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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5/ 아주 잠깐 북동부 포틀랜드(North East District, Portland)여행/2015 미국 북서부 2016. 7. 13. 19:31
<Fat Head's Brewery에서, 동생이 블로그에서 발견한 펍!>
05:30 PM
조금은 이르지만 펍에 갔다. 미국에 온 이후로 한 끼 식사가 거하다보니 식사간의 간격이 멀어졌다. 그래서 오늘은 저녁에 앞서 펄 디스트릭트의 Fat Head’s Brewery라는 곳에서 맥주를 마시기로 한 것이다.
나는 다섯 종류의 맥주가 담겨 나오는 Sampler Tray를 하나 주문하고, 동생은 이 펍의 간판 메뉴인 흑맥주를 주문했다. 과일향이 강해서 인상적이었다. 다섯 맥주 가운데 가장 맛있었던 것은 Saison Blanc이라는 맥주였다.
동생이 평소에 술 마시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맥주를 3분의 1 잔도 먹지 않았는데 얼굴이 새빨개졌다;; 놀리기는 했지만 좀 걱정스럽기도 했고, 시애틀에 가면 Grunge Pub에 가서 흥겨운 분위기에서 술을 더 먹을 생각이었으나.. 그 생각은 접는 걸로ㅎㅎㅠ
<펄 디스트릭트의 어느 레코드샵, 도난을 많이 당하는지 내부를 구경하기 전에 가방을 맡겨야 했다;;>
07:00 PM
펍에 들르면서 저녁식사가 늦어졌다. 조금은 먼 지역이지만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했던 Ox라는 스테이크 식당에 가기로 했다. 포틀랜드의 북동지역에 위치한 레스토랑이었는데 Street Car를 타고 월래밋 강을 건어야 했고, 내린 뒤에도 꽤 걸어가야 했다. 인도가 없는 구간이 있었던 데다 인적까지 드물다보니 우리 둘 모두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레스토랑에 다 다다랐을 즈음 웬 보호시설 같은 게 있어서, 겉보기에도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건물을 드나들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스토랑은 만석. 여행온 뒤로 한 번도 인파에 치인 적이 없어서 별 생각없이 레스토랑으로 향했는데, 레스토랑의 인파를 보니 오늘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예약이 필요한 곳이었다. 레스토랑의 주차장도 승용차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처럼 대중교통으로 온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듯했다.
주변이 워낙 할렘가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라(여기 말고는 다른 식당도 없었다) 식사까지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예약을 걸어놓기는 했지만, 이내 한 시간 대기는 무리라 생각해서 숙소 인근의 프랑스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펍이 있었던 펄 디스트릭트에서 레스토랑까지 오는 길은 좀 수고로웠는데, 숙소 인근의 포틀랜드 주립대학으로 갈 때는 레스토랑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곧바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웬 걸 버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자체가 대체로 흑인이나 히스패닉이기는 했는데, 유달리 인상이 좋지 않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동생과 내가 유일한 동양인. 덜렁덜렁 크로스백을 걸치고 목 앞에 카메라를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행객인 것이 분명한 행색. 동생과 나는 자리에 앉아 덜컹대는 버스 안에서 한 마디 말도 없이 침묵을 지켰다.
한 정거장이나 더 갔을까, 어떤 흑인 여성이 버스에 탔다.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포스가 심상치 않았는데, 정말 정신나간 사람처럼 분장에 가까운 눈화장을 하고 남루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버스에 내리고 나서야 동생이 얘기했지만, 살면서 이렇게까지 공포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 했다. 나 역시 누구든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는데, 그 문제의 여성이 동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고 한다. 째려보는 시선이 너무 강해서 버스를 타는 내내 숨막히는 느낌이 들었다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Higgins라는 프렌치 레스토랑도 딱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이곳 역시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한 곳이었는데, 아마도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 것 같았다. 거의 대부분이 중년의 백인들이었고, 꽤 격식을 갖춰서 와야 하는 곳이었다. 그만큼 가격도 셌고, 그렇지만 맛은 실망스러웠다. 아마 현지인들의 입맛에는 맞기 때문에 추천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곳이겠지.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짜고, 느끼하고, 양 많고, 그야말로 부담스러운 요리에 지나지 않았다.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먹은 뇨끼, 우리가 유일한 동양인이었는데 드레스 코드도 깡그리 무시하고 입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주변의 힐끔거리는 시선을 즐기며(?) 저녁을 먹었다^^>
그러고 보면 미국은 양극화가 심한 것 같다. 미국은 어디를 이동할 때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가용을 몰 경제력이 안 되는 사람 (아니면 우리와 같은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 같았다. 공교롭게도 그들 대부분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이었다. 이미 많은 자료에서 입증이 되었지만, 인종의 차이가 곧 경제력 격차로 이어지는 건 미국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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