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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精選) 목민심서일상/book 2016. 11. 28. 00:01
<정선 목민심서 / 다산 정약용 / 창작과비평>
제 3 부 봉공(奉公)
예의있는 교제(禮際)
"예(禮)는 공손하지 않으면 안되고 의(義)는 결백하지 않으면 안되니, 예와 의가 아울러 온전하고 온화한 태도로 도(道)에 맞아야 군자라고 한다."
사대부의 벼슬살이하는 법은 언제라도 벼슬을 버린다는 의미로 '버릴 기(棄)' 한 자를 벽에 써붙이고 아침저녁으로 눈여겨보아야 한다. 행동에 장애가 있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거나, 상관이 무례하거나, 내 뜻이 행해지지 않으면 벼슬을 버려야 한다. 감사가 내가 언제든지 벼슬을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며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난 후에라야 비로소 수령 노릇을 할 수 있다.
"대체로 정사의 관대한 것과 가혹한 것, 명령과 법령의 득(得)과 실(失)은 서로 이어받고 서로 변통하기도 하여 그 잘못된 점을 해결해나가야 한다."
대개 사람의 재능과 성품은 서로 달라 자기의 장점을 살리면 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 없으니 나는 내가 능한 대로 할 뿐이다. 방종한 것을 관대한 것으로 알고, 생략하는 것을 간단하고 편한 것으로 알고 있으면, 해이하고 중단되어 백성이 폐해를 받는 것이다. 관대하다는 것은 가혹하게 급히 서둔다는 것이 아니며, 간단하고 편하다는 것은 번잡스럽지 않다는 것뿐이다.
제 12 부 해관(解官)
돌아가는 행장(歸裝)
"돌아올 때 떳떳치 못한 물건이 하나 없이 맑고 소박함이 옛날과 같은 것이 으뜸이고, 방편(方便)을 마련하여 종족들을 넉넉하게 해주는 것은 그 다음이다."
정선(鄭瑄)은 말하였다. "자기의 포부를 들어서 천하의 백성에게 베푸는 것을 사업(事業)이라 하고, 일가의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산업(産業)이라 하며, 천하의 사람들을 헤쳐서 자기 일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을 원업(寃業)이라 한다. 산업으로 사업을 삼으면 사람들이 원망하고, 산업으로 원업을 지으면 하늘이 죽일 것이다."
<역주 목민심서>를 개편한 것이 <정선 목민심서>다. 두 책을 모두 비교해보고 역주는 도무지 읽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정선을 택했는데, 정선만으로도 깨달은 바가 정말 많았다. 삼정(전정, 군정, 환정)의 문란으로 나라가 쇠락해가던 시점에, 이렇게 혜안을 갖고, 그것도 귀양살이 중에 이런 저작을 집필했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민주주의(民主主義)"가 아닌 "민본주의(民本主義)"의 관점에서 "목민(牧民)"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오늘날로 치자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지침서로 볼 수 있다.
제5부~제10부에 해당하는 "이/호/예/병/형/공전"의 경우 실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 밖의 부(율기(律己), 봉공(奉公), 애민(愛民) 등)에서는 수령으로서의 바람직한 "마음가짐"과 "행동거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실무적인 내용이 아닌 '수령으로서의 자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파트가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한편 제11부 진황(賑荒)에서는 빈곤에 빠진 백성들을 구휼하는 정책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오늘날로 치면 정약용이 어떠한 복지정책을 추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은 역주 목민심서에서 그 의미를 더 밝혀봐야 할 것 같다. 책을 읽기 전부터 왠지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정선 목민심서라 그런지는 몰라도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서 다행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