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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 중국의 봄여행/2018 중국 北京 2018. 5. 13. 00:16
셔우두(首都)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이 오후 여섯 시경. 비행기가 셔우두 공항에 도착했을 때 활주로는 자욱한 공기에 짓눌려 있었는데, 미세먼지인지 황사인지 안개인지 습기인지 알 수 없었다. 중국에 오기에 앞서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이 날씨였다. 기상예보를 보자면 여행동안에 날씨는 맑거나 흐린 정도였는데, 관건은 미세먼지와 황사였다. 중국의 봄날씨는 악명이 높기도 하고 듣기로 화북지방은 미세먼지보다 황사문제가 더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미세먼지와 황사에 대한 정보도 계속 찾아보았지만 기상예보에 비해 정확한 정보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어쨌든 중국땅에 발을 내딛은 이상 날씨는 하늘의 뜻에 맡길 수밖에..'~'
사실 이날 날씨보다 더 곤란하게 했던 건 숙소를 찾는 일이었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사합원(四合院)이라는 중국의 전통가옥을 개조해 만든 (명칭상) 호텔이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온 이상 서울 가회동의 한옥마을 같은 곳에 머무르는 게 중국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에서 떡하니 사합원에 숙박하기로 했는데, 가회동 한옥마을의 골목길이 미로 같은 것처럼 후통(胡同) 뒤에 빽빽하게 줄지어진 사합원들 사이에서 목적지를 찾는 것도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 데다 프롤로그에서 잠시 언급했다시피 구글맵이 말썽이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덩스커우(灯市口) 역 일대에서 1시간 넘게 맴돌아도 숙소는 도무지 나오지 않았는데,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젊은 친구에게 후통의 명칭을 알려주니 이후는 속전속결이었다. 사실 아까부터 도움을 청하고 있던 과일가게 청년이었는데 간체자는 모르겠지, 중국어도 모르겠지, 구글맵에 뜨는 주소는 부정확하지, 청년도 난감해 하다가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와 다시 연락을 취한 뒤에야 내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중국어랑 영어랑 어순이 비슷하다고 해서 젊은 사람들의 경우 기초적인 영어는 할 줄 알겠거니 생각했는데, 여행이 끝나갈 때까지 어느 정도 영어를 쓰는 사람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간쑤성을 여행할 때에는 전담 가이드처럼 나와 동행해주었던 중국어 달인이 있었다보니 중국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었는데, 아무리 구글 트랜스레이터를 쓴다고 하더라도 중국어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보니 의사소통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나름 고등학교 때 기초 중국어를 배웠었어도 여기는 얼화(儿化)가 너무 심해서 알아듣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그래도 사람들 만큼은 상냥하다. 중국의 시골사람들은 착해도 도시사람들은 매몰차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첫날 카오야(烤鸭)를 먹겠다는 나름 야심찬 계획을 접고, 숙소에 짐을 내려놓은 뒤 부담없는 한국 레스토랑으로 직행.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이었는데, 메뉴를 주문한 뒤 중국술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참**을 마시는 것처럼 중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마시는 술이 뭔지 알고 싶었다.
말이 안 통하자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못살겠다는 표정으로 사람 좋게 웃어보이더니 나를 식사중인 어느 테이블로 데려간다. 영어로 통역을 좀 해달라는 건데 문제는 젊은 이 두 여성도 영어를 정확히 하지는 못하는지라, 다시 한 번 구글 트랜스레이터를 이용해 또박또박 타이핑을 한 이후에야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뭐에요"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이 대화가 통하기 전까지는 내 말을 오해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선물용으로나 살 법한 대용량의 빠이주를 꺼내면서 설명할 태세이길래 열심히 손사래를 쳤다;;
한국에서 나오는 삼겹살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시장이 반찬인지라 중국술을 곁들여가며 걱정없이 맛있게 먹었다. 내일은 날씨가 좀 더 쾌청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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