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
프랑스사일상/book 2017. 1. 12. 18:59
개인적·국민적·종교적 기반 위에 확고하게 구축된 프랑스의 아들, 신의 축성을 받은 사람, 기적을 행하는 사람 그리고 총사령관인 국왕은 그 어느 권력보다 강대한 초월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때까지 최고 권력은 여러 형태를 취해왔다. 성 루이 왕의 정신적 권위, 샤를 5세와 샤를 7세의 계몽적 전제주의, 루이 11세의 교활한 현실주의 등이 그것이다. 이후 이 지배권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봉건제도, 삼부회도 이 지배권의 강화를 반대할 수 없었다. 프랑스의 군주제는 원만했으나 절대주의 향해 착실하게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은 아무런 위협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국왕의 보호를 고맙게 여겼다. ―p.159 프랑스는 영국과 이탈리아보다 계급 간의 장벽이 훨씬 높았다. 피렌체에서는 상인이 ..
-
지하로부터의 수기 外일상/book 2017. 1. 9. 16:18
그래, 한번 시험해 보자, 우리에게 예를 들면 더 많은 독립성을 부여하라, 우리들 중 누구라도 손을 풀어 줘 봐라, 우리의 행동 영역을 확장시켜 봐라, 감독을 약하게 해봐라, 그러면 우리는 아마도... 나는 당신에게 확언한다. 우리는 곧 다시 한 번 감독받게 해달라고 빌게 될 것이다. 나는 아마도 이 말 때문에 당신이 내게 화를 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은 내게 소리를 지를 것이다. 「네 이야기만 해라, 지하에서의 너의 불쌍한 삶을, 그러나 감히 우리 모두라고는 말하지 마라.」 잠깐만, 신사양반, 나는 그 모두라는 표현으로 나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내가 관련되어 있는 한, 나는 단지 내 인생에서 당신이 감히 절반도 실행할 엄두도 못 낸 것을 극단까지 밀고 나갔다. 그리고 덧..
-
러시아의 역사 II일상/book 2017. 1. 6. 17:30
우리나라는 운이 없었다. 우리에게 마르크스주의 실험을 실시하기로 결정되었다. 운명적으로 우리는 정확히 이 방향으로 밀려들어갔다. 아프리카에 있는 어떤 나라가 아니라, 그들은 우리를 가지고 이 실험을 시작했다. 마침내 우리는 이 사상을 위한 장소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것은 세계의 문명국가들이 선택한 길로부터 우리를 밀어냈을 따름이다. -옐친(1991년 6월) 혁명 뒤에는 보통 반혁명이 뒤따르고, 개혁 뒤에는 반개혁이 뒤따르며, 그 다음에는 혁명기에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뒤따른다. 러시아의 역사적 경험에는 그런 사례가 풍부하다. 그러나 나는 이런 사이클이 종식되었다고 확고히 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혁명이나 반혁명도 없을 것이다. 러시아와 그 국민으로서는 확고하고..
-
러시아의 역사일상/book 2017. 1. 2. 23:33
러시아는 르네상스도 종교개혁도 전혀 경험하지 않았고, 근대 초의 항로의 발견이나 과학적 및 기술적 발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전쟁과 의학이나 광업 같은 실질적인 문제에서 결함은 좀더 분명해졌다. 그러나 그런 결함은 사실상 모든 분야로 확대되었다. 모스크바국 정부는 서구에 대해서, 그리고 서구가 제공할 수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도 지적될 필요가 있다. 모스크바국 사회는 온갖 편견과 편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단자들"로부터 점차 배우기 시작했다. 차다예프는 사실상 러시아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실제로 서양에도 속한 적이 없고 동양에도 속한 적이 없고, 문화에 기여한 것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서구 ..
-
야만스러운 탐정들일상/book 2016. 12. 28. 01:31
비평은 한동안 작품과 동행한다. 이어 비평은 사라지고 작품과 동행하는 이들은 독자이다. 그 여행은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다. 이윽고 독자들은 하나, 둘 죽고 작품만 홀로 간다. 물론 다른 비평과 다른 독자들이 점차 그 항해에 동참하게 되지만, 이윽고 비평이 다시 죽고 독자들이 다시 죽는다. 그리고 작품은 그 유해를 딛고 고독을 향해 여행을 계속한다. 작품에 다가가는 것, 작품의 항로를 따라가는 항해는 죽음의 확실한 신호이다. 하지만 다른 비평과 다른 독자들이 쉼 없이 집요하게 작품에 다가간다. 그리고 세월과 속도가 그들을 집어삼킨다. 마침내 작품은 광막한 공간을 어쩔 도리 없이 홀로 여행한다. 그리고 어느 날 작품도 죽는다. 태양과 대지가, 또 태양계와 은하계와 인간의 가장 내밀한 기억, 즉 만물이..
-
맛의 천재일상/book 2016. 12. 24. 13:53
초기 기독교 사회에서, 와인을 마시던 세계와 사과주를 마시던 세계 간에는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었다. 중동에 기원을 둔 로마교회는 포도주와 깊이 연관되어 있었고 성경에도 포도에 관한 언급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갈 때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포도송이를 두 사람이 장대에 매달아 짊어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알프스 산맥 북쪽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에 북쪽 땅에는 드루이드교도가 살고 있었고 이들은 종교의식에 사과주를 사용했다. 이들이 믿었던 천국의 이름은 아발론(Avalon)으로 이는 아발의 섬, 즉 사과의 섬이었다.켈트족의 성직자들과 로마의 신부들 사이에서는 기독교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국경 없는 전쟁이 계속되었다. 로마교회의 승리는 사과..
-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II일상/book 2016. 12. 20. 21:30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말하는 콜롬비아적인 '현실' 가운데 하나는 콜롬비아에서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중 하나가 마약전쟁이다. 또 다른 전쟁은 군부, 치안부서, 마약재벌, 대지주, 기업가들이 연합해 좌파 운동, 노동조합, 농민조합을 겨냥해 벌이는 '더러운 전쟁'이었다.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은 민주적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어쩌면 치명적인 모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재빨리 배웠다. 성공한 정치가들은 국제은행가와,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국내 엘리트라는 강력한 소수집단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포퓰리즘적인 수사와 선거철의 후원을 통해 하층 계급 지지자들을 기만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지난 200여 년 동안의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관계를 살펴보면 두 가지 일관된 주제가 드러난다. 먼저, 무엇..
-
장미의 이름일상/book 2016. 12. 19. 18:37
지난 두 세기 동안,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우리 세계는 협량(狹量)과 희망과 절망의 폭풍에 난타당해 왔다. 자, 강을 생각해 보아라. 단단한 땅, 튼튼한 제방 사이를 오래오래 흘러가는 넓고 웅대한 강을... 어느 시점에 이르면 흘러가는 강은 기진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 너무 넓은 공간을 흘렀기 때문이요, 마침내 바다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로써 강은 더 이상 제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강의 정체성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다. 바로 이곳에서 강은 강 자체의 삼각주가 된다. 주류(主流)는 남을지 모르나 지류는 사방으로 흩어진다. 혹 어떤 흐름은 흐르기를 계속하고, 혹 어떤 흐름은 다른 흐름에 휩쓸리나 어느 흐름이 어느 흐름을 낳고 어느 흐름에 휩쓸리는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것이 여전히 강이고 어느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