜졌다 하곤 했다. 그렇지만 청계천 등불축제에서 전시되는 한지공예품들보다 훨씬 다양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여덟 시 반쯤 됐을까 언덕을 다시 내려와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는 입구로 되돌아 왔다. 마침 패션쇼가 한창이었다. 축제의 주제에 걸맞게 한지로 만든 옷들이었다.
물론 아무리 봐도 100% 한지로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의상들이었지만, 생각해보면 '패션쇼'를 본 적이 없어서 신선하긴 마찬가지였다. J가 옆에서 기모노 느낌이 난다고 했는데, 패션에 문외한인 나는 봐도 모르겠고 실제로 이게 '한국적인 것'인지도 잘 모르겠어서 그냥 잠자코 있었다=_= 어쨌든 모델들이 엄청 마르고 얼굴이 조막만해서 놀랐다. 힐의 높이에 다시 한 번 놀랐고..
개막행사의 한 코너로 패션쇼가 진행중이었다
공원이 닫히는 9시까지 축제를 둘러본 뒤, 다시 중앙시장 방면으로 걸어 왔다. 저녁을 이른 시각에 먹었더니 허기가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왜 한지 테마파크에서 중앙시장까지 걸어갔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중앙시장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원주의 맛집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J와 나. 원래 나는 먹는 걸 가리는 편이 아닌데, J는 여행객 입장에서 그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을 맛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시각이 늦어서 어지간한 식당들은 문을 닫았고, 우리는 별 수 없이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치킨을 시켰다. 하고 많은 치킨집 중에서 패스트푸드점의 치킨이라니. 선택지가 정말 없긴 없었나보다. 조촐한 야식과 함께, 좌충우돌이었던 제천/원주에서의 첫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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