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ilogue. 너의 이름은 나고야여행/2017 일본 나고야 2018. 2. 18. 23:50
츄부 센트레아 공항에서 바라본 나고야 항만의 풍경
일본 방문은 도쿄, 간사이, 히로시마에 이어 나고야가 네 번째다. (그러고 보니 혼슈(本州)만 네 번 들렀다) 비행기 연착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행이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를 한꺼풀 벗겨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히로시마를 여행할 때 우연히 만난 이자카야의 아저씨와 대화를 나눌 때에는 사회적인 얘기가 참 많이 오갔던 것 같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 패전, 독도 문제 등등.. 일본인의 진솔한 세계관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지만, 여전히 전쟁은 승자에게는 보편선이라는 식의 논리가 남아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여행에서 꽤 긴 이야기를 나누었던 료칸의 주인할머니로부터는 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일본이 전후(戰後)의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당신이 겪었던 고단한 삶, 료칸에 몸담으며 감내했던 어려움들을 들으며 '일본인'이 아닌 그저 평범한 '인간'을 만난 것 같았다. 평범한 인간이 어려움에 부닥쳐 겪었을 고충,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희로애락을 머리칼이 희끗한 노년의 여주인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지역보다 유달리 친절했던 나고야, 타카야마 사람들을 접하면서 일본인은 외면적으로만 겸손하다는 편견도 조금은 지울 수 있었다. 여전히 일본과 일본인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거꾸로 내가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을 무 자르듯 정의내리기 힘든 것처럼, 다수의 사람을 하나의 틀로 묶어 해석하려는 시도가 어리석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층빌딩 사이로 바닷바람이 두 뺨을 할퀴었던 나고야, 낮은 지붕의 처마마다 에도(江戶)의 정취가 남아 있던 타카야마, 고개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눈구름이 심술을 부렸던 시라카와고까지. 색다른 겨울, 색다른 풍경, 색다른 이야기들이 포개진 짧디 짧은 설국 여행이었다.
'여행 > 2017 일본 나고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3 / 공업도시 나고야 엿보기(Noritake Garden, Nagoya) (0) 2018.01.22 DAY 3 / 짙은 운무(雲霧)를 거쳐 (0) 2018.01.18 DAY 2 / 오래된 거리에서 쇼핑에 빠지다(Old Streets, Takayama) (0) 2018.01.05 DAY 2 / 히다규(飛騨牛) & 진야(陣屋)(Takayama Jinya, Takayama) (0) 2018.01.04 DAY 2 / 오기마치 전망대까지(East Shirakawago, Gifu Prefecture) (2) 2018.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