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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드라마/데이미언 셔젤/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141>
<위플래쉬>, <라라랜드>의 감독인 데미안 셔젤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 고민없이 예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인터스텔라>와 <그래비티>가 현실세계를 초월한 환상적인 풍경으로 넘실댄다면,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담은 <퍼스트맨>에는 보다 인간적인 풍경이 담긴다. 유인우주선을 대기권 밖으로 쏘아올리는 과정에서 무수히 겪는 시행착오, 동료애와 가족에 대한 사랑 등등. NASA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자, 가시적으로 혜택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우주산업 대신 국내의 불우한 사람들에게 복지를 베푸는 데 세금을 쓰라는 대중들의 조롱섞인 원성도 주인공은 견뎌내야만 했다. (‘흑인들은 피땀 흘려 일하는 동안, 백인들은 달에 갈 궁리만 하고 있다’며 길거리의 흑인이 랩을 하는 장면도 잠시 나오는데, 이것 좀 너무 나간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금이 어디에 쓰이냐 하는 문제에 인종 문제가 결부된다는 것 때문에.)
인간이 달에 발을 내디딘 사건은 분명 역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었지만, 닐 암스트롱이 말했듯 ‘나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위대한 한 걸음’이라는 말만큼 인간의 삶을 변화시켰는지는 의문이다. 인간은 암흑덩어리인 우주를 탐험함으로써 역사를 진일보시키고 행복을 증진했는가? 나는 오히려 인간이 뿌리내리고 있던 지구라는 공간을 떠나게 됨으로써 비로소 인간이라는 존재가치는 왜소해지고 소외되어버렸다는 한나 아렌트의 관점에 더 수긍이 간다.
초등학교 시절 과학을 상상화(想像畵)를 그리던 일이 생각난다. 상상화를 그릴 때마다 단골 소재는 거대한 유리돔 안에 마천루가 즐비한 해저도시가 있었고, 화성이라는 붉은 풍경 속에서 특이한 옷차림, 기하학적인 건축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었다. 아마 우리는 언젠가는 화성에 우주인이 첫 발을 내딛을 것이고, 더 기술이 발전하면 아메리카 대륙에 그러하였듯 적합한 행성을 물색하여 식민도시를 건설할 것이다. 또 더 먼 훗날 언젠가는 외계생명체를 발견하고, 그것은 지적능력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발견 속에서 인간이 자신의 자아를 어떻게 규정해 나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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