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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8 / 텔아비브(Tel Aviv) : 하얀 언덕들(Along the Beach)여행/2018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018. 12. 10. 21:26
바다에서 뛰노는 강아지와 주인
봄의 언덕이라는 의미를 가진 텔아비브
귀여운 강아지
'봄의 언덕'이라는 뜻을 지닌 텔아비브. 언덕이라 불릴 만한 작은 곶(올드 야파)을 제외하고는 매끄러운 평지가 끝없이 펼쳐지는 도시다. 마천루로 이름높은 도시로 상하이나 두바이를 꼽곤 하지만 텔아비브의 마천루도 가히 장관이다.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흰색을 한껏 살린 마천루 일개군단은 북쪽과 북동쪽을 향해 일렬 종대로 옹기종기 지평선을 꾸며놓고 있었다. 또한 멀리 있는 빌딩일수록 공기의 밀도에 짓눌려 봄철 아지랑이처럼 시야에서 아스러져 갔는데, 사람이 가꾼 공중정원이라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저녁놀을 튕겨내며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언덕이라기엔 반들반들한 텔아비브의 지평선
저녁놀
지금에 와 사진을 정리하며 여행의 기억을 곱씹어보니 한줌 추억에 지나지 않지만, 사실 이날 여정은 꽤나 고단했다. 점심을 먹은 후 낮시간에 버스 안에서 잠을 자기는 했지만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하나의 풍경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올드 야파에서 되는 데까지 해변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예후다 하레위 거리(Yehuda ha-Levi St.)에 위치한 숙소까지 걸어갈 생각이었다) 어쨌든 내가 걸었던 해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알마 해변~아비브 해변~게울라 해변~텔아비브 해변~보그라쇼프 해변이 그것이다. 사실 해변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때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들리는 만큼 엄청 긴 거리는 아니다. 내가 해변 트레킹을 마친 지점은 통칭 프라이드 센터―성소수자들을 위해 각종 복지/편의시설이 자리잡은 곳―라 불리는 무지개빛 건물이었다. 참고로 좀 의외인 것은 매우 보수적인 성관념을 고수하는 이곳 중동지역에서 이곳 텔아비브가 성소수자들의 라운드어바웃이라는 점이다.
해변에서 사람들이 유달리 많이 즐기던 공놀이
강아지는 본능적으로 공의 움직임을 따라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뛰어다닌다
지중해의 파도가 부서진다
컬쳐쇼크라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재미있었던 구경거리는 강아지가 주인들과 바다에서 뛰어노는 모습이었다. 적절한 비교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유럽 중에서는 이베리아 반도를 한 번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왁자하게 놀기 좋아하는 스페인인들도 바다에서 저렇게 놀지는 않았었다;; 주인이 갖고 노는 공을 따라 뛰어다니는 저 녀석이 정말 신나서 뛰어다니는 건지 아니면 힘든데도 본능적으로 저러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어쩐지 안쓰럽기도 했던 건 사해에서 코로 물을 들이키고 나서 코가 데인 것처럼 아팠던 게 불과 이틀전이어서였을까~_~ 그러면서 집에서 한창 장난치며 귀염 부리고 있을 강아지 생각.
해안 #1
해안 #2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굉장히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다. 희끄무레한(?) 표정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는 예루살렘 사람들과 달리 이곳 텔아비브는 도시의 열기를 뿜내고 있었는데, 이미 관광객들이 점령해버린 백사장에서 파도가 휩쓸고 간 뒤 물을 머금은 모래사장을 우레탄바닥 삼아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런가 하면 히잡을 두른 채로 조심스럽게 몸을 담그는 전형적인 중동여행까지..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정글짐
시원시원한 마천루
해변 옆 공원, 모스크, 마천루
텔아비브라는 도시와는 별개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에 관한 또 다른 인상은 이들의 경제수준에 관한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긴 이스라엘은 어떤 면에서는 경제적으로 낙후되었다고 느끼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경제적으로 앞서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예를 들면 자국의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이스라엘에서는 온갖 나라―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시트로앵 등등 유럽 각국의 자동차도 많다―의 자동차들이 보이는데 대개는 중고로 보이는 것들이다. 실제 물가와 세금이 높은 이스라엘에서는 취득세와 유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굳이 좋은 차를 사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이스라엘 사람들이 애용하는 또 다른 교통수단, 즉 자전거를 보면 열에 아홉은 전기 자전거를 탄다.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바꿔줘야 하고 무엇보다 가격 자체가 만만치 않은데 개인적으로 전기자전거를 타고 싶은 바람이 있어서인지 마냥 신기해보였다.
해안 #3
해안 #4
다시 여행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날 저녁을 해결하는 것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고생한 만큼 양껏 먹고 싶었는데 번듯한 식당이 없었다. 대도시라고는 해도 완전히 샤밧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모양이다. 야외 테라스가 달린 레스토랑에서 여차저차 저녁을 해결했다. 기억의 조각들은 저녁 식사 내내 내 앞 테이블에 앉은 독일인 모자가 정답게 얘기를 나누었다는 것,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발적으로 팁을 지불했을 때 여직원이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날의 일정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으니 숙소에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 두어 블록 떨어진 로스차일드 대로로 향했다. 그때가 밤 한 열 시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 시간에 피로를 무릅쓰고 나간 것은 이스라엘의 마지막 밤을 남겨두고 텔아비브의 밤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J는 내가 텔아비브에 도착하기 전, 텔아비브에서 자전거를 잘 활용할 것, 그리고 바에 가볼 것을 주문했었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바 문턱도 넘어가보지 못하고 요거트 가게에서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깨작깨작 먹으며 더위를 달랬다.
펑키한 사운드가 귀에 내리꽂는 바에서 칵테일이라도 먹어보고 싶었건만, 밤이 깊어갈수록 인적이 드물어지기는 커녕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 때는 없었던 평범한 현관에 엄청나게 긴 줄이 생긴 것을 보아하니 야간에는 클럽이 열리는 곳인 듯 했다. 시간이 흐를 수록 그런 대기줄이 이곳저곳 눈에 띄었다. 결국 숙소로 돌아간 자정쯤에는 내가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금요일 저녁의 로스차일드 가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비트감은 느껴지보지도 못했는데 한밤의 아우성에 질린 나머지 숙소로 향했다.
갈증 해소에 빠질 수 없는 맥주
그리고 마침내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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