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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속해서 코믹한 영화가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근래 개봉작 가운데에는 마땅히 볼 만한 작품이 없어서 생각을 해보다가 짐 캐리의 작품이 떠올랐다. 곧장 아이튠즈로 영화 렌트! 처음으로 본 작품은 <브루스 올마이티>로 예전부터 봐야지 하고 생각하던 작품이다. 주제가 분명하다. ‘자신의 의지(free will)’를 믿어라!!
영화를 보면서 뜻밖에도 최근에 읽었던 마이클 샌델의 글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이 떠올랐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마이클 샌델은 하나의 딜레마를 제시한다. 인간이 열심히 노력해서 구원을 얻는다면 신의 뜻이 인간 의지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신이 전지전능하여 누군가의 구원을 결정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惡)을 설명할 길이 없다. 영화에는 언뜻 이러한 ‘신학의 패러독스’가 드러난다. 신—또는 운(運)—을 두고 불평할 것인가, 묵묵히 인내해서 나름대로 구원을 찾아갈 것인가. 영화의 주제에 따르면 결국 자신의 의지와 마음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짐 캐리가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배우의 길을 걷기까지 자신의 노력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로빈 윌리엄스의 작품들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짐 캐리의 익살스러운 연기는 언제 봐도 재치있다:) (笑笑)
예전에 보려다 말았던 <트루먼 쇼>를 보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브루스 올마이티>가 2003년작이어서 그런지 2000년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좀 올드한 느낌이 있었다. 짐 캐리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다가 눈에 띈 것이 2011년작 <파퍼씨네 펭귄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는 요즘 같은 시즌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귀여운 펭귄들이 등장하는 가족 드라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어쩐지 또 뜻밖에도 「인간 불평등 기원론(Discours sur l’origine et les fondements de l’inegalite parmi les hommes)」가 떠오른 것이다...!! 과연 펭귄이라는 동물은 인간 사이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펭귄으로부터 루소가 말하는 아주 원초적인 형태의 인류가 연상되었다. 특히 짐 캐리가 부화가 늦어지는 펭귄의 알을 품는 것을 보고 동물원에서 나온 직원이 ‘사랑’으로 펭귄을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며 비웃는 장면, 그 장면에서 루소의 글이 떠올랐다. 영화에는 가족간에 생기는 잘못된 소통과 오해,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질투와 악의적인 태도 같은 것이 그려지는데, 이를 알 리 없는 펭귄들은 이들 스토리 안에서 천연덕스럽기만 하다. 아마 최초의 인간은 말도 사랑도 기쁨도 슬픔도 모른 채 펭귄과 다르지 않았겠지. 그리고 오버랩되는 석양 너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날카로운 실루엣. 문명과 자연(It’s natural!!)의 교차.
결국 펭귄들은 가족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가 된다.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브루스(짐 캐리)의 상사 역을 맡았던 필립 베이커 홀이라는 배우가 이 작품 안에서도 똑같이 고용인 역할을 맡아서 두 작품 사이에 연속성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짐 캐리의 작품중에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서정적인 <이터널 선샤인>인데, 두 작품을 통해 짐 캐리의 유쾌하고 발랄한 연기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D (굳굳)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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