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 2 / 카오야(烤鸭)와 맥주(啤酒)여행/2018 중국 北京 2018. 5. 23. 22:25
둘째날 저녁 방문한 대약맥주(大跃啤酒)
첫날은 본의 아니게 역근처의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했고, 여행 둘째날 낮이 되어서야 카오야를 맛볼 수 있었다. 자금성 예매 건 이후 여행책자를 있는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 차라리 가오더 지도상에서 평점이 좋은 식당에 가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방문한 곳이 총원(崇文)구에 자리잡은 카오야 식당 다완쥐(大碗居)다. 나중에 친구 J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베이징 시내에 오바마가 왔다간 카오야 식당도 있다는데 그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고, 다완쥐라는 곳은 일반 프랜차이즈다. 베이징 시내에는 카오야 프랜차이즈가 여럿 있는 모양이었는데, 거리상 가장 가깝기도 하고 마침 총원 지점의 평점이 높아 직행했다. 11시 반에 도착해 좀 이른가 싶었는데, 약간 대기를 한 이후에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첫날의 식도락
약간 언짢았던 건 이날 단체손님이 워낙 많았던 모양인지, 아버지와 나 둘만 딱 앉을 수 있는 식당을 급작스럽게 창고에서 꺼내오는 것이었다. 원래 식탁이 자리할 곳이 아닌데 그렇다고 손님은 놓치기 싫고 임시방편을 쓴 것이다. 이미 그런 테이블이 한두 개가 아닌듯 해서 또 다른 곳을 찾아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마련해준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그래도 이 와중에 고마웠던 점은 이후 우리에게 서빙을 해준 직원은 서로 말이 안 통하는데도 불구하고 성심성의껏 주문을 받아주었다는 것이다.
중국여행을 할 때마다 밥이 너무 먹고 싶은데 정확히 어떤 메뉴 구성으로 주문을 해야하는지 막막할 때가 있다. 메뉴판을 받아도 첫째 어려운 중국어 고유명사를 읽지 못하는데다, 둘째 '밥(饭)'보다 '면(麵)'이라는 글자만 보이는 건 그저 기분 탓인가.. 여하간 중국에 왔으면 중국법을 따라야지 하는 생각으로 간단히 면류를 먼저 주문하고 카오야를 기다렸다.
카오야(烤鸭)
바로 옆에서 카오야를 써는 요리사의 모습이 보였는데, 얇게 저며가며 오리고기를 해부하는 모습과 식당을 가득 채운 손님들을 보니 중국에 사는 오리가 남아나질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팔보채처럼 야채와 곁들여 오리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주문한 카오야가 나왔는데, 느끼한 걸 비교적 잘 드시는 아버지께서도 꽤 기름진 모양이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또 먹어보고 싶기는 한데, 먹을 당시에는 족발보다 훨씬 기름진 느낌이어서 사이드메뉴로 야채반찬을 주문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겠다고 생각했다.
동즈먼 일대 #1
동즈먼 일대 #2
사실 이날 점심에 과식을 했다. 조금씩이라도 곁들여 먹을 필요가 있겠다 싶은 메뉴는 다 주문하고 봤더니, 막상 세팅이 되었을 때에는 너무 많은 것이었다. 그래서 오후 반나절 스차하이를 헤맸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기를 느끼지 못한 우리 일행은 더운 날씨에 청량감 있는 음료라도 마실 겸 간단한 안주에 맥주를 먹기로 했다. 그리하여 방문한 곳이 대약맥주. 마오쩌둥이 50년대 후반 추진한 '대약진 운동'에서 가게이름의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맥주는 평소에도 즐겨 마시는 편인데, 베이징에 유명한 수제맥주집이 있다고 하니 안 가볼 수 없었다. 칭다오 맥주만 유명한 줄 알았지,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 독일인이 운영하는 수제맥주집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게 초입부터 서양인들이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고, 실내에는 양조기구가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Iron Buddha Blonde를 주문하고 나는 Piano filled with flame이라는 맥주를 도전해 보았는데, 아버지의 선택이 옳았다. 내가 주문한 맥주에서는 칠리 맛이 났다'ㅁ' 그냥 기본적인 맥주를 먹는 게 낫겠다고 판단, 이곳의 시그너처 맥주를 한 잔씩 더 주문했다. 안주로는 고추튀김을 주문했는데,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매우 맛있었다.
두 잔째 맥주와 고추튀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전날밤 숙소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줬던 과일가게에서 포도와 오디를 샀다. 숙소에 돌아온 뒤 과일을 먹으면서 중국관영방송(CCTV)―채널이 매우 많았다―의 뉴스채널을 보며 숨바꼭질하듯 서로 아는 한자를 찾았다. 관영방송이기는 해도 생각보다 드라마며 다큐멘터리며 퀄리티가 높은 프로그램이 많아서 말은 못 알아들어도 무념무상으로 TV를 시청했다.
잠들기 전 카운터의 직원을 통해 자금성 티켓을 미리 예약했다. 불의의 사태를 대비해 예매티켓을 발권하기 힘든 경우 사용할 중국어까지 내게 알려줬다;; 덧붙여 하는 직원의 말이 지금은 중국도 마찬가지로 연휴기간이라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을 거라고..'~' 혹시나 싶어 반나절 자금성을 둘러본 뒤 남은 반나절 동안 팔달령장성을 가볼 수 있겠느냐 물었더니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단다. 그렇게 대략적인 여행정보를 체크하고 다음 일정을 어느 정도 정리한 뒤 본격적인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대약맥주(大跃啤酒) 외관
'여행 > 2018 중국 北京'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3 / 육궁(六宮) (0) 2018.06.03 DAY 3 / 천안문에서 외조(外朝)까지 (0) 2018.05.29 DAY 2 / 스차하이(什刹海, Shíchàhǎi) (0) 2018.05.22 DAY 2 / 천안문광장(天安门广场, Tiān'ānmén Guǎngchǎng) (0) 2018.05.21 DAY 2 / 천단(天坛, tiántān) (2) 2018.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