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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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일상/book 2016. 12. 11. 11:25
오늘날에도 수많은 테레사가 태어나지만, 불행히도 그들은 명성을 드높일 서사적 삶을 찾아내지 못한다. 고귀한 정신은 있지만 그런 정신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서 실수투성이 삶을 살 것이다. 그들의 실패가 아무리 비극적이라 해도 그 실패를 읊어줄 훌륭한 시인이 없으며, 죽어서 잊혀도 그들을 위해 읊어줄 사람이 없다. 그들은 캄캄한 미로 속에서도 희미한 등불에 의지해 고상하게 사상과 행동을 일치시키려 애썼다. 그러나 결국 보통 사람들 눈에는 그런 노력도 다만 추상적인 모순으로만 보인다. 왜냐하면 이들, 뒤늦게 태어난 테레사들에게는 그 열렬히 자발적인 영혼에게 지식의 역할을 해줄 일관된 사회적 신념이나 사회적 질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들의 열정은 막연한 이상과 평범한 여성의 동경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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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일상/book 2016. 12. 10. 17:03
"내 영혼의 대장간에서 아직 창조되지 않은 인류의 양심을 벼리고 싶다" "모든 의사가 질병을 치료하는 동안, 신경외과의는 정체성이라는 혹독한 용광로 속에서 일한다. 모든 뇌수술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본질인 뇌를 조작하며, 뇌수술을 받는 환자와 대화할 때에는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뇌수술은 대개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이며, 그래서 인생의 중대한 사건들의 그렇듯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요점은 단순히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뇌는 우리가 겪는 세상의 경험을 중재하기 때문에 신경성 질환에 걸린 환자와 그 가족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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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의 역사일상/book 2016. 12. 9. 01:11
라틴아메리카의 독립투쟁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미국혁명과 비교하게 만든다. 둘 간에는 분명히 유사점이 있다. 둘 다 급속히 성장하는 식민지 경제의 더 많은 발전을 중상주의 정책을 통해 방해하려는 모국의 지배를 타도하려고 했다. 둘 다 잘 교육받은 엘리트들이 이끌었고, 그들은 자신들의 슬로건과 아이디어를 계몽사상이라는 이념적 창고에서 끌어내고 있었다. 둘 다 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모국의 편에 가담해 싸운 내전의 성격을 띠었다. 둘 다 부분적으로는 외국의 지원 덕분에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혁명 사이에는 그에 못지않게 분명한 차이점도 있다. 미국혁명과 달리 라틴아메리카 독립투쟁은 통일된 지도부나 전략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것을 통합을 가로막는 엄청난 거리 등의 지리적 장애물 때문만이 아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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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일상/book 2016. 12. 1. 17:06
보들레르 : Il me semble que je serais toujours bien là où je ne suis pas. 다른 말로 하자면 : 나는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아닌 곳에서라면 언제나 행복할 것 같다. 좀 더 의미에 맞게 해석한다면 : 어디든 지금 내가 있지 않은 곳이 내가 나 자신인 곳이다. 또는 아주 대담무쌍하게 옮기면 : 어디든 세상 밖이기만 하다면. 원래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을 읽고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장(章)인 까지 읽고 독서를 중단했다. 요즘 같은 기분에 딱히 읽고 싶은 글이 아니었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 가운데, 는 초현실주의적 기법이, 은 음산한 분위기가 나를 난감하게 했다면, 로베르토 볼라뇨의 작품은 일종의 광기(狂氣)가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다시 을 읽어나갈 생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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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사(史)일상/book 2016. 11. 30. 00:36
전체적으로 볼 때 스페인은 소규모의 서로 적대적인 혹은 무관심한 여러 공화국들이 하나의 느슨한 연방 형태로 묶여 있다. 몇몇 위대한 시기(중세 칼리프 시대, 레콩키스타 시대, 황금세기)에 이 작은 중심들이 공동의 감정 혹은 이념을 공유함으로써 화합으로 나아가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약효가 떨어지면 그들은 다시 뿔뿔이 흩어졌고, 독립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돌아갔다. 스페인은 독립적인 여러 작은 정치체들로 구성된 나라이다. 그들은 서로 적대적이며, 서로를 괴롭히고 경멸하며, 끊임없이 전쟁을 한다. 각 지방, 각 종교 단체, 각 직업은 다른 지방, 다른 종교 단체, 다른 직업과 분리되어 있고, 자기들끼리 뭉친다. 근대 스페인은 에너지가 없는, 그리고 각각의 특정한 이해가 보편적 이해와 상치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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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精選) 목민심서일상/book 2016. 11. 28. 00:01
제 3 부 봉공(奉公)예의있는 교제(禮際)"예(禮)는 공손하지 않으면 안되고 의(義)는 결백하지 않으면 안되니, 예와 의가 아울러 온전하고 온화한 태도로 도(道)에 맞아야 군자라고 한다."사대부의 벼슬살이하는 법은 언제라도 벼슬을 버린다는 의미로 '버릴 기(棄)' 한 자를 벽에 써붙이고 아침저녁으로 눈여겨보아야 한다. 행동에 장애가 있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거나, 상관이 무례하거나, 내 뜻이 행해지지 않으면 벼슬을 버려야 한다. 감사가 내가 언제든지 벼슬을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며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난 후에라야 비로소 수령 노릇을 할 수 있다. "대체로 정사의 관대한 것과 가혹한 것, 명령과 법령의 득(得)과 실(失)은 서로 이어받고 서로 변통하기도 하여 그 잘못된 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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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마음일상/book 2016. 11. 26. 01:07
듣는 것은 가장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곧 안다는 것이며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귀에는 들려오는 소리를 본능적으로 차단하는 눈꺼풀 같은 것이 없으며, 이제 듣게 될 말을 미리 예측하여 조심할 수도 없다. 언제나 너무 늦어버리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듣는 것으로 우리의 새하얀 마음이 더럽혀질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창백해지고 두려움에 질리거나 겁에 질릴 수도 있다. 사람들은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강요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은 정체될 것이다. 전 세계적이고 지속적인 망설임 속에 모두 다 무정형 상태로 부유하기만 하겠지. 사람들은 오직 잠만 자고 싶어 할 것이다. 지레짐작으로 하는 후회가 우리를 마비시킬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그 동일한 행위들이 저질러지기를 원하는지는 아무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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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이후일상/book 2016. 11. 24. 00:26
& 사법부 독립은 법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온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한 것입니다. 오늘의 위기를 사법권 독립을 위한 전환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 발탁승진제도와 주관적 판사근무평정제도를 폐지할 것을 강력히 바라는 바입니다.그동안 사법부가 제대로 국민 여러분이 바라는 만큼 공정하게 재판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법관들도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전제로 하지 않고, 마치 법관들이 신이라도 되는 양 법관인사제도를 운용한 데 있다고 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히틀러의 독재를 경험한 독일 사람들이 그 기본법(헌법)에 판사는 그 의사에 반하여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 정직, 전보 등을 할 수 없도록 못박아 놓은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법관의 독립 없이는 공의로운 재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