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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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의 역사일상/book 2016. 12. 9. 01:11
라틴아메리카의 독립투쟁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미국혁명과 비교하게 만든다. 둘 간에는 분명히 유사점이 있다. 둘 다 급속히 성장하는 식민지 경제의 더 많은 발전을 중상주의 정책을 통해 방해하려는 모국의 지배를 타도하려고 했다. 둘 다 잘 교육받은 엘리트들이 이끌었고, 그들은 자신들의 슬로건과 아이디어를 계몽사상이라는 이념적 창고에서 끌어내고 있었다. 둘 다 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모국의 편에 가담해 싸운 내전의 성격을 띠었다. 둘 다 부분적으로는 외국의 지원 덕분에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혁명 사이에는 그에 못지않게 분명한 차이점도 있다. 미국혁명과 달리 라틴아메리카 독립투쟁은 통일된 지도부나 전략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것을 통합을 가로막는 엄청난 거리 등의 지리적 장애물 때문만이 아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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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일상/book 2016. 12. 1. 17:06
보들레르 : Il me semble que je serais toujours bien là où je ne suis pas. 다른 말로 하자면 : 나는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아닌 곳에서라면 언제나 행복할 것 같다. 좀 더 의미에 맞게 해석한다면 : 어디든 지금 내가 있지 않은 곳이 내가 나 자신인 곳이다. 또는 아주 대담무쌍하게 옮기면 : 어디든 세상 밖이기만 하다면. 원래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을 읽고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장(章)인 까지 읽고 독서를 중단했다. 요즘 같은 기분에 딱히 읽고 싶은 글이 아니었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 가운데, 는 초현실주의적 기법이, 은 음산한 분위기가 나를 난감하게 했다면, 로베르토 볼라뇨의 작품은 일종의 광기(狂氣)가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다시 을 읽어나갈 생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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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사(史)일상/book 2016. 11. 30. 00:36
전체적으로 볼 때 스페인은 소규모의 서로 적대적인 혹은 무관심한 여러 공화국들이 하나의 느슨한 연방 형태로 묶여 있다. 몇몇 위대한 시기(중세 칼리프 시대, 레콩키스타 시대, 황금세기)에 이 작은 중심들이 공동의 감정 혹은 이념을 공유함으로써 화합으로 나아가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약효가 떨어지면 그들은 다시 뿔뿔이 흩어졌고, 독립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돌아갔다. 스페인은 독립적인 여러 작은 정치체들로 구성된 나라이다. 그들은 서로 적대적이며, 서로를 괴롭히고 경멸하며, 끊임없이 전쟁을 한다. 각 지방, 각 종교 단체, 각 직업은 다른 지방, 다른 종교 단체, 다른 직업과 분리되어 있고, 자기들끼리 뭉친다. 근대 스페인은 에너지가 없는, 그리고 각각의 특정한 이해가 보편적 이해와 상치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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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精選) 목민심서일상/book 2016. 11. 28. 00:01
제 3 부 봉공(奉公)예의있는 교제(禮際)"예(禮)는 공손하지 않으면 안되고 의(義)는 결백하지 않으면 안되니, 예와 의가 아울러 온전하고 온화한 태도로 도(道)에 맞아야 군자라고 한다."사대부의 벼슬살이하는 법은 언제라도 벼슬을 버린다는 의미로 '버릴 기(棄)' 한 자를 벽에 써붙이고 아침저녁으로 눈여겨보아야 한다. 행동에 장애가 있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거나, 상관이 무례하거나, 내 뜻이 행해지지 않으면 벼슬을 버려야 한다. 감사가 내가 언제든지 벼슬을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며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난 후에라야 비로소 수령 노릇을 할 수 있다. "대체로 정사의 관대한 것과 가혹한 것, 명령과 법령의 득(得)과 실(失)은 서로 이어받고 서로 변통하기도 하여 그 잘못된 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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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마음일상/book 2016. 11. 26. 01:07
듣는 것은 가장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곧 안다는 것이며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귀에는 들려오는 소리를 본능적으로 차단하는 눈꺼풀 같은 것이 없으며, 이제 듣게 될 말을 미리 예측하여 조심할 수도 없다. 언제나 너무 늦어버리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듣는 것으로 우리의 새하얀 마음이 더럽혀질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창백해지고 두려움에 질리거나 겁에 질릴 수도 있다. 사람들은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강요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은 정체될 것이다. 전 세계적이고 지속적인 망설임 속에 모두 다 무정형 상태로 부유하기만 하겠지. 사람들은 오직 잠만 자고 싶어 할 것이다. 지레짐작으로 하는 후회가 우리를 마비시킬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그 동일한 행위들이 저질러지기를 원하는지는 아무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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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이후일상/book 2016. 11. 24. 00:26
& 사법부 독립은 법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온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한 것입니다. 오늘의 위기를 사법권 독립을 위한 전환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 발탁승진제도와 주관적 판사근무평정제도를 폐지할 것을 강력히 바라는 바입니다.그동안 사법부가 제대로 국민 여러분이 바라는 만큼 공정하게 재판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법관들도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전제로 하지 않고, 마치 법관들이 신이라도 되는 양 법관인사제도를 운용한 데 있다고 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히틀러의 독재를 경험한 독일 사람들이 그 기본법(헌법)에 판사는 그 의사에 반하여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 정직, 전보 등을 할 수 없도록 못박아 놓은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법관의 독립 없이는 공의로운 재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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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가 말하는 노(老), 미추(美醜), 그리고 성(性)일상/book 2016. 11. 21. 00:10
& 그림은 귀신을 물리치는 일과 같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악한 것을 몰아내려 했던 것일까? 그의 가장 오래된 자기기만? 아니면 살려고 태어났지만 사는 것이 아니라 죽는다는 지식으로서 구원을 얻으려는 시도로 그림에 달려든 것일까? 갑자기 그는 무(無)에 빠져버렸다. 무라는 상태만큼이나 '무'라는 말소리에 빠져 길을 잃고 표류했다. 그러면서 두려움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모험 없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는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역효과를 내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별 볼일 없는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도! 그는 늘 안정에 의해 힘을 얻었다. 그것은 정지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정체였다. 이제 모든 형태의 위로는 사라졌고, 위안이라는 항목 밑에는 황폐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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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심농 추리소설집일상/book 2016. 11. 18. 22:50
부산 여행 중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었던 조르주 심농(Georges Simenon)의 단편집. 대-박이었다. 네 편의 에피소드 모두 재미있게 읽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와 였다.옮긴이(임호경 譯)는 국내에서 "조르주 심농"이라는 작가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 하는데, 실제로 프랑스어 문학계(작가는 벨기에 출신이다)에서는 쥘 베른과 알렉상드르 뒤마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번역/출간된 책이 조르주 심농의 작품이란다. 달리 말해, 빅토르 위고, 알베르트 카뮈, 생텍쥐베리, 스탕달 같은 기라성 같은 프랑스 작가들보다도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는 소설이라는 것. 과연 읽는 동안 나도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 추리소설인지라 느낀 점을 따로 남기는 대신, 책의 끝에 실린 옮긴이의 서평 가운데 '매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