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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오래된 거리에서 쇼핑에 빠지다(Old Streets, Takayama)여행/2017 일본 나고야 2018. 1. 5. 21:53
산마치 스지(さん町筋) 진입!!
타카야마에서 가장 사람이 붐비는 곳~:)
옛날 거리로 통칭되는 길다란 거리는 타카야마 진야에서 도보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산마치스지(三町筋)라고도 불리는 이 옛 거리 일대로는 유명한 사찰과 관공서―이미 타카야마 진야를 둘러보고 왔다시피..―이 몰려있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이 거리가 하나의 여행코스로 소개되곤 한다. 교토의 산넨자카(三年坂)라는 옛 거리도 가본 적이 있지만, 타카야마의 산마치스지는 유달리 건물인 짙은 옻색을 띄는데, 옛날 건물이 지어질 당시 취급이 금지되는 고급 목자재를 감추기 위해 검은색으로 건물을 칠했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이러한 도시미관을 유지하기 위해 산마치스지 일대에 새 건물을 지어올리기 위해서는 외벽을 무채색으로 칠해야 한다고.
나름 부지런히 움직인다고 움직였지만 동지(冬至)를 넘긴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지라, 이미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바깥에서 어슬렁거리다 가게에 들어가서 물건을 구경하곤 했다. 기념품을 사야겠다는 생각에서 가장 먼저 둘러보았던 것이 아무래도 과자류였다. 과자류는 공항에 가면 값이 곱절이 된다. 다음으로 들어간 곳은 판화 제작한 천에 특이하게도 쌀을 넣어서 십이간지의 동물을 소품으로 만든 공예점이었다. 수수하기는 해도 단조롭지 않은 멋이 있어서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며 찬찬히 둘러보았다.
해가 어찌나 빨리 떨어지던지;;
히다규로 스시를 빚는 가게
십이간지를 대표하는 동물 장식품이다보니 우리 가족의 동물띠에다 (무술년을 맞이할 겸) 우리 강아지 것도 하나 사주고 싶었는데, 자두 크기만한 장식품이 개당 만 원 꼴이었으므로 구색을 갖추려면 5만 원이 넘어버렸다. 결국은 다섯 동물을 다 사는 것으로 결정. 그런데 궁금증을 자아내는 동물이 몇 개 있었으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돼지다. 가게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일본에서 열 두번째 간지에 해당하는 동물은 일반적인 돼지(豚;ぶた)가 아니라 산에 사는 멧돼지(猪;いのしし)을 말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인 돼지를 의미했지만 일본으로 십이간지의 개념이 넘어올 때에 멧돼지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한국에서 돼지띠는 어떤 돼지를 의미하느냐고 묻기에 우리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돼지를 가리킨다고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맞는지는 모르겠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동물이 마치 메두사처럼 머리가 둘 달린 백사(白巳). 역시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예로부터 일본에서 재수(縁起)가 좋은 상징적 동물을 뜻한단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해 좀 더 자세히 물으니, 구체적으로 재물운을 가리킨다고. 앞서처럼 아주머니가 한국에는 흰 뱀이나 머리 둘 달린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없냐고 하기에 그런 것이 없다고 대답했지만, 이 역시 내가 알지 못하는 옛날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젓가락 가게~
사케 가게~
가게를 둘러보며 나올 때마다 주위가 확확 어두워져 있었는데, 아직도 구경할 거리가 많이 남아 있었다. 다음으로 엄마와 나의 발걸음을 묶어둔 곳은 젓가락 가게였으니, 안경점의 안경테 종류보다도 다양한 젓가락을 파는 곳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얼마 전 <젓가락>이라는 문화인류학 서적을 읽을 때에, 일본에서 젓가락은 식기(食器)일 뿐만 아니라 부부간의 인연을 가리키는 상징물이라 했는데 대충 둘러볼 수야 없는 법! 각양각색의 젓가락 앞에 엄마도 무엇부터 둘러봐야 할지 모르시겠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일명 아인슈타인 젓가락에서부터 주방용 젓가락까지 취급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젓락의 패턴도 엄청 다양하고 모델에 따라서는 각인까지 해주고 있었다.
가게들이 하나둘 장사를 접는 시간~
마지막 쇼핑으로 사루보보 겟(Get)!!;^D
료칸으로 되돌아 가는 길 상점가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깔끔하게도 장식을 해놨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젓가락만 대여섯 개를 사들고 나오니 이제는 정말 많이 어두워져 있었는데, 여전히 둘러보지 못한 곳이 많아 사케 가게에도 들어가보고 평범한 기념품 가게에도 들어가 보았다. 이번 여행에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캐리어는 챙겨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케는 포기하고―사케도 종류가 많아서 더 자세히 보고 싶었으나..패~쓰ㅠ―, 대신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강아지를 위한 기념품으로 기념품 가게마다 흔히 발견되는 원숭이 인형을 샀다. 무척 흔하게 보이는 상품인데 상품마다 공통점이라 하면 원숭이의 얼굴이 빠져 있다;; 카오나시(顔無し)처럼. 역시나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사루보보(さるぼぼ)라고 하는 옛날 아이들의 장난감 인형이란다. 괄괄한 우리집 강아지가 장난치며 잘 갖고 놀 것 같아(;;) 사루보보도 하나 챙겼다.
이렇게 둘러보고도 료칸에 예약해둔 저녁식사까지는 약 두 시간 정도 남아 있어서, 미리 확인해둔 산마치스지의 카페라도 들어갈까 했더니, 이 일대의 상점이 대체로 다섯 시에서 여섯 시 사이에 문을 닫는다. 인근 가게에 물어보니 내가 찾던 카페는 벌써 장사를 마쳤다기에, 하릴없이 료칸으로 돌아갔다. 다행이었던 것은 료칸에 돌아가자마자 부슬부슬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하루종일 계획에 없던 지출이 많았기 때문에(히다규를 현금으로 계산한 게 컸다..), 후불 방식인 료칸의 숙박비를 어떻게 정산해야 할지 잠시 고민스러웠다. 숙박비를 지불할 만큼의 현금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숙박비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하고 나면 여분의 비상금이 거의 없는 수준이 되었다. 타카야마에서는 큰 은행(여기서 가장 큰 은행은 아이치은행(愛知銀行)인듯하다)도 많지 않고 ATM기는 더더욱 드문지라, 숙박비를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싶었다.
료칸은 처음이라 다른 곳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파란 잔에는 사케~
간단한 반찬과 회
스키야키~
후식으로 딸기!
결국 료칸에서 저녁을 먹은 후 주인 할아버지께 일부는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저녁은 아침에 할머니가 말씀했던 것처럼―오늘 저녁은 엄청 많이(いっぱい) 나온다고 했다―이것저것 많이 나왔다. 무엇보다 식사가 훌륭해서 밥만 다섯 공기나 먹었다. 할머니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언제까지고 기다릴 테니(ずっと待っているから) 꼭 다시 한 번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빈말이든 아니든, 히로시마의 식당에서 만났던 아저씨가 내게 건넸던 얘기가 떠올라 마음이 짠해졌다. 배불리 저녁을 먹은 후에는 잊지 않고 욕조에 몸을 담갔다. 밤은 깊어가고 저녁 아홉 시가 채 되기도 전에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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