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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4/ 펄 디스트릭트(Pearl District, Portland)여행/2015 미국 북서부 2016. 7. 10. 00:32
<포틀랜드의 숙소, B&B의 장점이 저렴한 가격에 취향에 맞는 숙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인데 포틀랜드는 선택지가 많지 않아 그 장점을 살리기 어려웠다, 좋은 숙소였지만 중심가에서 좀 거리가 있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지출이 컸다>
09:00 AM
열차 티켓값과 시간상 효율을 생각해서 이른 시간(오전 7시 반)의 표를 예매했는데, 막상 너무 무리한 일정은 아닌지 우려가 되었다. 전날 예상치 못하게 여러 군데를 들르면서 체력적으로 손해를 많이 본 데다, 수하물을 맡기려면 출발시각 25분 전에는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이른 출발시각이 더욱 부담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킹 스트릿 역(Kings Street Station)에 이르는 길부터 전쟁이었다. 시애틀에서 온전히 관광에 투자한 시간만 보자면 고작 이틀 남짓이었기 때문에, 시애틀의 여러 교통수단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기차역에 이르는 버스 정류장을 찾아 헤매다가, Street Car(지하 터널로 이동하는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미친듯이 지하정거장으로 뛰어내려갔다. 대충 감으로 공항 방면의 티켓을 끊은 뒤, International District 행 Street Car에 몸을 실었다. 상황을 매우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그 동안 의지해 왔던 휴대폰의 GPS 기능이었다. 분명 International District 행 Street Car를 타긴 탔는데, 버스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지도상에서는 캐피톨 힐(Capitol Hill) 깊숙히 들어가고 있었다. 킹 스트릿 역에서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말이었기 때문에, 이게 사실이라면 예매한 티켓을 날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International District 역에서 내린 뒤에야 지하로 내려온 뒤 GPS가 오작동했다는 것을 알았다.
버스에서 내리려는데 기사 아저씨는 우리가 관광객임을 알고 기차역에 이르는 길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우리가 영어를 잘 못 알아들을까봐 같은 표현을 여러 번 써가며 설명해주었다. 우리에게 설명해주느라 지하통로에서 버스가 한참 동안 멈춰있었기 때문에 다른 승객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하에서 올라온 순간, 킹 스트릿 역임을 알리는 첨탑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01:00 PM
시애틀에서 출발할 때 날씨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날씨가 심상치 않아지기 시작한 건, 오리건 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는가 싶더니,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열차 운전수가 운행 중간에 Coffee Time을 갖겠다는 안내방송을 보냈고(이런 돌발상황이 흔한 건가??), 뜻하지 않게 지체가 누적됐다.
02:00 PM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가까이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포틀랜드에 도착했다. 날씨는 매우 좋지 않았다.
MAX(포틀랜드의 트램: 총 파랑, 빨강, 초록의 세 가지 노선이 있다)를 타고 숙소에 이르는 동안 창밖으로 통해 확인한 포틀랜드는 첫인상은 시애틀보다 좋았다. 시애틀만큼 시내가 큰 것도 아니었고 고층 빌딩이 들어서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오히려 붉은 벽돌로 정갈하게 쌓아올린 건물들이나 회색 또는 흰색의 콘크리트 외벽이 드러나는 건물들이 조화되어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포틀랜드 여행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여행에 대한 과욕이 불만족감을 낳은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포틀랜드라는 도시가 매력이 없다는 게 아니라(매력은 충분하다!), 언급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오리건 코스트를 들르지 못한 것 때문에 아쉬움이 정말 많이 컸다. 그래도 지금에 되돌아보면 즐거웠던 기억이 많이 떠오른다.
<Powell's City of Books의 표지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규모와 방대한 장서로 유명한 서점. 특이하게도 분야별로 섹션이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색깔별로 구역을 나눠놨다>
<펄 디스트릭트에서 숙소로 되돌아가는 길, MAX(일종의 트램을 일컫는 현지 교통수단)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그나마 비가 소강상태여서 다행이었다>
06:00 PM
동생과 나 모두 전날의 빡빡한 스케줄에 체력이 많이 소모된 상태였던 데다 도시간의 이동도 생각보다 진이 빠지는 일이었다. (사실 빡빡한 일정보다도 불친절한 날씨 탓이 더 컸던 것 같다.) 게다가 아침부터 시애틀 시내에서 혼을 뺐으니...더군다나 도착한 날의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았다. 포틀랜드에서의 첫날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예정된 일이었다.
그래도 시애틀에 도착한 첫날 가볍게 시내를 둘러봤듯이, 우리는 펄 디스트릭트(Pearl District)에 있는 Powell's City of Books를 방문했다. 포틀랜드에 오게 되면 시내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외관만 봐서는 단층으로 된 허름한 서점 같지만, 막상 들어가서 보니 색상에 따라 여러 층으로 섹션을 구분해 놓은 거대한 서점이었다. 피곤하지 않은 상태에서 찬찬히 서점을 둘러보았으면 좋았으련만, 거의 서점의 구조만큼 살피는 수준으로 서점을 대충 둘러본 뒤, 몸을 녹이기 위해 Cacao라는 핫초콜릿 가게로 향했다.
아직 잘은 몰라도 시애틀 사람들은 대놓고 친절했다면, 어쩐지 포틀랜드 사람들은 콕 찔러봐야 뭔가 나올 것 같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시애틀보다는 관광객의 발길이 덜한 곳이니만큼 말이다.
<피로를 풀 겸 핫초코 한 잔, 걸쭉하고 진한 초콜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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