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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 나고야, 갈피를 잡지 못하다(Nagoya, Aichi Prefecture)여행/2017 일본 나고야 2017. 12. 31. 08:18
원래 도착예정시간이 한 시 전 아니었던가요...
인천공항에 버스가 들어설 때부터 창밖으로 보이는 자욱한 안개가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수속과 검색을 마치고 터미널에 들어갈 즈음 항공편이 하나둘 지연되기 시작하더니, 어김없이 내가 예약한 항공편도 지연되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그리 길지 않은 지연이겠거니 생각했고, 50분여가 지나 탑승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문제는 탑승을 한 이후에도 세 시간 가량 출발하지도 않는 비행기 안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짙은 안개로 인해 이륙이 지연되고 있다는 방송이 몇 차례 나오고, 그저 기약없이 대기 상태로 앉아 있었다. 갑갑해서 덩케르크를 보고 있었는데, 대기시간이 두 시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이륙도 안한 상태에서 기내식이 제공되기 시작했다...-_-^
간당간당하게 뮤 스카이 타고 나고야 역으로 향하는 중..
경정장이 눈에 들어온다
유난히 공장의 굴뚝이 눈에 많이 들어오는 도시, 나고야
우여곡절 끝에 중부센트레아공항에서 나고야역으로 넘어온 시각이 오후 다섯 시를 앞둔 시각이었다. 첫날 나고야 성 하나라도 보면 성공이라 생각했었는데, 나고야 성의 마지막 입장시각이 4시 10분이었기 때문에 이미 나고야 성은 들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섯 시에 문을 닫는 노리타케의 숲(ノリタケの森)을 가기도 애매한 상황. 나고야에서의 일정은 딱 하루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러나 저러나 일본의 3대성인 나고야 성을, 천수각까지 올라가보지는 못하더라도 외관을 볼 가치는 있겠다 싶어서 택시를 타고 나고야 성 앞에서 내렸다.
나고야 역 앞의 상징적인 조형물, 비상(飛翔)
나고야 역에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짐을 보관할 락커조차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택시 타는 곳도 간신히 발견..
일본 성이 대체로 그러하듯 생각보다 성의 부지가 매우 넓다. 그냥 가볍게 외관만 보고 저녁을 먹으러 갈 생각이었건만, 성을 에워싼 해자(垓字)는 너무 길었고 해가 짧아 나고야성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나고야 성 정문에 사람들이 길다랗게 줄을 서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도 줄이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아 나고야 성을 관람하기 위한 줄은 아닌 것 같았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날이 천황의 탄생일이었기 때문에 나고야 성에서 어떤 행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나고야 역에 쏟아져 나오는 인파로 혼비백산하기도 했고..
이 나고야 성만 봐도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그 나고야 성을 보질 못했다 하핫'ㅁ'
해자 근처만 둘러보자니 영 썰렁한 기분
2박 3일이이라는 한정된 기간 동안 많은 것을 욕심낼 수 없었기 때문에, 굳이 나고야에서 하루를 숙박하기보다는 2박을 모두 타카야마에 머물기로 결정했었다. 대충 나고야 성"의 바깥"을 둘러보고는 밤에 타카야마로 이동하기 위해 저녁 먹을 생각을 했다. 미리 확인하기로 나고야에 가면 장어덮밥(ひつまぶし)을 꼭 먹어야 한다고 했는데, 장어덮밥 맛집으로는 호라이켄(蓬莱軒)으로 찜해두었다. 그런데 웬걸... 도착해서 물어보니 대기시간만 90분'ㅁ' 줄의 끝을 찾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호라이켄은 마츠자카 백화점 본관과 남관 중에서 남관에 자리잡고 있는데, 백화점 직원들에게 길을 물어도 호라이켄이 뭔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나중에 풀네임 아츠타 호라이켄(あつた蓬莱軒)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아― 하는 탄식과 함께 남직원이 우리를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호라이켄은 10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8층까지 운행하는 것이 있고 10층까지 올라가는 것이 따로 있다) 분명 나고야의 명물 호라이켄이라 들었는데 직원들도 잘 모르기에 대기할 필요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10층에 올라가서 보니 사람들로 한 층이 가득했다. 어쩔 수 없이 바로 옆집의 된장돈까스(味噌カツ)라도 먹으려했건만, 호라이켄의 장어덮밥을 기다리길 포기한 나 같은 사람들이 죄다 된장돈까스로 몰린 모양이었다. 꼭 종로6가의 닭한마리 골목처럼 장사가 무진장 잘되는 가게가 하나 있고, 주변 가게들이 그 덕을 톡톡히 보는 매커니즘이 여기서도 작동하는 듯했다;;
시간을 많이 허비했는데 이래서야 이도저도 관광이 안 되겠다 싶었다. 나고야에서 타카야마로 넘어가는 마지막 열차(와이드 히다 뷰)가 7시 43분이였고, 결국은 도시락(駅弁)으로 저녁을 해결하기로 결정했으니 그 때 시각 저녁 여섯 시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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