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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짙은 운무(雲霧)를 거쳐여행/2017 일본 나고야 2018. 1. 18. 00:38
기후 현의 산골짜기를 지나 나고야 근교에 이르러 차창밖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자동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귀국편 비행기가 1시간 지연되었다는 안내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나름 국적기인데 왜 이렇게 연착이람...이라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번 연휴간에 기상 악화 때문에 천 편의 비행기가 줄줄이 지연되었다니 할 말은 없다. 출발할 때 한 시간 지연이라 하고서 세 시간을 갇혀 있었던 터라, 귀국편 또한 한 시간 지연되었다는 소식에 난감할 뿐.
료칸에 도착할 때부터 체크아웃을 일찍하겠다고 얘기해 놓은 터라―무엇보다 이른 아침식사를 부탁해 놓은 터라―별 수 없이 아침 일찍 간단하게 짐을 꾸렸다. (이 바쁜 와중에도 온천욕은 빠뜨리지 않았다;;) 유쾌하게 응접해주신 할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어, 원래는 집으로 갖고 오려던 과자 한 상자를 (비록 보잘 것 없지만) 할머니께 건넸다. 그러자 아연실색하는 할머니의 얼굴이 잠깐 스쳐지나갔다. 마치 이러한 처사가 부당하다는 듯이. 다른 사람에게 신세지는 것(世話を負うこと)를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작은 선물을 건넸다. 하지만 그 이전에 앞서 료칸의 주인 할아버지가 먼저 젓가락을 기념품으로 내게 건넨 상태였다. 전날 엄마가 한참을 뚤어졀라 바라보시며 살지 말지 망설이시던 수수한 모양의 젓가락이었다. 결국 서로 뜻밖의 선물을 교환한 셈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내가 건넸던 말을 단 한 마디도 흘려듣지 않으신 게 분명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역까지 어떻게 가야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 내 생각을 정확히 짚고서는 딱 알맞은 시간에 택시를 호출해 놓은 것이었다. 첫 날 도착했을 때, 콜택시가 가능하냐고 잠깐 물었을 뿐이었는데 체크아웃을 위한 교통편까지 미리 챙겨두신 것이다. 마침 채 가시지 않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이었기 때문에 엄마와 나는 덕분에 편안히 역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택시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연신 인사를 건넸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고야행 열차에 올라탔다. 겨울의 축축한 습기 탓에 산봉우리마다 짙게 운무(雲霧)가 깔려 있었다. 우리나라도 높은 산에 올라서면 운무가 참 아름다운데, 이곳의 운무는 어쩐지 훨씬 눅눅하고 무거운 기운이 감돈다. 어쨌든 당장에 내 몸이 자리한 곳은 따뜻하고 푹신한 열차 안. 가만히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나고야 도착을 기다렸는데, 뒤이어 나고야 역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열차의 도착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타카야마에서 나고야까지는 족히 세 시간은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그 전에는 열차가 다시 정상운행하지 않을까 위안을 삼으며 다시 바깥의 풍경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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