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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스차하이(什刹海, Shíchàhǎi)여행/2018 중국 北京 2018. 5. 22. 01:57
스차하이(什刹海; shíchàhăi)의 석양
중산공원을 빠져나오는 길
자금성의 서쪽으로는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에 위치한 오대호만큼 크지는 않지만 대략 여섯 개의 호수가 있다. 서해(西海), 남해(南海), 북해(北海), 전해(前海), 중해(中海), 후해(后海)가 그것이다. 분명 호수는 호수인데 호수가 크다보니 아예 바다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크고 작은 호수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아래에 모인 세 개의 호수가 북해 공원에, 위에 모인 세 개의 호수가 후해공원에 속하는데, 바로 이 후해공원 일대가 스차하이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인만큼 개인적으로 또 방문하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첫 베이징 여행에서 스차하이를 가볼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베이징의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천단, 천안문, 자금성(고궁박물원)을 들르는 데 방점을 두었다. 그런데 자금성행이 무산되었으니, 대안으로 스차하이라도 둘러보기로 했다. 중산공원을 빠져나온 뒤에도 전혀 빈 택시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너무 사람이 많았다), 버스로 자금성 일대를 한참 벗어난 후에 지하철을 이용해 스차하이로 향했다.
쑹칭링(宋庆龄) 고택 #1
쑹칭링(宋庆龄) 고택 #2
쑹칭링(宋庆龄) 고택 #3
쑹칭링(宋庆龄) 고택 #4
쑹칭링(宋庆龄) 고택 #5
달리 방도가 없어서 대안으로 스차하이로 향하긴 했는데, 가오더 지도로 샅샅이 뒤지다보니 우연히 이 쑹칭링 동지(同志)의 고택이라는 장소가 나와 있는데 방문자들의 평가가 매우 좋았다. 스차하이가 눈에 띄지 않는 후통과 오래된 건물들을 둘러보는 소소한 목적으로 가는 관광지다보니, '쑹칭링'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일단 관광지로서 이곳을 방문했다.
입장한 이후에 보니 오래된 가옥 내부를 개조해서 쑹칭링이라는 인물을 소개하는 전시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간체자로 된 설명문을 봐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와 나는 그저 호젓한 연못과 산책로를 둘러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마치 박경리라는 작가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박경리 문학관을 방문하는 것처럼, 우리가 지금 그런 관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인터넷으로 찾아보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쑹칭링이라는 인물은 삼민주의를 제창한 쑨원의 두 번째 아내라고 한다. 쑨원이라고 하면 중화민국의 정통성을 내세우는 중국과 대만에서 모두 국부로 추앙하는 인물. 대만의 타이베이에 갔을 때에는 쑨원을 기리는 의미에서 지어올린 국부기념관을 봤더랬다. 그 당시 대만에서 국부로 추대해 왔던 쑨원에 대해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얼핏 듣기는 했는데, 근래 쑨원에 대한 평가가 중국과 대만간에 엇갈린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중국은 쑨원을 자국의 정통성 강화를 위해 최대한 자국의 역사에 포섭하려는 반면, 대만은 쑨원에 대한 공식적 차원의 행사를 줄이고 있는 것. 사실 양안관계를 비롯해 중국의 근대사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 중국의 근현대사는 우리의 근현대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현대사도 꼭 책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시대다.
여하간 어떤 의미가 깃든 공간에 와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쑹칭링의 고택을 여유롭게 거닐다가 고택을 나왔다. 그리고 후해(허우하이)의 가장자리를 따라 난 산책로를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허우하이(后海)의 전망루(展望樓)
허우하이(后海) #1
허우하이(后海) #2
허우하이(后海) #3 은정교(银锭桥; yíndìngciáo) 인근
여행책자에는 스차하이를 굉장히 힙한 곳인듯 소개해 놓았는데, 쉽게 말해 이 지역은 경복궁에 인접한 삼청동 같은 곳이었다. 날이 푹해서인지 후해에 들어가 수영을 하는 할아버지들이 꽤 있었다. 호숫가에 녹조가 껴서 물이 전혀 깨끗하지 않았던 데다가, 보트가 호수 위를 다니고 있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게 수영을 하는 모습이, 바라나시에서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던 인도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런 게 대륙의 기상(?)이라는 것일까. 공안들에 의해 여러 가지가 통제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행동방식이 참 왈가닥이다ㅎㅎ'a'
원래 급히 스차하이로 행선지를 틀면서 대충 구상했던 경로는 근처의 후통도 좀 슬슬 둘러보면서 종루와 고루 방면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루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점점 많아지더니 급기야 간신히 우격다짐을 하지 않는 정도로 빽빽한 인파에 파묻혀 몸이 흘러다니기 시작했다.....여기는 일종의 명동이었던 셈인데 그야말로 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온 것 같았다.
미팅을 주선해주는 바가 있는가 하면 문신가게도 상당히 많이 보였는데, 넘쳐나는 상품에다~ 넘쳐나는 사람에다~ 과연 이곳은 자본주의가 맹렬히 작동하고 있는 공산국가였다'-' 찻잎을 파는 가게가 잠시 시선을 끌기도 했지만, 여기서 쇼핑을 하는 건 아무래도 어리석다고 생각되어 빨리 이곳을 떠날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멀리 보이는 종루(钟楼; zhōnglóu)
고루(敲楼; qiāolóu)로 향하는 길, 후통
고루(敲楼)
고루(敲楼)
알고보니 이곳이 옌타이셰제(烟袋斜街; yāndàixiéjiē)라고 해서 최근 들어 힙한 곳이라는데, 뭘 여유를 갖고 둘러볼 수 있는 상황이 못 되었다. 얼마나 많은 인파가 있었는지 사진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 자금성에서부터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진이 빠진 나는 별 수 없이 일정에 연연하지 않고 시원한 맥주라도 마실 겸 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 곧장 동즈먼(东直门)역으로 향했다.
동물을 이렇게 취급하지 말아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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