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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속리산에 가려고 했다. 보은 방면에서 속리산을 오르면 천년고찰인 법주사도 둘러볼 수 있다. 그래서 지역별로 단풍 시즌이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 검색을 해보다가 결국은 가을철 산행 생각을 접었다. 서울에서 보은까지 직선거리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지만, 보은, 그 안에서도 속리산을가기 위해서는 편도로 적어도 세 시간 정도가 걸린다. 코로나 유행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는 단풍 구경을 가더라도 영 찝찝할 것 같았다. 가는 방법도 문제이고, 머무르는 것 역시 문제다.안동을 다녀올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가 잘 통제되고 있었기 때문에, 늦여름에는 남해 독일마을을 가볼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루이틀 바쁘게 일상이 흘러가던 중 2차 파동까지 겹치면서 좀 더 지켜보자며 가을로 여행을 미루어 두었다. 그렇게 현실적으로 속리산이라도 가면 좋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마저 여의치 않아 보였다. 그래도 가을 경치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서울에서 단풍을 볼 만한 한적한 곳이 없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곧바로 떠오른 한 곳이 종묘.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고궁들과 달리 종묘는 의외로 사람이 많지가 않다. 마침 내가 간 날은 마지막주 수요일이어서 무료로 종묘에 입장할 수 있었다.
종묘는 두 번째로 오는데 처음 왔을 때 마음이 정말 편안해졌던 곳이어서 서울 안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기와를 얹은 동양의 목조건물 가운데 종묘의 정전만큼 무게감 있는 건물은 없는 것 같다. 가로로 기다란 이 건물은 어찌나 고요한지, 웅장함이나 화려함이 주지 못하는 엄숙함을 품고 있다. 종묘를 다 둘러본 뒤에는 종로4가 맞은편의 세운상가에 올라 서울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저마다의 박자로 빛을 표현하던 나무들과 함께 사진을 실어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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