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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20세기/드라마/마이크 밀스/도로시아(아네트 베닝), 줄리(엘 패닝), 애비(그레타 거윅) 外/118>
These ten days confirmed my belief in the decency and the strength and the wisdom of the American people, but it also bore out some of my longstanding concerns about our nation’s underlying problems.
I know, of course, being President, that government actions and legislation can be very important. That’s why I’ve worked hard to put my campaign promises into law, and I have to admit, with just mixed success. But after listening to the American people, I have been reminded again that all the legislation in the world can’t fix what’s wrong with America. So, I want to speak to you first tonight about a subject even more serious than energy or inflation. I want to talk to you right now about a fundamental threat to American democracy.
I do not mean our political and civil liberties. They will endure. And I do not refer to the outward strength of America, a nation that is at peace tonight everywhere in the world, with unmatched economic power and military might.
The threat is nearly invisible in ordinary ways.
It is a crisis of confidence.
It is a crisis that strikes at the very heart and soul and spirit of our national will. We can see this crisis in the growing doubt about the meaning of our own lives and in the loss of a unity of purpose for our nation.
The erosion of our confidence in the future is threatening to destroy the social and the political fabric of America.
―Jimmy Carter
Dorothea
"I know you less everyday"
때는 1979년, 장소는 캘리포니아의 산타바바라. 1924년에 태어난 도로시아는 대공황을 겪었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에는 조종사로 자원하기도 했던 당찬 여성이다. 전후(戰後) 직장에서 남편을 만나지만, 지금은 이혼 후 아들 제이미를 홀로 키우고 있다.
격변의 20세기에서 그가 마주한 가장 큰 문제상황은 그가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열심히 말하고 열심히 행동하지만, 점점 더 투명인간 같은 존재가 되어간다고 느낀다. 이러한 패러독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들과의 관계다. 편모 가정에서 결핍될지도 모르는 가정교육을 위해 그는 가까운 이웃(줄리&애비)과 상의를 한다. 이웃들은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제이미에게 크고 작은 가르침들을 전달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흐를 수록 도로시아에게 이웃들의 교육방식이 탐탁지 않다. 불가해한 음악들, 무의미한 장난들, 그리고 페미니즘까지. 도로시아에게는 모두 낯선 것들이다. 그가 제이미 또래의 문화에 다가가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견고한 벽을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꿋꿋이 현 상황을 직시하는 도로시아를 보면 가슴 먹먹해지는 구석이 있다.
Julie
"Why are you fine being sad and alone?"
똘끼충만(?)한 캐릭터, 줄리. 극중에서 제이미 다음으로 나이가 어린 만큼 감수성도 풍부한 인물이다. 또한 본인이 파괴적이라고 소개할 만큼 충동에 따라 움직이는 거침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심리치료사인 엄마의 말투를 흉내내며 이곳저곳에서 훈수를 두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제이미와 가장 공통분모가 많은 줄리의 특징이라고 하면, 빈곤을 모르고 자라온 세대라는 점이다. 또한 시대배경이 냉전이기는 해도 제이미와 줄리는 어떤 이데올로기로부터도 자유롭다. 도로시아는 과거를 회상할 때에 비록 가난했지만 마음은 순수했던 시절이라고 20세기 초반을 묘사한다. 반면 이들 세대는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다. 이들이 쉬운 목표를 위해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어려움을 무릅쓰려고 시도할 기회가 주어졌던 것 또한 아니다.
이들은 마치 어디에 뿌리내릴지 정하지 못한 채, 공기중에 부유(浮遊)하는 꽃가루 같은 존재들이다. 어느 한 곳에 마음을 두지도 못하고, 정처 없이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기도 한다.
Abbie
"What? I am menstruating. What is that a big deal?"
자궁경부암과 투병하는 20대 중반 여성으로 나오는 애비는 (비록 터울이 크지는 않지만,) 제이미 또는 줄리와는 다른 세대의 인물로서, 그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대표적인 것이 페미니즘이다. 애비가 성장한 시기는 미국에서 한창 여성의 해방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던 시기다.
그는 제이미의 인성교육을 맡아달라는 도로시아의 부탁을 받아들인 이후, 제이미에게 열성적으로 페미니즘을 가르쳐준다. 그 결과 역설적이게도 도로시아가 제일 경계를 했던 인물이 애비인데, '여성 인권' 문제에서 관점의 차이를 가르는 것이 '성별'이 아닌 '세대'라는 점이 흥미롭다. 애비가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는 페미니즘의 주제들이 애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Jamie
"Interested in others. And I think, intelligent.
All I ask is to get to know people and to have them interested in knowing me.
I doubt whether I would marry again and live that close to another individual, but I remain invisible.
Don't pretend for a minute as you look at me, that I am not as alive as you are,
and I do not suffer from the category to which you are forcing me.
I'm supposed to fulfill my small functions and vanish.
It Hurts To Be Alive And Obsolete: The Aging Woman by Zoe Moss 1970"
서로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세 여성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바로 이 꼬마녀석, 제이미다. 스케이트보드 타는 것을 즐기고, 또래에 소속 의식을 느끼고 싶어 한다. 아침마다 도로시아에게 신문에 적힌 주가(株價)를 읊어주는 심성 고운 소년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기분 내키는 대로 외박을 하는 천방지축이기도 하다.
도로시아가 제이미에게 관심을 기울일 때마다, 제이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도로시아는 있는 그대로의 제이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가는 제이미가 탈선할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에 제이미에 대한 노파심을 거두지 못하고, 이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William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비중 있는 역할을 맡지는 않았지만, 극중에 등장하는 거의 유일한 성인 남성으로서 '윌리엄' 또한 시대상의 변화를 대변하는 의미가 있다. 그는 첫 결혼 생활에 실패한 이후에도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는데, 그가 자라난 세대는 '히피 문화'로 대변된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미국내 반전(反戰)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기존의 체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튕겨져나온 '히피 문화'가 주목을 받았다.
윌리엄 역시 시류에 휩쓸려 히피를 자처하고 한때 사회에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지만, 이내 히피로서의 삶이 자신의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삶을 재건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첫 결혼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그는 정착된 삶을 꾸리는 법을 아예 잊어버린 듯하다. 도로시아와 비슷한 연배로 묘사되는데, 도로시아가 강단 있는 인물이라면 윌리엄은 같은 시대를 살아왔음에도 어딘지 어수룩한 인물이다.
사실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모여 날실과 씨실을 이루는 스토리를 보는 것만으로 재미가 있다. 원제가 <20th century women>이기 때문에 영화가 '여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좀 더 멀리서 큰 그림을 보자면 경제대공황과 세계대전, 여성주의의 발흥, 인권 신장에 대한 관심 증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이어지는..그야말로 20세기를 총망라하는 이야기다.
20세기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은 어느 하나 없지만, 서로 다른 20세기의 일부를 살았던 사람들이 모여 열린 자세로 삶을 대하는 훈훈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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