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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시를 쓴다(الشاعرة)/다큐멘터리/스테파니 브로크하우스, 앤디 울프/히사 힐랄/89>
The Chaos of Fatwas
I have seen evil from the eyes of the subversive fatwas
in a time when what is lawful is confused with what is not lawful;When I unveil the truth, a monster appears from his hiding place;
barbaric in thinking and action, angry and blind;
wearing death as a dress and covering it with a beltHe speaks from an official, powerful platform,
terrorizing people and preying on everyone seeking peace;
the voice of courage ran away and the truth is cornered and silent,
when self-interest prevented one from speaking the truth.영화를 보러 간 날이 주중의 공휴일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못 봤을 것이다. 이 날이 아랍영화제가 끝나는 날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랍영화제를 찾았다!
이전에 아랍영화제에서 봤던 영화가 이라크, 튀니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고, 다큐멘터리 형식이라 딱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날 약속 뒤에 영화를 보러 가려니 좀 피곤한 상태였는데, 좀 시간을 들이긴 했지만 영화를 보고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詩) 경연에 출연해 사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어느 아랍 여성(히사 힐랄; Hissa Hilal)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아랍세계의 왜곡된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독일에서 제작된 영화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서구중심적인 시각이 영화에 녹아있지 않을까 경계하면서 영화를 보기도 했다.
워낙 명언이 많은 영화인데, 아랍어를 잘 모르니 영문으로 번역된 시를 실었다. 신앙의 본질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을 격자 안에 가두기 시작한 이슬람 율법 파트와를 비판한 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히사 힐랄의 인터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국가와 시스템은 보이는 것들을 통제하지만, 종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통제한다. 주하이만 사건 이후 종교는 우리 삶에 파고들어와 경직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규율에 얽매여 이성간의 교류를 금할 뿐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나는 파트와의 문제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 아랍세계 모두가 각성해야 할 문제다.
우리에게 오디션 서바이벌과 같은 아랍에미리트의 시 경연대회(Million's Poet)
'통제'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다. 국가와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있는 법이니..
여하간 요지는 낙타를 이끌고 유목하던 베두인족은 과거에 부르카에 얽매이지도 않았고, 여성들도 남성들과 동일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부르카는 오로지 실용적인 목적으로만 활용되었다. 그러나 와하브파 사우디 왕조가 종교를 통치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화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아랍여성가수가 자유롭게 TV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주하이만 사건 이후 이맘이 나오는 설법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인 법. 극단주의에 맞선 또다른 극단주의는 사회에 반목과 소외만을 낳았다. 지금 아랍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반목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잘못된 믿음이 발현된 것이라 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히사 힐랄이 이슬람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언급한 주하이만 사건에 주목했고 간단히 주하이만 사건을 정리함으로써 영화에 대한 감상을 마치고자 한다.
대사원 점령사건(Grand Mosque Seizure by Juhayman ibn Muhammad ibn Sayf al-Otaybi)
1979년 11월과 12월에 걸쳐 사우디 왕조를 전복시키고자 심판의 날(구세주의 강림)을 선언한 이슬람 원리주의자 세력(지도자 주하이만 알 오타이비)에 의해 메카의 대사원(마스지드 알 하람)이 장악된 사건.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사원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로 인해 사상자 약 700명 발생, 이슬람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다. (관련하여 처형된 인물만 70여명) 이들 원리주의자 세력은 사우디 왕조가 서구문명에 물들어 부패되었으며 물질적으로 호사스러운 삶을 누린다고 주장, 일체의 비(非)이슬람을 배격하며 이슬람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는 기치를 내세웠다. 그러나 1979년 11월 20일 아침기도에 방문한 5만 명의 신도을 볼모로 사원을 폐쇄시킨 상태에서 폭력사태가 진행되었고, 파키스탄군과 프랑스군의 개입에 의해 무력이 진압될 때까지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 이는 무슬림들을 경악시켰을 뿐 아니라, 이후 사우디 아라비아 종교 정책의 변곡점이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와하비 왕조는 극단적인 원리주의 이슬람을 해체하는 대신, 종교에는 더욱 종교적인 것으로 맞선다는 원칙으로 이슬람의 보수화를 가속화시켰고, 이 시기와 맞물려 남녀의 분리―여성의 대중매체 출연 금지, 여성의 운전 금지, 종교경찰 운영 등―가 진행되었다. 기형적인 보수화는 이슬람을 신앙의 본질로 이끄는 대신 IS, 알 카에다 등 한층 더 극단적이고 뒤틀린 믿음을 양산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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