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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 짧은 산책과 포기할 수 없는 장어덮밥(Sakae, Nagoya)여행/2017 일본 나고야 2017. 12. 31. 12:03
공중에 초록색 빔을 쏴올리는 TV타워
공원 서편으로는 나고야의 대형 백화점들이 즐비하다
비행기 연착으로 경황이 없는 상태였는데, 나고야 역에 내렸을 때 서울역보다도 사람들이 더 붐벼서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되었다. 맛집을 놓치고 백화점을 나서면서는, 2박 3일이라는 일정을 감안할 때 모든 일정을 최소화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늘밤 타카야마에 도착하고 내일부터 타카야마를 여행할 때에는 일정 자체를 잡지 말고 푹 쉬다 오자는 생각과 함께...온천이든 카페든 안락한 곳에서 푸욱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멀~리 대관람차
복합쇼핑몰 오아시스 21
쇼핑은 패―스
마츠자카 백화점은 사카에(栄)의 중심가와 히사야오오도리 공원(久屋大通公園)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사카에의 중심가는 명동 같은 느낌이라 굳이 계획없이 들를 필요가 없었고, 나고야 역에 한 시간 이전에는 가 있자는 생각으로 큰 길로 나갈겸 공원 방면으로 향했다. 여행정보를 알아볼 때 츄부 지방 사람들이 꽤 지역색이 강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사람들.. 매우 친절하다. 백화점의 직원도 직접 장소까지 바래다주는가 하면, 공원에서는 청년이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몇 번이고 나와 엄마를 사진으로 담아준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나고야 TV타워~
되게 작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높았다
나고야의 심볼인 TV타워에 이르러 나고야 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TV타워 일대는 스타워즈 컨셉으로 한껏 꾸며져 있었다. 그나저나 일본 교통비 어마어마하다. 나고야의 공항철도인 메이테츠(名鉄)만 해도 비쌌는데―가장 빠른 뮤 스카이는 편도가 어른 한 명당 1만 2천 원 정도 한다―택시는 기본요금이 6천 원이 넘어서 어디든 이동하고 나면 지갑이 훅훅 가벼워진다*-* 히로시마에 있을 때에는 전차(広電)만 타서 택시비가 비싼 줄 몰랐는데 택시에다 열차를 타기 시작하니 교통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가로등의 크리스마스 장식!
짧은 거리도 택시로 다니는 중ㅠ
딱히 둘러본 것도 없이 이동거리만 많았으니 얼마나 피곤하실까, 그런데 도시락이라니...(ㅠ) 하며 마음이 쓰이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나고야역 안에 위치한 마루야(○屋)라는 장어덮밥집이다. 밖에 매대를 따로 두고 있는 것을 보니 도시락도 파는 모양이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하나에 4만 원 하는 장어덮밥 에키벤을 두 개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데 15분 정도 걸린다기에, 엄마는 대기석에 앉아 계시라 하고 상점가를 둘러본 뒤 일본식 계란말이(玉子巻き)도 사고 마실 것도 좀 샀다. 가는 길에 타카야마 행 열차의 승강장도 확인했다. 역에서 순찰을 서는 젊은이도 승강장 위치를 물으니 엄청 친절하게 알려준다.
대도시라 그런지 히로시마 때보다 여기저기 역무원이 많다'~'
마루야 히쯔마부시~
저 계란말이 세 조각이 1000엔이었는데 큰맘먹고 구매^o^;;;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타카야마 행 와이드 뷰 히다 열차에 올라탔다. 탑승객도 거의 없고 자리도 널찍하니 좋았다. 선반을 내려 장어덮밥 도시락을 열고 에비스(恵比寿) 맥주 한 캔을 땄다. 솔직히 장어덮밥은 가격에 비해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배가 고파서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이미 다섯 시 반부터 땅거미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어둠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가로등과 신호등 뿐이었다.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후에는 잠시 눈을 붙였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다 하며 타카야마로 향했다.
내 머리맡을 지켜주신 할아버지
할아버지 오야스미(おやすみッ)!!
열차가 타카야마에 도착한 것이 밤 열 시를 좀 넘긴 시각.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타카야마의 적막한 거리에는 자동차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걸어서 이동하기에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료칸까지 걸어갔다. 골목 어귀에 인접한 료칸에 도착했을 때, 주인 할아버지는 우리를 따듯하게 맞이해주었다. 할아버지는 먼저 료칸의 전체적인 구조를 설명해준 뒤, 엄마와 내가 묵을 다다미 방으로 안내했다. 나는 기계적으로 짐을 내려놓고 씻기 위해 화장실로 갔는데, 온천과는 별개로 화장실 한켠 욕조에서 온천수가 졸졸 나오고 있었다. 온천에 몸을 담그니 하룻동안 묵은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는데, 엄마도 맘에 쏙 드셨던 모양이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피로를 덜어내고 두꺼운 솜이불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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