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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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종루(鐘樓)와 회족거리(回民街), 중심(中心) 같은 변방(邊方)에 서서여행/2019 중국 西安 2019. 6. 1. 14:32
시안 외곽에서 시안 시내로 진입하는 길은 주말답게도 심한 교통정체 상태였고, 우리가 탄 버스는 거북이걸음으로 느릿느릿 옆 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곤 했다. 버스의 종착점인 롱하이(陇海) 호텔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약간 지친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어서 종루를 가기로 결심. 우커우뤼(五口路) 역에서 종루 역까지는 지하철로 불과 두 정거장 거리지만 한 번 환승을 해야했다.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도보로 종루까지 이동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과욕이었는지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를 가는 데 두 시간 가까이 허비한 것 같다. 종루 일대는 과연 듣던 대로 대단히 번화했다. 높은 빌딩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종류의 상점이 즐비하고 분주히 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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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6 / 간쑤성이 준 마지막 선물(长城第一墩, 嘉峪关)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7. 1. 00:50
장성 제1돈에는 절벽 밑을 깎아 지하 전시실을 만들어 놨는데, 그 끝에는 밑이 투명한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보는 경치가 제법 괜찮다 베이다 강(北大河)이 물줄기는 뤄허(弱河)라는 간쑤성(내몽골 일부 포함)의 큰 강으로 흘러들어간다이 뤄허라는 강은 '내륙유역'이라고 해서 바다가 아닌 분지의 호수에서 끝을 맞이하는 이 지역의 젖줄이다 대충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장성 제1돈에 가겠냐고 기사 아저씨가 물었다. 이미 예정됐던 오후 4시를 약간 넘긴 시각이었다. 7시 10분 란저우행 급행열차를 타려면 적어도 6시에는 쟈위관 남역에 도착해야 한다는 게 내 계획이었다. 과연 두 시간 내에 만리장성 제1돈을 다 둘러볼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서, 짧은 중국어지만 아저씨한테 그게 가능하냐는 의미에서 “커이?(可以?)”하고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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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6 / 짧은 소요(逍遙)(悬臂长城, 嘉峪关)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7. 1. 00:01
택시 안에서~ 정자가 삐딱해서 묘한 비대칭미가 있었다 50분여만에 주파할 수 있을지 좀 의문이었던... 가욕관이라는 지명 자체가 만리장성의 일부를 뜻하는 만큼 가욕관에 있는 유적들은 하나하나가 만리장성과 관련돼 있다 그런데 최근에 새로 보수공사가 이뤄진 반들반들한 성곽이다 사이 좋은 정자 한 쌍 스산한 산의 빛깔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싶을 만큼 베이지톤의 성곽이 두드러진다 저 망루가 나의 목표지점!! 쟈위관 역에서 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관성을 나오니 주차장 앞으로 택시가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흥정하기를 포기하고 나름 괜찮은 인상(?)을 가진 아저씨한테로 가 택시비 합의를 봤다. 곧장 현벽 장성을 갔는데, 4시까지 대기하고 있을 테니 차로 되돌아 오라고 택시 아저씨가 말했다. 도착한 시각이 3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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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6 / 東에는 산해관 西에는 가욕관(嘉峪关关城, 嘉峪关)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30. 00:21
공원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반긴 어느 장군의 동상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산해관(샨하이관), 서쪽 끝을 가욕관(쟈위관)이라 한다쟈위관은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다 관성(关城)이란 쉽게 말해 방어를 위한 성벽(요새)다 성관 어디를 가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구가 「천하웅관(天下雄關)」이다.산해관을 상징하는 문구가 「천하관(天下關)」인데, 여기에 웅장하다는 의미의 '웅(雄)'자가 덧붙었으니 그 전략적 중요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입구를 통과하면 양 옆으로 거대한 동판화가 펼쳐진다하서주랑(河西走廊), 즉 황하의 서쪽 북서~동남 방면(오늘날 간쑤성이 위치한 실크로드의 요충지)에서 일어난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담고 있다 그 다음날은 매우 이른 시각에 시작되었다. 이날은 가욕관 또는 중국어로는 쟈위관(jiāy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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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 별 아래 걸터앉아(塔克拉玛干沙漠, 敦煌)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29. 01:06
지금까지도 이날의 미스터리는 사사건건 기록으로 남기기 좋아하는 내가 이날 밤만큼은 아무런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오후 7시쯤에 야영지에 도착해 또다른 산등성이에서 사막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까지만 해도 중국친구 4인방은 우리와는 약간 동떨어진 곳에서 사진을 찍는 데 몰두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쉬는 기분으로 산등성이에 올라앉아 부드러운 석양빛을 쬐었다모래가 지닌 뜨거운 열기는 벌써 미지근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오전에 막고굴을 둘러보기에 앞서 H와 결정했던 사항 가운데, 밤이 되면 사막에서 야영하는 것이 있었다. 우리는 밍샤산과 월아천을 둘러보고, 몸 구석구석에 들러붙은 모래를 씻어낼 겨를도 없이, 인근의 좀 더 깊은 사막으로 이동했다. 거기에는 흰 색 텐트 수십개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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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 실크로드의 정수(精髓), 모가오쿠!!(莫高窟, 敦煌)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28. 14:18
둔황이라는 도시가 처음 건설되었던 것이, 흉노족을 막기 위해 한 무제가 도시를 설립하기 시작한 기원전 111년 때의 일이다 그리고 리진쉬(李君修)라는 승려에 의해 막고굴의 첫 동굴이 만들어진 것이 서기 4세기경의 일이다막고굴은 500여개의 크고 작은 사찰들로 이루어져 있다전시관이 매우 잘 꾸며져 있어서, 중국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내용을 이해하기에도 어렵지 않은데 당나라 시기에 가장 많은 사찰들이 건립되었고, 수나라 또한 짧은 역사에 비해서는 사찰 건립이 활발히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막고굴의 초입(다리 위에서..)이 황량한 흙바닥은 지도상에 강으로 표시된 곳인데 물은 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다리를 건너면 시원한 가로수가 유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인연은 뜻밖의 곳에서 나타난다.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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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 / 산이 곧 무지개, 무지개가 곧 산이었으니(七彩丹霞, 张掖)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24. 22:15
사전에 약속한 대로 이 다음에 향할 곳은 치차이 단샤(七彩丹霞)였다. 교통이 참 불편한 것이, 마티스와 치차이 단샤 모두 장예 근교에 자리잡은 관광지인데도 불구하고 마티스와 치차이 단샤를 잇는 도로가 없어서, 다시 장예로 되돌아간 후에 치차이 단샤로 가야 했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자꾸 잠을 자두라고, 편히 있으라고 하기에, 경계심을 풀 수 없는 나는 졸리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어느 순간 곯아떨어졌다. 눈꺼풀이 내려앉기 전에 봤던 마지막 풍경이 편백나무 사이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 풍경이었다. 하필이면 치차이 단샤를 보러 가는 날에 이런 험상궂은 날씨를 마주하다니. 날씨운을 탓하며 잠으로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중간에 합승자가 있었는데, 합승자가 장예 시내에 내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눈을 떴다. 비는 그..