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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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오스만 제국에서 아랍 혁명까지일상/book 2016. 9. 20. 00:00
개인적스로 스페인 미술을 좋아한다. 피카소, 달리, 호안 미로, 벨라스케스, 고야까지...예술의 도시라면 파리와 뉴욕일지 몰라도, 작가 개인의 재능을 놓고 볼 때는 스페인 작가들의 개성이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졸업 후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갈 때, 유럽 일주 대신 이베리아 반도 일주를 택한 것도 스페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아랍에 관한 서적을 읽고 나서 뜬금없이 스페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스페인 여행이 아랍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3주 동안 순례자의 길이 위치한 북부지방을 제외하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쭉 돌아다닌 결과,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바르셀로나였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다웠던 곳이 안달루시아(스페인 남부) 지방이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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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일상/book 2016. 9. 16. 00:03
"우린 변화를 원하지 않아요. 모든 변화는 안정에 위협이 되니까요. 우리들이 새로운 발명들을 실생활에 적용하기를 그토록 삼가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순수 과학의 모든 발견은 잠재적인 파괴성을 지니기 때문에 때로는 과학까지도 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간주해야 됩니다. 그래요, 과학까지도요." " 사람들은 마치 진리와 아름다움이 지상(至上)의 선이기라도 한 것처럼 여전히 떠들어댔어. 9년 전쟁이 터지기 직전까지 그랬지. 전쟁은 정말로 그들의 인식을 바꿔놓았어. 사방에서 탄저열 폭탄이 터지는 마당에 진리나 아름다움이나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9년 전쟁 이후에, 그때부터 과학이 처음으로 통제를 받기 시작했지. 그때는 사람들이 식욕까지도 통제를 받을 각오가 되어 있었으니까. 조용한 삶을 위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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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의학에 관한 두 권의 책일상/book 2016. 9. 10. 11:35
& 요즘은 정말이지 힐링서(書)가 흔해졌다. 모든 서점의 입구에 '행복 관리법'이나 '성공의 열쇠'에 대해 역설하는 각종 자기계발서, 심리학 서적, 또는 에세이류가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나 역시 뭔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힐링서들을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읽어서 내가 쉽게 바뀌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기분 전환을 위해 소설을 한 편 읽는 것이 더 나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힐링서에서 찾고 싶은 내용들을 뇌과학서적이나 정신분석을 주제로한 서적에서 찾게 되었다.문제는 힐링서들에 비해 뇌과학서적이나 정신분석학 서적은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해도 번역투가 너무 심해서 읽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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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일상/book 2016. 9. 9. 01:50
밀물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야자수가 자라나고 있는 고대(高臺) 언저리의 희고 휘청거리는 모래와 바닷물 사이로는 굳건한 모래사장이라고는 겨우 한 가닥이 좁다랗게 나 있을 뿐이었다. 랠프는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 한 가닥의 굳건한 모래사장을 골라잡고 걸어갔다. 발길을 지켜보지 않고서도 걸어갈 수 있는 곳은 거기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가를 걸어가다가 홀연 깨달아지는 바가 있어 그는 놀랐다. 이승의 따분함을 깨우친 것 같았다. 이승에서의 모든 도정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며, 세상살이의 태반은 발걸음을 조심하는 데 보내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 외가닥의 모래사장을 바라보았다. 흡사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듯 열을 올렸던 최초의 탐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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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일상/book 2016. 9. 1. 11:00
"나는 힌두교도로서 본능적으로 모든 종교가 많건 적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종교는 똑같은 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어느 종교이건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완전한 인간에 의해 우리에게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 "내가 생각한 건...불교에서 말하는 선악불이(善惡不二)로, 인간이 하는 일에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거꾸로 어떤 악행에도 구원의 씨앗이 깃들어 있다.무슨 일이건 선과 악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서, 그걸 칼로 베어 내듯 나누어선 안 된다.분별해선 안 된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결과가 신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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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일상/book 2016. 6. 26. 01:01
"인간 속에 잠재해 있는 야수성은 좋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드러날 때 인간은 높은 정신적 차원으로 이를 멀리함으로써 올바른 자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겉껍질뿐인 미와 시적인 감정으로 둘러싸인 야수성이 타인의 존경을 바라게 될 때 인간은 야수성 속에 빠져 선과 악을 명백히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을 꼽으라면 톨스토이의 를 언급하곤 한다. 그렇지만 정작 톨스토이의 작품은 외에 를 읽어본 게 전부다. 그마저도 아주 어릴 적 읽은 것이다. 최근에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바—읽을 거리를 굳이 먼 데서 찾지 말자—가 있어서, 좋아하는 작가가 쓴 작품 중 읽어보지 않은 작품을 찾다가 을 읽게 되었다. 제목에서부터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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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行人)일상/book 2016. 6. 10. 19:26
"형님이 괴로워하는 건, 형님이 아무리 무얼 해봐도 그게 목적이 안될 뿐만 아니라 수단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저 불안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겁니다. 형님은 차분히 누워 있을 수 없으니까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일어나면, 그저 일어나 있을 수 없어 걷는다고 말합니다. 걸으면, 그저 걷고만 있을 수 없으니 달린다고 말합니다. 이미 달려나간 이상, 어디서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멈출 수 없기만 하다면 괜찮겠는데, 시시각각 속력을 늘려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극단을 상상하면 두렵다고 말합니다. 식은땀이 날 만큼 두렵다고 말합니다. 너무너무 무서워서 견딜 수 없다고 말합니다." "Keine Brücke führt von Mensch zu Mensch" 나쓰메 소세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